그때 참 좋았지... (사실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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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참 좋았지... (사실 아님) - 기억의 재구성 방식 - 딜레마가 생기는 이유
  • 기사등록 2025-12-10 08: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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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엄정현]


입시를 막 끝내고, 친구에게 이런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아무리 과정이 좋았어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별로 좋지 않고, 아무리 과정이 이상했어도 결과가 좋으면 좋은 것 같더라.” 그 말에는 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기쁨, 미안함과 미워하는 감정들이 뒤섞여 있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입시, 대학생활, 취업준비, 그리고 사회생활의 기억은 어떠한가. 새내기와 2, 3학년, 그리고 누군가는 군 입대와 제대, 또 누군가는 휴학과 복학, 그리고 졸업반과 취업 혹은 시험 준비 등의 모든 과정을 끝내고 대학생활을 마무리하고 나서, 당신은 당신의 대학생활을 어떻게 기억했는가? 당신의 초, 중, 고등학교 입시 생활은? 이제 은퇴할 나이라면, 당신의 사회생활은 어떠했는가? 

 

여기 두 사람이 있다. 철수와 영희는 자가용으로 20분간 출근길에 올랐다. 철수는 첫 15분간 뻥뻥 뚫려있는 고속도로에서 달리다가, 마지막 5분 동안 꽉 막힌 골목길에서 시간을 보냈다. 반대로 영희는, 첫 15분간 골목길에서 꽉 막혀 있다가, 마지막 5분 동안 뻥 뚫린 고속도로에서 신나게 달려왔다. 철수와 영희 중에, 출근길을 더 긍정적으로 기억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Peak(절정)-End(종결) 법칙[1]

 

우리도 저 둘의 입장이 되어보면, 영희의 기분이 더 좋았을 것으로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의 기억이 작동하는 방식 때문이다. 철수와 영희는 어떻게 보면 객관적으로 동일한 경험을 했다. 아니, 오히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오래 있었던 것은 영희였다. 그런데도 우리가 영희의 기분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은, 우리의 기억이 중립적으로 사건들을 수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억은, 각 사건들뿐 아니라, 그 사건들과 연관되는 감정까지 복잡하게 얽힌 상태로 재구성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경험이나 사건들을 평가할 때, 그 사건의 객관적인 지속 시간을 고려하기보다는, 가장 강렬했던 순간(Peak)이나 그 경험의 마지막 순간들(End)에 의해 최종 판단을 내리는 일이 벌어진다.

 

때때로 이해되지 않는 선택들

 

위와 같이 기억이 재구성되는 방식은, 우리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 가지 선택을 해 보자. 선택지 A는 첫 16초 동안 78데시벨의 소음을 듣다가, 16초가 끝나면 더 이상의 소음은 없다. B는, 첫 16초 동안 78데시벨의 소음을 듣다가, 이후 8초 동안 66데시벨의 소음을 듣는 것이다. 이때 78, 66데시벨은 모두 고통스러울 정도로 짜증날 정도의 소음이다. 결과를 알기 전에,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심리상식사전>, 마테오 모테를리니[2]


두 선택지를 모두 경험하고 나서 실제 실험 대상자들은, 대부분이 선택지 B를 선택했다. 이상한 선택이었다. 왜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일까? 그것은 앞서 말했던 절정-종결 법칙에 따라 B가 덜 짜증나는 선택지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비단 그다지 건강이나 생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에서만 유효한 것은 아니었다. 대장 내시경 검사, 전립선 조직 검사, 치과 수술에 이르기까지 연구진은 절정-종결 법칙의 유효성을 확인했다.


딜레마

 

이 법칙을 확장해보면, 우리가 선택하는 순간 전과 후, 즉 사전과 사후에 우리의 논리가 서로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선택 전, 즉 사전에 우리는 당연하게도 “좋은 것”을, “당장 덜 고통스러운 것”과 동일시한다.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사후에 우리는, 절정-종결 법칙에 의해 “좋은 것”을, “좋은 기억을 주는 것”과 동일시한다. 이전의 두 사례처럼, 사후의 좋은 기억을 준 것은, 오히려 더 고통스러운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딜레마를 만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율을 높이는 경우이다. 여러 복잡한 것들을 제하고 보면, 세율을 올리는 것은 당장 우리에게 부담과 고통을 준다. 반면, 많아진 세금이 사전의 이유대로 잘 사용된다면, 오히려 세율을 올리는 것은 좋은 기억이 될 수 있다. 당신은 이런 딜레마를 만날 때 어떤 논리로 결정을 내리는가?

 

우리의 선택


우리는 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가고, 그 선택은 마냥 합리적이지만은 않은 기억에 의존한다. 이런 이유들로 생겨나는 여러 현실의 문제들 앞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가야 할까? 분명 생각해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출처 :

1. 마테오 모테를리니, (2009). 심리상식사전. 웅진지식하우스

2. 심리의 함정들을 알아보자 - '심리 상식 사전' [Naver Blog]. (2022). https://blog.naver.com/a_pieceofluck/22266866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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