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가 돌아와 ‘무차별 저격‘…왜 멈추지 못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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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가 돌아와 '무차별 저격'…왜 멈추지 못하는 걸까?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성범죄자가 돌아와 '무차별 저격'…왜 멈추지 못하는 걸까?


SNS를 열었더니 또 그 이름이 보인다. 미성년자 성범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연예계에서 사실상 퇴출된 고영욱이 유재석, 신동엽, 탁재훈, 임시완까지 연예계 인사들을 연달아 공개 저격하며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 보는 사람마다 고개를 젓는다. '왜 저러는 걸까?' 하고.


단순한 관심종자의 일탈로 치부하기엔 이 행동 패턴이 너무 반복적이고 집요하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행동에서 특정한 심리적 메커니즘을 읽어낸다. 사회적 낙인, 박탈감, 왜곡된 자기서사가 맞물려 만들어내는 극단적 주목 추구 행동이 그것이다.



낙인이 찍힌 뇌: 사회적 배제는 실제 고통을 만든다


나오미 아이젠버거 미국 UCLA 심리신경과학과 교수는 2003년 연구에서 사회적 배제가 뇌의 전방 대상피질을 활성화시킨다는 사실을 밝혔다. 전방 대상피질은 신체적 고통을 처리하는 바로 그 영역이다. 즉 '연예계 퇴출'이나 '사회적 매장'은 뇌 입장에서 물리적 타격과 다를 게 없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고통이 지속될 때 뇌가 선택하는 대응 방식이다. 조지 버나드쇼 캐나다 워털루대 심리학과 연구팀이 2019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만성적 사회 배제를 경험한 집단의 68%는 자신을 배제한 대상에 대한 공격적 반추, 즉 상대방의 잘못을 끊임없이 되새기는 행동 패턴을 보였다. 고영욱이 '내 명품 가방을 가로챘다', '생일 선물을 말없이 챙겼다'는 식의 오래된 기억을 꺼내 공개 폭로하는 행동은 이 메커니즘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배제된 사람은 자신이 부당하게 당했다는 서사를 끊임없이 강화함으로써 심리적 균형을 유지하려 한다.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 나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는 자기방어 서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왜곡된 자기서사: '나쁜 건 나 아닌 세상'이라는 착각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봉사 편향(self-serving bias)'이라고 부른다. 좋은 결과는 나의 능력 덕분이고, 나쁜 결과는 타인이나 환경 탓으로 돌리는 인지적 왜곡이다. 로이 바우마이스터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심리학과 교수는 30년 이상의 연구를 통해 자아위협이 클수록 자기봉사 편향이 극단화된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확인했다.


고영욱의 경우처럼 사회적 지위와 직업을 동시에 잃은 극단적 상실 상황에서는 이 편향이 더욱 강하게 작동한다. '나는 억울하다'는 감각이 강해질수록 타인을 공격하는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고, 폭로 대상의 범위도 넓어진다. 처음에는 특정 인물이었던 저격 대상이 유재석, 신동엽, 탁재훈, 임시완, 풍자에 이르기까지 확산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더 중요한 건 이 과정이 당사자에게 오히려 쾌감으로 느껴진다는 점이다. 공개 저격 후 터지는 반응들, 즉 뉴스 기사, 댓글, 언급량이 도파민 보상 회로를 자극한다. 실제로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보다 비난받더라도 화제가 되는 상황에서 뇌의 보상 회로가 더 강하게 활성화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된 바 있다.



주목 중독: 비난도 관심이다


트레이 헤던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2022년 소셜미디어 이용자 24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부정적 관심'과 '긍정적 관심'이 뇌의 측좌핵을 동일하게 활성화시킨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쉽게 말해, 칭찬을 받든 욕을 먹든 주목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뇌에는 보상으로 기록된다는 것이다.


연예계에서 오랜 기간 주목을 받으며 살아온 사람일수록 이 보상 회로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퇴출 이후 주목이 사라진 상황은 그 자체로 극심한 금단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저격 대상을 늘리고, 수위를 높이고, 빈도를 높이는 패턴은 내성이 생긴 중독자가 더 강한 자극을 찾는 것과 구조적으로 같다.


이 행동을 멈추기 어려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저격 발언 하나가 수십 개의 뉴스 기사와 수만 개의 댓글을 만들어낸다. 뇌는 이를 '효과가 있었다'고 기억하고, 다음 저격을 부추긴다. 악순환이 반복된다.



우리가 이 뉴스를 볼 때 일어나는 일: 분노도 연료가 된다


한 가지 불편한 사실을 짚어야 한다. 고영욱의 발언이 매번 뉴스가 되고 우리가 그것을 클릭하는 한, 우리도 이 순환의 일부가 된다는 점이다. 분노로 가득한 댓글도, 경악스러운 공유도, 뇌의 보상 회로 앞에서는 모두 똑같은 '관심'으로 처리된다.


물론 피해자와 사회를 향한 공분은 당연하고 정당하다. 다만 심리학은 이런 반복적 행동 패턴이 지속되는 데는 무관심보다 '어떤 형태의 관심이든 주어지는 환경'이 더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일관되게 지적한다. 처벌과 사회적 제재는 필요하지만, 그 행동 하나하나에 매번 강렬하게 반응하는 것이 오히려 그 행동을 유지시키는 연료가 될 수 있다.


오늘 SNS에서 또 그 이름이 보인다면, 잠깐 스크롤을 멈춰 보는 건 어떨까. 분노는 정당하지만, 그 분노를 어디에 쓸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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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7-21 07: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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