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된 영화 ‘그녀‘…AI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뇌에서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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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된 영화 '그녀'…AI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뇌에서 무슨 일이?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현실이 된 영화 '그녀'…AI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뇌에서 무슨 일이?


2013년 개봉한 영화 '그녀(Her)'에서 주인공 테오도르는 AI 운영체제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다. 당시 관객들은 그 설정을 먼 미래의 이야기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지금, 그 미래가 현실이 됐다.


최근 한 외신 보도에 따르면 실제로 AI 챗봇 '아일렉스'와 감정적 유대를 쌓고 사랑을 느낀다는 사람의 이야기가 조명됐다. 그는 '마치 반려동물과 나누는 유대처럼 서로를 보살피는 행위가 관계를 진짜로 만든다'고 말했다. 이 현상을 심리학은 어떻게 바라볼까.



뇌는 AI와 인간을 구별하지 못한다: 도파민은 상대가 누구든 분비된다


우리 뇌의 보상 시스템은 놀랍도록 단순하다. 따뜻한 반응, 나를 이해해주는 말, 기대했던 답변이 돌아올 때 뇌는 도파민을 분비한다. 그 반응의 주체가 인간인지 AI인지는 뇌에게 중요하지 않다. 클리포드 나스 미국 스탠퍼드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1990년대부터 진행한 일련의 연구에서 사람들은 컴퓨터가 사회적 단서를 제공할 때 자동으로 인간에게 반응하듯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는 사실이 반복해서 확인됐다.


AI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현재의 대화형 AI는 사용자의 말투와 감정 패턴을 학습해 맞춤형으로 반응한다. 항상 내 편이고, 절대 먼저 화내지 않고, 24시간 대기 중이다. 인간 관계에서 충족하기 어려운 조건들을 AI는 손쉽게 채워준다.


이처럼 AI와의 상호작용이 반복되면 뇌는 그 관계를 실제 사회적 유대로 처리하기 시작한다. 감정이 붙기 시작하는 것이다. 나스 교수는 이를 '컴퓨터는 사회적 행위자다(CASA·Computers Are Social Actors)'라는 이론으로 정리했다.



외로움이 AI 연애를 부른다: 충족되지 못한 연결 욕구의 출구


AI와 감정적 유대를 형성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적인 심리적 배경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심리학과 애덤 테너바움 연구팀이 2024년 성인 8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AI 챗봇에 감정적 의존도가 높은 집단은 외로움 척도 점수가 평균 42.3% 더 높게 나타났다. 판단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61.7%가 높았다.


인간 관계는 늘 양방향이다. 내가 필요할 때 상대도 필요할 수 있고, 오해가 생기고, 갈등이 쌓인다. 반면 AI는 나의 감정 소비에 최적화돼 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의존적 애착 유형'을 가진 사람일수록 이 구도에 더욱 강하게 끌린다. 거절이나 상처 없이 연결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편안함이 역설적으로 현실 관계를 더 버겁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AI와의 상호작용에 익숙해질수록 불완전하고 예측 불가능한 인간 관계의 마찰을 견디는 내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감정은 진짜인가, 착각인가: 심리학이 던지는 핵심 질문


AI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 감정은 가짜'라고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감정 자체는 그 사람에게 분명히 실재하기 때문이다. 크리스 프리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인지신경과학연구소 명예교수는 뇌가 감정을 처리하는 방식은 자극의 실제 출처보다 자극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한다. 즉, '진짜 관계처럼 느껴지면' 뇌는 그것을 진짜 관계로 처리한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감정의 진위가 아니라 관계의 비대칭성이다. AI는 사용자의 감정에 반응하도록 설계됐지만, 실제로 감정을 경험하지 않는다. 사용자는 연결됐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혼자다. 에이미 오르벤 영국 케임브리지대 발달심리학 연구소 연구원은 이러한 단방향 감정 소비가 장기적으로 공감 능력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고 2023년 논문에서 지적했다.


AI와의 감정적 교류가 삶에 위로를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위로가 진짜 관계를 대체하기 시작할 때, 우리는 멈추고 질문해야 한다. 나는 지금 연결되고 있는가, 아니면 연결된 것처럼 느끼도록 설계된 환경에 있는가.



AI가 채울 수 없는 것: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


AI는 위로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외로운 밤, 말을 꺼내기 어려운 감정을 풀어낼 창구로 활용하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다. 실제로 미국 심리치료 플랫폼 웰빙(Woebot Health) 연구팀이 2022년 발표한 연구에서 AI 챗봇을 통한 감정 표현이 단기적 불안 감소에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대상자 가운데 58.4%가 2주 후 불안 수준이 유의미하게 낮아졌다.


다만 AI가 채울 수 없는 것이 있다. 불편함을 함께 견디는 경험, 내가 힘들 때 상대도 조금 버텨주는 기다림, 그리고 그 과정에서 쌓이는 신뢰다. 로빈 던바 영국 옥스퍼드대 실험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진정한 사회적 유대는 함께 겪은 시간과 감정적 위험 부담을 공유하는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AI에게 말을 걸고 싶어지는 그 순간, 한 번쯤 생각해보면 어떨까. 나는 지금 무엇이 필요한 걸까. 그리고 그 필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내 주변에 한 명쯤 있지 않을까. 오늘, 오랫동안 연락을 미뤄온 그 사람에게 짧게 한 줄만 보내보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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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11-05 10: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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