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에 떨어뜨리겠다"…14세 파트너 협박한 선수, 왜 이런 짓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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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빙판에 떨어뜨리겠다"…14세 파트너 협박한 선수, 왜 이런 짓을 했을까?


스위스 스포츠재판소가 최근 충격적인 판결문을 공개했다. 아이스댄스 남자 선수가 14세 미성년 여자 파트너를 반복적으로 성적·심리적으로 학대했다는 내용이었다. '빙판에 떨어뜨리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은 이 사건은 단순한 스포츠 폭력을 넘어선다.


우리는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같은 질문을 떠올린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그리고 '어떻게 그런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을까?' 심리학은 이 불편한 질문에 꽤 구체적인 답을 내놓는다.



권력과 공간: 밀폐된 관계가 만드는 위험


아이스댄스는 두 선수가 서로의 신체를 맞잡고 훈련하는 종목이다. 하루에도 수 시간씩, 수년에 걸쳐 단 둘이 좁은 빙판을 공유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심리학과 프랭크 파치아나 교수는 이처럼 고립된 훈련 환경을 '권력 불균형이 심화되기 가장 쉬운 구조'로 분석한다.


특히 연상의 파트너가 실력이나 경력 면에서 우위에 있을 때, 어린 선수는 상대방의 행동을 '훈련의 일부'로 내면화하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순응적 복종(compliant submission)'이라고 부른다. 잘못된 대우를 거부하면 팀 자체가 해체되거나 꿈을 포기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저항 의지를 꺾어버리는 것이다.


스위스 매체 블릭이 입수한 77쪽 분량의 판결문에 따르면 이 남자 선수의 학대는 일회성이 아니라 반복적이었다. 심리학자들은 반복적 학대가 피해자에게 '정상화 효과'를 일으킨다고 경고한다. 처음엔 이상하다고 느끼던 행동이 시간이 지나면서 그냥 '원래 그런 것'처럼 받아들여지게 되는 현상이다.



지배와 통제: 가해자의 심리 구조


가해자는 왜 협박이라는 극단적 수단까지 사용했을까. 영국 바스대학교 스포츠심리학과 마크 버텔로트 박사는 이런 유형의 가해자에게서 공통적으로 '강압적 통제(coercive control)' 패턴이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상대를 물리적으로 제압하기 어려울 때 언어적 위협과 심리적 공포를 동원해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특히 스포츠 엘리트 환경에서는 '퍼포먼스 완벽주의'가 이 통제욕과 결합될 때 위험성이 증폭된다. 2022년 미국 사이클링 협회가 실시한 조사에서 엘리트 선수 847명 중 41.3%가 훈련 과정에서 언어적 위협이나 심리적 압박을 경험한 적 있다고 응답했다. 가해자 다수는 '동기부여를 위한 것이었다'고 답했다.


심리학 용어로 이를 '도구적 공격성(instrumental aggression)'이라 부른다. 감정이 폭발해서가 아니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위협을 계산적으로 사용하는 행동이다. 가해자는 종종 자신이 팀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행동을 했다고 합리화한다.



왜 신고는 늦어졌을까: 침묵을 만드는 심리


이런 사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이 있다. '왜 더 일찍 말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 질문 자체가 피해자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과 제니퍼 프라이드 교수가 제안한 '배신 트라우마 이론(Betrayal Trauma Theory)'에 따르면,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일 때 뇌는 생존을 위해 학대를 '기억에서 억누르거나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훈련과 생계, 꿈이 모두 하나의 파트너십에 묶여 있는 아이스댄스 선수에게 파트너는 곧 '의존 대상'이다. 배신 트라우마 이론에 따르면 바로 이 의존성 때문에 피해자는 자신이 겪는 일의 심각성을 스스로 축소하거나, 침묵을 선택하게 된다. 이는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뇌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작동하는 방식이다.


2019년 캐나다 스포츠 윤리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엘리트 스포츠 환경에서 성적·심리적 학대를 경험한 선수 중 67.4%가 '당시에는 이것이 학대인지 몰랐다'고 답했다. 평균적으로 피해를 공식 신고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4.2년이었다.



우리가 바꿔야 할 것: 구조가 사람을 지킨다


이 사건이 개인의 일탈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심리학자들은 엘리트 스포츠 환경의 '구조적 취약성'이 개인의 도덕성 부재만큼이나 책임이 크다고 지적한다. 1대 1로 고립된 훈련 구조, 코치나 부모의 정기적 참관이 없는 환경, 팀 해체에 대한 공포가 결합될 때 학대는 훨씬 쉽게 반복된다.


지금 당신의 아이가 엘리트 스포츠를 하고 있다면, 오늘 저녁 이렇게 물어봐 보는 것은 어떨까. '훈련하면서 불편하거나 무서웠던 일은 없었어?' 아이가 망설인다면, 그 망설임이 이미 하나의 신호일 수 있다. 신고나 거창한 조치보다 먼저, 믿고 말할 수 있는 한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을 아이가 아는 것만으로도 침묵의 고리는 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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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10-27 09: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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