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스크롤을 내리다 문득 멈칫한 적이 있을 것이다. 뉴스 제목에 '승리 혼인신고', '승리 득남'이라는 글자가 보이는 순간, 손가락이 저절로 탭을 누른다. '이건 왜 보는 거지?' 싶으면서도 이미 기사를 다 읽고 있다. 사실상 연예계에서 퇴출된 전과자의 사생활 근황이 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는 이 현상, 대체 무슨 심리일까.
단순한 호기심이나 관음증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많은 사람이 같은 행동을 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부정성 편향'과 '도덕적 감시 본능'의 복합 작용으로 설명한다. 우리 뇌는 나쁜 것, 위험한 것, 도덕적으로 금지된 것에 훨씬 더 강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폴 로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과 교수와 에드워드 로이즈먼 연구팀은 2001년 발표한 연구에서 인간의 뇌가 부정적인 정보를 긍정적인 정보보다 평균 2.5배 더 강하게 처리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른바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이다. 수만 년의 진화 과정에서 위험 신호를 빠르게 감지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에, 뇌는 나쁜 정보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도록 최적화되어 있다.
범죄자의 근황 뉴스가 눈에 띄는 순간, 뇌의 편도체가 즉각 활성화된다. 편도체는 위협 감지 센터다. '이 사람이 또 무슨 짓을 했나', '처벌은 제대로 받았나' 같은 질문이 자동으로 생성된다. 이미 알고 있는 나쁜 사람의 정보는 처음 보는 좋은 사람의 정보보다 뇌의 주의를 훨씬 더 강하게 끌어당긴다.
중요한 건 이게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사람 뉴스는 안 봐야지'라고 결심해도 손가락이 먼저 움직이는 건 뇌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유독 의지가 약한 게 아니다.
로빈 던바 영국 옥스퍼드대 실험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인간이 집단 내 규칙 위반자를 추적하고 감시하는 '도덕적 경찰관' 본능을 타고난다고 설명한다. 던바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일상 대화의 약 65%가 사회적 정보, 특히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관한 내용으로 채워진다. 예로부터 공동체 내 배신자나 규칙 위반자를 파악하는 것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다.
승리처럼 사회적으로 '낙인찍힌' 인물의 근황을 추적하는 심리에는 이 도덕적 감시 본능이 깔려 있다. '저 사람이 반성은 하고 사는지', '그래도 잘살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하려는 욕구는 공동체의 정의가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감시하는 원시적 본능의 현대판 표현인 셈이다. 뉴스 댓글창에서 공분이 터져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19년 미국 노스이스턴대 심리학과 데이비드 드스테노 교수 연구팀은 도덕적 위반자에 대한 집단적 분노가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는 기능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나쁜 사람을 함께 욕하면서 '우리는 저렇지 않다'는 집단 정체성이 공고해지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미완성 과제를 완성된 과제보다 더 잘 기억하는 현상을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라고 부른다. 블루마 자이가르닉 러시아 심리학자가 1927년 처음 규명한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완결되지 않은 서사에 대해 지속적인 주의를 유지한다. '버닝썬 게이트'는 많은 이들에게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은 이야기로 느껴진다. 진짜 반성을 했는지, 피해자들은 어떻게 됐는지, 처벌이 충분했는지, 물음표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근황 뉴스가 뜰 때마다 뇌는 '이제 이야기가 마무리되나?'라는 기대감으로 클릭을 유도한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새 뉴스는 또 다른 미완의 물음표를 만들어낼 뿐이다. 그래서 클릭은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감정 이입의 역설'도 작용한다. 한때 좋아했던 연예인일수록 배신감이 크고, 그 배신감이 클수록 지속적인 감시 욕구도 강해진다. 빅뱅 팬이었던 사람이 빅뱅을 전혀 몰랐던 사람보다 승리 근황에 더 강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문제는 이 모든 심리적 반응이 결국 클릭을 만들고, 클릭이 곧 미디어의 관심 지표가 된다는 점이다. 사실상 퇴출된 전과자의 혼인신고 뉴스가 포털 상단을 차지하는 건 '대중이 원하기 때문'이라는 논리로 정당화된다. 미국 미디어 심리학자 제이 앤드류 볼자 노스웨스턴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2022년 연구에서 부정적 인물에 대한 반복적 미디어 노출이 해당 인물의 사회적 영향력을 오히려 연장시키는 역설적 효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물론 클릭을 하는 당신이 잘못된 게 아니다. 뇌가 그렇게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고, 미디어는 그 본능을 정교하게 건드린다. 다만, '내가 왜 이걸 보고 있지?'라는 질문 하나만 스스로에게 던져봐도 충분하다. 그 짧은 자기 인식이 반사적 클릭과 의식적 선택 사이의 거리를 만들어낸다.
오늘 스크롤을 내리다 멈칫하는 순간이 온다면, 잠깐 손가락을 멈춰보는 건 어떨까. 관심을 주지 않는 것이 때로는 가장 강력한 사회적 판단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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