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다, 이러다 진짜 전쟁 나는 거 아니냐"…불안이 퍼지는 심리, 뇌에선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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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다, 이러다 진짜 전쟁 나는 거 아니냐"…불안이 퍼지는 심리, 뇌에선 무슨 일이?
  • 기사등록 2026-11-01 09: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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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무섭다, 이러다 진짜 전쟁 나는 거 아니냐"…불안이 퍼지는 심리, 뇌에선 무슨 일이?


며칠 전 SNS를 열었더니 타임라인이 심상치 않았다. '전쟁 나면 어디로 피해야 하냐', '식량이랑 물은 얼마나 비축해야 하냐', 40대 예비역까지 징집되냐'는 글들이 넘쳐났다. 생업에 바쁜 사람들이 갑자기 전쟁 대비 방법을 검색하고, 반려동물을 데리고 피난할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묻기 시작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러다 진짜 전쟁 나는 거 아니냐'는 제목의 글이 수백 개의 댓글을 달며 퍼져나갔다. 대부분은 불안을 호소하거나 서로의 걱정에 동조하는 내용이었다. 도대체 왜 이 불안은 이렇게 빠르게, 넓게 퍼지는 걸까.



집단 불안의 전염: 두려움은 왜 SNS에서 더 빨리 번지나


불안은 원래 혼자 느끼는 감정이 아니다. 인간은 진화적으로 주변의 위협 신호에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신경과학자 조셉 르두 미국 뉴욕대 신경과학센터 교수는 뇌의 편도체(amygdala)가 위험 신호를 감지하면 이성적 판단보다 훨씬 빠르게 공포 반응을 작동시킨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이 편도체가 '직접 겪은 위험'과 '전해 들은 위험'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SNS는 이 취약점을 극적으로 증폭시킨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감정 전염(emotional contagion)'이라고 부른다. 미국 코넬대 제프리 핸콕 교수팀이 2014년 페이스북 사용자 약 70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부정적 감정을 담은 게시물이 타임라인에 많을수록 이용자 스스로도 부정적인 글을 더 많이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한 게시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실제 불안 수준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더 중요한 것은 속도다. 2018년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MIT 연구팀의 분석 결과, 트위터에서 가짜 뉴스는 진짜 뉴스보다 6배 빠르게 퍼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공포와 분노를 자극하는 내용일수록 리트윗 속도가 훨씬 빨랐다. 불안은 사람의 손을 통해 순식간에 증식한다.



재난 불안의 심리: '최악의 시나리오'를 떠올리는 뇌의 본능


전쟁이나 재난 같은 대규모 위협 앞에서 인간의 뇌는 자동으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린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파국화(catastrophizing)'라고 부른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이미 발생한 것처럼 생생하게 상상하며, 그 감정적 충격까지 미리 경험하는 것이다. 폴 살코브스키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임상심리학과 교수는 불확실한 상황일수록 뇌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최악의 가능성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흥미롭게도 불안한 정보를 검색하고 확인하는 행동 자체가 불안을 줄이지 못한다. 오히려 반복적인 확인이 뇌의 위협 감지 회로를 더 예민하게 만든다. '재난 포르노(disaster porn)'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다. 파국적 뉴스를 반복해서 소비할수록 실제 위험 수준과 무관하게 체감 위협이 커진다는 것이다. 2022년 미국심리학회(APA)가 성인 3,4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뉴스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사람의 73.6%가 스트레스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회에서 이 패턴이 특히 강하게 나타나는 데는 이유가 있다. 6·25 전쟁 이후 세대 간 전승된 전쟁에 대한 집단 기억, 그리고 지속적인 북한 관련 뉴스 노출이 한국인의 위협 감수성을 만성적으로 높은 수준에 유지시킨다. 트라우마 연구자 베셀 판데어콜크 미국 보스턴대 의과대학 교수는 집단 트라우마는 직접 경험하지 않은 세대에게도 유전적·사회적 경로로 전달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불안의 역설: 두려움이 오히려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다


그렇다면 이 집단 불안은 순전히 해로운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사회심리학에서는 공통된 위협 앞에서 집단 응집력이 높아지는 현상을 '위협 응집 효과(threat cohesion effect)'라고 부른다. 솔로몬 아쉬 미국 스와스모어칼리지 심리학과 교수의 고전적 연구에서 확인되었듯, 인간은 불안할수록 타인과 연결되려는 욕구가 강해진다. 재난 상황에서 SNS가 오히려 더 활성화되는 이유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전쟁 불안 게시물의 댓글을 살펴보면, 공포의 표현과 함께 서로를 안심시키려는 시도도 공존한다. '우리 다 같이 잘 버텨보자', '너무 걱정하지 마, 여기서 같이 얘기하자' 같은 반응이다. 불안을 나누는 행위 자체가 심리적 완충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 연대가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 때는 문제가 생긴다. 불안을 공유하는 집단 안에서 확증 편향이 작동하면 실제보다 위험이 훨씬 크다는 믿음이 집단 내에서 강화된다. 근거 없는 루머가 '우리끼리의 진실'로 굳어지는 것도 이 과정에서 일어난다.



불안을 다스리는 법: 정보와 거리두기가 먼저다


심리학자들은 재난 불안을 관리하는 가장 효과적인 첫 번째 방법으로 '뉴스 소비 시간 제한'을 꼽는다. 마틴 셀리그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과 교수는 하루 30분 이내로 뉴스 접촉 시간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도 불안 수준이 유의미하게 낮아진다고 설명한다. 계속 스크롤을 내리며 불안한 소식을 확인하는 행동은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의 연료를 계속 공급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지금 이 순간 내가 실제로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연습이다. 먹을 것을 준비해두는 것, 비상 연락처를 저장해두는 것처럼 작고 구체적인 행동이 실질적인 불안 완화 효과를 가져온다. 불안의 에너지를 막연한 걱정이 아니라 실천 가능한 준비로 전환하는 것이다. 지금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오늘 저녁 가장 가까운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것부터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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