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오랫동안 좋아했던 것이 갑자기 되돌아왔는데, 기쁘기는커녕 화가 난 적이 있는가. 젝스키스 팬 연합이 고지용의 팀 합류를 공식 반대하는 성명을 낸 지금,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한다. 10년 만에 돌아온 멤버인데 왜 반기지 않을까.
이 낯선 감정에는 꽤 정교한 심리학적 이유가 있다. 팬덤이 아이돌에게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좋아함'을 훌쩍 넘어선다. 그 안에는 소유, 보호, 그리고 배신감이라는 복잡한 감정이 뒤엉켜 있다.
심리학에는 '심리적 소유감(Psychological Ownership)'이라는 개념이 있다. 어떤 대상에 시간과 감정을 투자할수록 마치 그것이 자신의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이다. 존 피어스 미국 워싱턴대 경영학과 명예교수가 2001년 처음 체계화한 이 이론은, 소비자와 팬덤 심리를 설명하는 데 자주 인용된다.
젝스키스 팬들은 2000년 해체 이후에도 팀을 지켜왔다. 2016년 무한도전을 통한 재결합 순간에도 함께 울었고, 이후 수년간의 활동을 응원하며 팀의 정체성을 함께 만들어왔다. 이 과정에서 팬들은 자신이 이 팀의 일부라는 강한 심리적 소유감을 형성했다.
그런데 그 오랜 공백을 함께하지 않은 멤버가 다시 합류하겠다고 나서는 순간, 팬들에게는 자신이 쌓아온 것이 침해받는 듯한 감각이 촉발된다. 이것이 단순한 질투가 아니라 심리적 소유감의 침범에 대한 방어 반응인 셈이다.
팬 연합이 성명에서 강조한 것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었다. '팀 명의 사용'과 '활동 이익 배분'에 대한 문제였다. 이 반응의 밑바닥에는 심리학이 말하는 '형평성 이론(Equity Theory)'이 작동하고 있다. 존 스테이시 애덤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심리학과 교수가 제안한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투입 대비 산출이 타인과 비교해 불공평하다고 느낄 때 강한 불쾌감을 경험한다.
팬들 입장에서 계산은 단순하다. 나는 수년간 감정과 시간과 돈을 투자했고, 팀도 그 세월을 버텨왔다. 그런데 공백기를 함께하지 않은 멤버가 같은 이름으로 같은 혜택을 누리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감각이다. 2024년 성인 팬덤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영국 서섹스대 심리학과 연구에서도, 팬들의 80.3%가 '멤버의 공백 기간'을 신뢰 회복의 핵심 변수로 꼽았다.
이는 논리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뇌는 사회적 교환을 본능적으로 계산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같이 고생하지 않은 사람과 나눠 갖는 것'에 대한 저항감은, 진화심리학적으로도 충분히 설명되는 반응이다.
팬덤이 하나의 집단으로 성명을 낸다는 행위 자체도 주목할 만하다. 헨리 타지펠 전 영국 브리스톨대 사회심리학과 교수가 제안한 '사회 정체성 이론(Social Identity Theory)'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외부 위협에 강하게 반응한다. 팬덤에게 '젝스키스'는 단순한 그룹 이름이 아니라, 자신들이 공들여 만들어온 집단 정체성 그 자체다.
고지용의 합류 시도는 팬덤에게 그 정체성의 경계가 흔들리는 사건으로 인식된다. 이때 집단은 결속을 강화하고 외부 변화를 차단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팬 연합의 성명은 감정적 반발이 아니라, 집단이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지극히 인간적인 반응인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반응이 고지용을 미워해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팀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 팀이 자신들이 알던 모습 그대로 남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심리학자들은 이 상황에서 팬덤이 경험하는 감정을 '애도(Grief)'와 유사한 것으로 분석한다. 자신이 알던 팀의 형태가 변하는 것에 대한 상실감이다.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의 애도 5단계 모델에 비춰보면, 팬 연합의 반대 성명은 '분노' 단계에 해당한다. 이 단계를 지나면 협상, 수용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그 과정이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당신도 오랫동안 아끼던 무언가가 갑자기 달라졌을 때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그 감정에는 이름이 있다. 상실이다. 팬덤도 지금 그 감정을 통과하고 있다. 그들을 향해 '그냥 기뻐하면 되지 않나'라고 말하기 전에, 그 감정이 얼마나 오랜 세월로 쌓인 것인지를 먼저 헤아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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