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예련·최우식 학폭설" 카더라 폭로…왜 우리는 확인도 전에 믿어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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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차예련·최우식 학폭설" 카더라 폭로…왜 우리는 확인도 전에 믿어버릴까


익명의 글 하나가 올라온다. '어느 유명 연예인이 과거에 이런 짓을 했다더라.' 사실 확인은 없다. 출처도 불분명하다. 그런데 불과 몇 시간 만에 수만 명이 공유하고, 댓글창에는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넘쳐난다.


최근 배우 차예련과 최우식을 겨냥한 이른바 '카더라식 학폭·갑질 의혹'이 연예계를 뒤흔들었다. 두 사람 모두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강하게 부인했지만, 온라인에는 이미 '확정된 사실'처럼 굳어진 뒤였다. 왜 우리 뇌는 이렇게 쉽게 미확인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걸까.



확증 편향의 함정: 믿고 싶은 것만 보이는 뇌


심리학에서는 이 현상을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으로 설명한다. 사람은 자신이 이미 품고 있는 인상이나 믿음에 맞는 정보를 더 쉽게 받아들이고, 그에 반하는 정보는 무의식적으로 걸러내는 경향이 있다. 피터 웨이슨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인지심리학과 교수가 1960년대 처음 체계화한 이 개념은 오늘날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더욱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


연예인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오랜 미디어 노출로 형성된다. '왠지 차갑게 느껴진다'거나 '좀 도도해 보인다'는 막연한 인상이 이미 머릿속에 자리 잡혀 있으면, 이를 뒷받침하는 익명 폭로가 등장했을 때 뇌는 '그럴 것 같았어'라는 신호를 즉각 보낸다. 사실 여부를 따지기 전에 감정이 먼저 반응하는 것이다.


2022년 미국 심리과학협회지에 게재된 연구에서 성인 2400명을 대상으로 허위 정보 수용 실험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64.3%가 자신이 호감을 갖지 않는 대상에 관한 미확인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현저히 높았다. 호감도와 정보 수용 사이의 상관관계가 명확히 드러난 셈이다.



소문이 뇌에서 퍼지는 속도: 도파민과 사회적 유대감


소문을 퍼뜨리는 행동 자체가 뇌에 쾌감을 준다는 연구도 있다. 로빈 던바 영국 옥스퍼드대 실험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인간 대화의 약 65%가 타인에 관한 이야기, 즉 가십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연구로 밝혔다. 가십은 단순한 수다가 아니라 집단 내 유대감을 강화하고 사회적 규범을 공유하는 진화적 기능을 했다.


문제는 이 본능이 SNS 환경에서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된다는 점이다. '공유' 버튼 하나면 되고, 맞장구를 쳐주는 댓글이 쌓일수록 뇌의 보상 회로는 도파민을 분비한다. 사실인지 확인하는 수고 없이도 짜릿한 보상이 주어지니, 뇌 입장에서는 굳이 멈출 이유가 없다.


매튜 리버먼 미국 UCLA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타인에 관한 사회적 정보를 처리할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은 음식이나 돈 같은 물질적 보상을 처리하는 영역과 상당 부분 겹친다. 연예인 가십이 중독성을 띠는 이유가 신경과학적으로도 설명되는 것이다.



익명성의 심리: 책임 없는 고발이 만드는 위험


익명 폭로가 반복되는 데는 심리학적 이유가 있다. 필립 짐바르도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명예교수가 개념화한 '몰개성화(deindividuation)' 이론에 따르면, 익명 상황에서 사람들은 평소보다 훨씬 강한 공격성과 충동성을 드러낸다. 익명의 가면이 도덕적 제동장치를 느슨하게 만드는 것이다.


온라인 환경은 이 현상을 극단으로 끌어올린다. 아이디 하나, 가상의 계정 하나면 누구든 어떤 주장이든 쏟아낼 수 있다. 2023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1.8%는 '온라인에서 확인되지 않은 연예인 관련 정보를 접해도 일단 믿게 된다'고 답했다. 절반 이상이 사실 검증 이전에 감정적 반응을 먼저 한다는 뜻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한번 퍼진 의혹이 정정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진실 착각 효과(illusory truth effect)'라고 부른다. 반복적으로 접한 정보일수록 사실처럼 느껴지고, 나중에 허위로 밝혀져도 처음 형성된 인상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피해자는 누구인가: 클릭 한 번이 남기는 흉터


당사자 입장에서 미확인 폭로는 단순한 루머가 아니다. 실제로 연예인을 포함한 허위 의혹 피해자들은 불안장애, 우울증, 사회공포증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조너선 하이트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사회심리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온라인 집단 비난에 노출된 대상은 평균적으로 직접 대면 괴롭힘을 당한 경우보다 심리적 회복 기간이 33.1% 더 길었다.


우리는 한 번쯤 멈춰야 한다. 공유 버튼을 누르기 전, '이게 사실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출처가 익명인가, 당사자의 반론은 있는가, 나는 이 사람에 대해 이미 부정적인 감정을 품고 있지는 않은가. 이 세 가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뇌의 자동 반응 회로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오늘 SNS 피드에서 누군가를 향한 의혹을 마주쳤다면, 공유 대신 잠시 화면을 닫아 두는 용기가 그 사람의 삶을 지키는 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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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11-07 09:4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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