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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식당에 들어서면 귀여운 로봇이 반겨준다. 주문한 음식을 싣고 테이블 사이를 유연하게 오가며 '맛있게 드세요'라는 음성을 내보낸다. 처음엔 신기했다. 그런데 몇 번 이용하다 보니 묘하게 허전한 느낌이 든다. 나만 그런 건 아닌가?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최근 6개월 이내 외식 매장 이용 경험이 있는 전국 만 13~59세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외식 로봇 이용자 중 절반 정도만 서비스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로봇의 확산 속도는 빠른데, 사람들의 마음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심리학에는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라는 개념이 있다. 일본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가 1970년에 제안한 이론으로, 로봇이나 가상 캐릭터가 사람과 비슷해질수록 오히려 더 큰 불쾌감과 위화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완전한 기계처럼 생겼을 때는 괜찮지만, 어중간하게 인간을 흉내 낼 때 뇌가 혼란을 일으킨다.
서빙 로봇이 딱 그 지점에 있다. '맛있게 드세요'라고 말하지만 눈을 맞추지 않는다. 접시를 건네지만 손이 없다. 인간의 행동을 흉내 내면서도 결정적인 무언가가 빠져 있다. 뇌는 이 어색함을 처리하는 데 에너지를 쓰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심리학과 다허 켈트너 교수는 '경외감과 사회적 연결'에 관한 연구에서 사람이 타인과 눈을 맞추고 미소를 나눌 때 옥시토신이 분비되며 안정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로봇은 이 과정을 생략한다. 음식은 제때 왔지만, 뇌가 기대하던 연결의 신호가 오지 않은 것이다.
외식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미국 코넬대 소비자행동연구소 아리 크리샨 교수팀이 2019년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외식 경험 만족도의 38.4%는 음식의 맛이 아니라 서비스 직원과의 상호작용에서 결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문을 받으며 건네는 짧은 추천 한마디, 계산하면서 나누는 가벼운 농담, 이런 것들이 사람들을 다시 그 식당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힘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사회적 윤활유(Social Lubrication)' 효과라고 부른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낯선 사람과 나누는 짧은 친절이 하루의 기분을 바꾸고 소속감을 채워준다는 개념이다. 로봇은 음식을 가져다주지만, 이 사회적 윤활유를 제공하지 못한다. 서비스의 효율은 올라갔는데 경험의 온기는 내려간 것이다.
특히 혼밥족이 늘어나는 요즘, 식당에서의 짧은 인간적 접촉이 가지는 심리적 의미는 더 커지고 있다. 혼자 밥을 먹는 사람에게 직원이 건네는 말 한마디는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하루 중 거의 유일한 대면 교류일 수 있다.
그렇다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적응하게 될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영국 옥스퍼드대 실험심리학과 로빈 던바 명예교수는 인간의 사회적 뇌는 특정 자극에 익숙해지더라도 의미 있는 연결에 대한 욕구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적응은 하되, 결핍은 계속 쌓인다는 의미다.
실제로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이번 조사에서도 로봇 서비스 경험자들이 불만족을 느끼는 이유 1위로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꼽혔다. 단순히 로봇이 낯설어서가 아니라, 뭔가를 물어보거나 요청하고 싶을 때 대화가 되지 않는 답답함이 반복될수록 불편감이 쌓인다는 것이다. 익숙해지는 것과 만족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기대 불일치 이론(Expectation Disconfirmation Theory)'으로 설명한다. 처음 로봇을 볼 때는 기대치가 낮아 신기함이 만족감을 채워주지만, 반복 이용할수록 기대치가 높아지고 로봇이 그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오히려 더 큰 실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로봇 서비스를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자영업자에게 서빙 로봇은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음식이 더 빨리 나오고, 주문 실수가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심리학이 말해주는 것은 명확하다. 효율과 경험은 별개라는 것, 그리고 사람은 기술로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믿고 싶지만 뇌는 여전히 사람의 온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다음에 로봇이 음식을 가져다줄 때, 그 어색함이 느껴진다면 당신의 뇌가 연결을 갈망하고 있다는 신호다. 오늘 식사를 함께한 사람에게, 혹은 주문을 받아준 직원에게 짧은 미소 하나를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 그 작은 순간이 로봇이 절대 대신할 수 없는 하루의 온기가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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