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만나려면 굶어야"…191명 굶겨 죽인 교주, 왜 신자들은 따랐을까?
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예수 만나려면 굶어야"…191명 굶겨 죽인 교주, 왜 신자들은 따랐을까?


케냐의 한 숲에서 400구가 넘는 시신이 발견됐다. 사이비 종교 지도자 폴 마켄지의 지시로 신자들이 스스로 굶어 죽어간 사건이다. 마켄지는 '예수를 만나려면 굶어서 죽어야 한다'고 가르쳤고, 그 말을 믿은 사람들은 자녀까지 굶겼다.


이 소식을 접한 많은 이들이 고개를 젓는다. '어떻게 그게 말이 되냐'고. 그런데 심리학자들은 다른 질문을 먼저 한다. '왜 멀쩡한 사람들이 그 말을 믿었을까?' 그 답 안에, 우리 모두가 주의해야 할 인간 심리의 취약점이 숨어 있다.



카리스마 뒤에 숨은 심리 조작: 권위에 복종하는 뇌의 습성


사람의 뇌는 권위 있어 보이는 존재 앞에서 비판적 사고를 멈추도록 설계돼 있다. 스탠리 밀그램 미국 예일대 사회심리학과 교수가 1961년 실시한 복종 실험은 이를 충격적으로 증명했다. 평범한 시민 65%가 권위자의 지시라는 이유만으로 타인에게 최고 450볼트의 전기 충격을 가하는 버튼을 눌렀다.


사이비 교주는 이 취약점을 정밀하게 파고든다. '신의 대리인'이라는 절대적 권위를 내세우는 순간, 신자들의 뇌는 그 말을 검증하기보다 받아들이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더욱이 마켄지처럼 종교적 언어로 포장된 지시는 의심 자체를 '죄'로 느끼게 만들어 비판적 사고의 출구를 완전히 차단한다.


로버트 치알디니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심리마케팅학과 명예교수는 저서 '설득의 심리학'에서 권위, 희귀성, 사회적 증명을 인간이 가장 쉽게 복종하는 세 가지 조건으로 꼽았다. 사이비 집단은 이 세 가지를 동시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고립이 만드는 세계: 집단 안에 갇히면 현실이 뒤틀린다


마켄지의 신자들은 외부 세계와 철저히 단절돼 있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집단 심리 연구자 마거릿 싱어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심리학과 교수는 사이비 집단의 가장 핵심적인 통제 수단이 '정보 차단'이라고 분석했다. 외부와의 접촉이 줄어들수록 집단 내부의 세계관이 유일한 현실처럼 느껴진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집단 사고(Groupthink)'라고 부른다. 집단 내부에서는 구성원 모두가 같은 믿음을 공유하기 때문에 '다들 그렇다니까 맞겠지'라는 사회적 증명의 착각이 강화된다. 2019년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 보고서에 따르면, 고립된 종교 집단 내 구성원의 약 72%가 집단 외부 정보를 의식적으로 거부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 이 효과는 극대화된다. 삶이 불안하고 갈 곳이 없을수록 사람들은 확실한 답을 주는 집단에 더 강하게 매달린다. 마켄지의 신자 상당수가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가족을 잃은 슬픔을 안고 있었다는 점은 이 심리를 여실히 보여준다.



한번 믿으면 왜 못 빠져나올까: '인지 부조화'가 갇히게 만든다


신자들이 집을 팔고, 직업을 버리고, 가족과 연을 끊고 집단에 헌신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자. 그 많은 것을 포기했는데 '사실은 거짓말이었다'고 인정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레온 페스팅거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심리학과 교수가 정립한 '인지 부조화 이론'은 이 현상을 설명한다. 사람은 자신의 행동과 신념이 충돌할 때 행동을 바꾸기보다 신념을 더욱 굳혀 갈등을 해소하려 한다.


페스팅거 교수는 1954년 한 사이비 종말론 집단을 직접 잠입 연구한 결과, 예언이 빗나간 뒤에도 신자들이 오히려 믿음을 강화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우리의 기도가 세상을 구한 것'이라는 새로운 해석이 등장했고 아무도 떠나지 않았다. 많이 희생할수록 더 쉽게 떠나지 못하는 역설, 이것이 사이비 집단이 작동하는 핵심 원리다.


마켄지 사건에서도 아이에게 굶주림을 강요한 부모들을 단순히 '나쁜 사람'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은 그것이 자녀를 천국으로 보내는 사랑의 행위라고 진심으로 믿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 믿음을 심어준 것이 바로 조직적인 심리 조작이었다.



나는 절대 안 속는다는 착각: 우리 모두의 취약성


'나라면 절대 저런 집단에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위험 신호다. 스티븐 하산 미국 하버드대 의학대학원 연구원이자 사이비 집단 전문가는 "어떤 사람이든 적절한 조건이 갖춰지면 통제적 집단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삶의 급격한 변화, 사별, 실직, 이사 등 심리적으로 취약해진 시기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주변에 갑자기 한 가지 믿음에만 집착하거나, 특정 단체 외의 사람들을 멀리하거나, '우리 집단만이 진리'라는 말을 반복하는 이가 있다면 가볍게 넘기지 말자. 멀어지는 것 같아도 꾸준히 연락을 유지하는 것이 외부와의 연결고리를 붙들어 주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한 사람의 안부 메시지가 누군가를 위험한 세계 밖으로 이어주는 끈이 될 수 있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13139
  • 기사등록 2026-11-07 09:46:24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