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sychology Times=정지우 ]

어린이에게도 품위가 있다. 

흔히들 ‘품위’라는 단어를 들으면 정장을 갖춰입은 어른의 세계에서 사용되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린이의 세계에도 품위는 존재한다. 그것이 비록 어른세계의 규칙에서 약간 벗어났을지라도,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자신을 낮추지는 않는, 그런 품위가 어린이에게도 있다.

저자는 '어린이의 품위'라는 챕터에서 여러 어린이들의 정중한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존댓말을 들은 어린이는 살짝 긴장하면서도 더욱 예의 바르게 대답하려고 노력한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어린이들도 어른들처럼 품위를 보이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어린이가 어른이 되는 과정 중에 가장 크게 작용하는 학습법은 모방이다. 행동심리학자 손다이크에 의하면, 모방의 정의는 ‘행동이 이루어지는 것을 관찰함으로써 해당 행동을 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모방은 행동을 처음 학습하는 사람에게 가장 쉽게 채택되는 학습기제이다. 모든 것을 처음 배우는 어린이들은 어른들의 모방하며 행동을 학습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의 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지 알기위한 다수의 발달 검사에는 모방행동을 측정하여 어린이의 인지 및 사회 능력 발달이 정상적인지를 검사한다. 갓 태어난 신생아도 타인의 얼굴 움직임을 따라하는 것을 통해, 모방능력이 인간의 선천적인 능력임을 알 수 있다. 

어린이들은 특히 자신이 신뢰하는 상대방의 행동을 더 잘 모방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은 부모나 선생, 혹은 그들이 신뢰하는 어른의 모습을 관찰하고 따라한다. 그렇다면 어린이들은 신뢰하는 사람의 모든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가? 아니다. 어린이들은 모방할 때 타인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것을 자신 나름대로 이해하여 모방한다. 특히 어린이들은 모방하려는 대상이 자신과 눈을 마주치거나, 자신에게 말한다는 언어적 단서(‘지금부터 내가 하는 것을 잘 봐’) 등이 있으면 더욱 적극적으로 행동을 모방한다. 

어린이들에게 세상은 온통 배울 것 천지이다. 배운다고 의식하지 않아도 한번 보거나 경험한 것은 어린이의 말과 행동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아이들 앞에서는 찬물도 가려마셔야 한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다’와 같은 말은 아이들이 어른들의 세계를 고스란히 모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어른들이 어린이 앞에서는 행동을 조심히 해야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책의 저자는 어린이가 품위를 보일 때, 그것을 귀여워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마찬가지의 진지함으로 대할 것을 강조한다. 어린이들의 시도는 당연히 미숙하다. 그러나, 그 행동들을 존중하고 진지하게 대해야 어린이가 그 반응까지 모방하여 ‘품위있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유튜버 ‘헤이지니’와 방송인 ‘박나래’의 유튜브 콘텐츠인 ‘헤이나래’가 어린이들에게 부적절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폐지되었다. 일부에서는 콘텐츠 제작의 자유를 근거로 과한 처사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린이들에게 무한한 신뢰를 얻고 있는 ‘헤이지니’로 인해 아이들이 ‘헤이나래’ 콘텐츠를 접하고, 그 콘텐츠를 모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더욱 제작에 있어 주의했어야 한다고 본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어린이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주는 것은 어른의 역할이다. 어린이가 귀엽고 사랑스럽다면, 그들을 더욱 존중하고 진지하게 대하는 것이 어떨까. 

어린이들은 어른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며 품위있는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고, 품위있는 사회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좀 더 나은 사회는 이렇게 만들어질 것이다.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저, 사계절 출판, 2020.

사진출처 : 알라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