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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페르세우스 ]


며칠 전에 동네마트를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눈에 띄는 대형 현수막을 발견했습니다. 나름 이름이 알려져 메이저급으로 손꼽히는 유명 학원에서 초등의대반을 개강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학구열이 꽤 높은 편에 속합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제가 가진 가치관 안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의대반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과정을 아이가 소화한다는 건 좀 오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먼발치에서 보이는 간판에 적힌 의대반이라는 단어에 위화감과 거부감이 확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더 씁쓸하게 와닿은 사실은 이 건물 아래쪽에 보이는 신경정신과 병원 간판이 두 개나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아마 같은 건물에 두 군데의 병원이 있어도 충분히 영업이 가능하다고 판단을 한 모양이죠.

 

궁금해져서 찾아봤습니다. 초등의대반은 대체 어떤 커리큘럼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말이죠. 놀랍게도 입학가능한 시기가 초등학교 3학년이었습니다. 한창 놀아야 할 시기에 선행의 늪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아이들이 있다는 의미였기에 이 정도로 일찍 준비해야 의대에 갈 수 있는 거냐는 의구심이 들었죠.




한편으로는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의대를 보내서 의사를 시키고 싶은 부모님들의 심리도 궁금했습니다. 지금은 불확실성의 시대이자 제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시대이지만 우리 부모들 세대에서는 그래도 아이의 직업은 뭐니 뭐니 해도 의사라는 믿음은 변하지 않았던 것이죠.


이번 2023학년도 수시합격자들의 현황도 이런 믿음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일반학과를 합격한 학생들이 거의 대부분 의대를 선택한 것이죠.


잎으로 다가올 10~15년 후의 미래, 그러니까 지금 3학년 아이들이 사회생활을 하게 될 시점에서도 가장


유망하고

돈도 많이 벌며

직업만족도도 높을뿐더러

사회적으로도 인정받는

직업이


의사뿐이라면 너무 재미도 없고 슬플 듯합니다. 이 상황을 이해해보려고 나름대로 노력해봤지만 쉽지가 않네요.


제가 미래의 흐름을 못 읽고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건지에 대하서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들었던 학원 현수막이었네요


한 줄 요약 : 전부 다 의사가 되면 환자는 누가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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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4-06 14:3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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