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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금기에 대한 문화유물론적 해석 - 왜 신(神)은 어떤 음식을 먹지 말라 하는가?
  • 기사등록 2021-04-29 12:10:49
  • 기사수정 2021-04-30 10:3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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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차이는 단일한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우월하고 열등한 문화란 없다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문화상대주의를 체화하고 '상대적'으로 다른 문화를 보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어나서 지금껏 한 문화의 영향력 아래서 살아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말인즉, 우리는 익숙한 내 문화를 기준으로 다른 문화들을 줄 세울 준비가 돼 있다는 뜻입니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그것이 우리가 다른 문화를 접했을 때 기본적으로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래서 문화상대주의적인 시각을 갖는다는 것이 어렵다는 겁니다.

가장 익숙한 문화의 예로 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한국사람들은 소, 돼지, 닭, 개, 말, 양, 염소, 생선 등등 전통적으로 딱히 안 먹는 고기가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문화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인도사람들은 소고기를 안 먹고, 이슬람 문화권은 돼지고기를 안 먹습니다.

말이야 다른 문화의 관습이니 존중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사실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소고기? 세상에 없어서 못 먹죠.. 머리(국밥), 내장(곱창), 뼈(사골), 고기(부위별로..) 한국사람들은 소를 어디 한군데 버리지 않고 다 먹습니다.



돼지는 어떻습니까? 소보다 더합니다. 소보다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터라 서민적인 느낌이 강한 돼지고기는 좀전에 말씀드린 부위들은 물론이고 껍데기까지 벗겨먹습니다. 그렇게 맛있는 소고기 돼지고기를 안 먹는 사람들이 있다니... 도대체 왜?

이유을 알아보니, 인도에서도 이슬람 문화에서도 신(神)이 소,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고 했답니다.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도의 신들(힌두교)은 소가 신성한 존재이므로 먹어서는 안된다고 했고, 이슬람의 신(알라)은 돼지가 부정한, 즉 더러운 짐승이므로 먹지 말라고 했습니다.

자, 여기서 우리는 반사적으로 이런 생각이 들게 돼 있습니다. "아니 왜 그걸 먹지 말라고 그래? 이상한 신들이네?" 우리의 전통적 사고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불교에서 육식을 금하기는 하나 스님들에 한정된 것이고 속세에 사는 중생들은 아무 고기나 먹을 수 있었지요. 그리고 짐승이 더러우면 깨끗이 씻어 먹으면 될텐데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힌두교(인도)와 이슬람교를 '이상한', '비합리적인' 종교라고 인식하게 되는 것입니다. 다른 문화와 비교하는 순간 우리의 습관이 절대적인 기준이 돼 버리는 것이죠. 이는 사실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사회의 유지를 최우선의 목적으로 하는 문화는 다른 문화를 우선 배척해야 할 대상으로 분류합니다.

하지만 다양성을 인정하고 문화 간 상호작용이 필수적인 현대 사회에는 '문화상대주의'라는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자는 철학을 받아들였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입니다. 따라서 아무리 이상해 보이는 다른 나라의 문화도 일단은 '나름의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해서 오늘은 음식문화를 예로 문화상대주의적 시각을 연습(?)해 보는 시간을 마련해 보았습니다.

왜 어떤 문화에서는 특정 음식을 안 먹을까?

인류학에서도 오랜 숙제였던 이 문제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 놓은 것은 마빈 해리스라는 학자였습니다. 그는 인도에서 쇠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와 이슬람 문화에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를 그들이 처한 환경적 조건과 그들의 생존방식에서 찾았습니다. 그의 설명을 한번 따라가 보실까요?

먼저 인도입니다. 인도는 농사로 먹고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농경문화지요. 게다가 인도는 예전부터 사람이 많이 살았습니다. 많은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농사를 열심히 지어야 합니다. 한정된 농지에서 더 많은 소출을 내려면 소가 농사에 꼭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대개의 농경문화권에는 '춘궁기'가 있습니다. 춘궁기란 새 곡식을 추수하기 전에 지난해 거둔 곡식이 떨어지는 기간을 말합니다. 또 예전에는 농사기술이라든지 자연재해의 영향으로 기근도 지금보다 잦았습니다. 이렇게 먹을 곡식이 떨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게 소일 겁니다. 그런데 소를 잡아먹어 버리면 그 다음부터는 사람의 힘만으로 농사를 지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당장 거둬들이는 곡식의 양이 줄어듭니다. 소가 밭을 갈아도 훨씬 깊게 많이 갈 수 있는거죠. 우리나라도 소 한 마리 있으면 엄청 든든하고 뿌듯하던 시절이 있었지요. 사람들 수십 명이 하루 종일 갈아야 할 밭을 소 한 마리 있으면 한 나절이면 갈아버리거든요.

소출이 줄면 그 지역에서 먹여 살릴 수 있는 인구가 줄어듭니다. 이는 결국 사회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지요. 그래서 아무리 배가 고파도 소를 잡아먹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소는 어떤 존재입니까? 소가 있기에 농사를 지을 수 있고 사람들이 생명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소중한(신성한) 존재입니다. 이것이 인도사람들이 소를 신성한 존재로 여기고 먹지 않는 이유입니다.



다음은 이슬람 문화입니다. 이슬람이 발원한 중동지역은 전통적으로 유목을 하는 지역입니다. 주로 양을 기르지요. 그런데 왜 돼지를 먹으면 안될까요? 여기에는 유목의 특성과 돼지의 특성이 동시에 개입됩니다.

아시다시피 유목은 이동이 필수입니다. 우리 양떼가 이쪽 풀을 다 뜯어먹었으면 풀이 있는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돼지에게는 사람들을 따라가지 못할 비밀이 있습니다.  돼지는 사실 피부가 연약합니다. 보통 발그레한 분홍색을 '돼지핑크'라고 하는데 돼지의 피부가 핑크색인 이유는 털이 성글기 때문에 피부가 비쳐서 그런 거거든요.



그래서 돼지는 햇볕에 취약합니다. 이것이 돼지가 진흙탕에서 구르는 이유입니다. 나름 '썬블락'을 하는 것이죠. 진흙이 없으면 자기가 싼 똥오줌 위에서 구릅니다. 피부가 타서 괴로운 것보다는 더러운 것이 낫다는 거지요. 이런 습성 때문에 돼지가 더럽다는 인식이 있는데 사실 돼지는 깔끔한 동물입니다.

아무튼 이런 이유 때문에 돼지는 반드시 '숲'에서 살았습니다. 나무 그늘이 햇볕을 가려주고 숲 속에는 진흙구렁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동을 해야하는 유목민들 입장에서 돼지를 기르려면 숲 근처에 정착을 해야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러니 돼지는 어떤 존재입니까? 돼지를 먹으려다간 유목을 못하게 되니, 사람들의 생존을 어렵게 하는 나쁜(부정한) 존재인 것이죠. 이것이 이슬람 문화에서 돼지를 부정하게 여기고 먹지 않는 이유입니다.

문화는 환경과 생존방식 등 물질적인 조건들의 영향 하에서 발달한다는 해리스의 이러한 설명을 문화 유물론(Cultural materialism)이라고 합니다.

왜 신(神)의 명령인가?

이처럼 인도가 소고기를, 이슬람 문화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데는 그들의 생존방식과 관련된 이와 같은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볼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 금기가 다름아닌 신(神)의 명령이라는 것입니다. 왜 음식을 먹지 말라는 명령은 신(神)에게서 나와야 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소고기, 돼지고기가 맛있기 때문입니다 ㅠㅠ.
당장 먹을 게 없는데 눈 앞의 소를 먹지 말아야 한다니.. 보통 인내심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참지 않으면 사회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돼지고기? 맛있습니다. 촉촉한 지방과 육즙의 조화.. 글을 쓰면서도 침이 고입니다. 그러나 돼지를 기르려다간 유목을 접어야 합니다. 사회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문화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낸 가치와 습관들입니다.

사회유지라는 절대절명의 목표를 위해, 그 명령은 한낱 인간에게 나와서도 안되고 한시적이어서도 안되는 것입니다. 인간의 명령은 권위가 서지 않고 또 오랜 시간을 지속할 수 없습니다. 역사적으로 통치자에 의해 특정 음식에 대한 금지령 같은 것이 숱하게 내려졌지만 그것이 수십 년 이상을 지속된 사례가 없습니다.

인간이라는 한계와 시간를 초월한 존재, 그것이 바로 신(神)입니다. 종교, 즉 초월적 존재에 대한 믿음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신념 중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해 왔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문화의 가장 내밀하고 강력한 힘은 종교에 있다고 볼 수 있지요.



초월적 존재의 명령에 따르면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만큼 '삶'이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겠지요. 그러니 각 나라의 음식문화는 그 사람들의 삶이자 신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예로 든 인도와 이슬람의 금기들은 직접적인 '신의 명령'으로 해당 문화 사람들에게 이를 어긴다는 것은 신을 거스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부 한국인들이 힌두나 이슬람 문화권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짓궂게 권하면서 '장난'쯤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장난이 아니라 다른 문화와 신앙에 대한 크나큰 결례라는 것을 기억해 두셨으면 합니다.

문화적 금기, 그것도 종교와 관련된 금기를 가지고 그런 '장난'을 쳐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그들의 문화가 우리보다 못하다는 것을 깔고 들어가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한선생이 여러 번 언급한 '사회진화론'적 문화인식의 잔재입니다. 그리고 진화론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는 모든 문화가 나름의 타당한 이유를 갖고 발전해 왔다는 문화상대주의적 관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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