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이 또 왔다"… 128만 명이 지갑 여는 심리, 뭐가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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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잠 못 드는 밤이 왔다"… 128만 명이 지갑 여는 심리, 뭐가 다를까?


밤 11시. 천장을 바라보며 뒤척인 지 두 시간째다. 내일 중요한 회의가 있는데, 머릿속은 오히려 더 선명하게 돌아간다. 스마트폰을 집어 들어 '숙면에 좋은 것'을 검색하다 보면 어느새 수면 안대, 아로마 디퓨저, 멜라토닌 보조제까지 장바구니에 담겨 있다.


이런 경험, 나만 하는 게 아니다. 국내 수면장애 진료 인원이 128만 명을 넘어섰고, '슬리포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수면과 경제학의 합성어인 슬리포노믹스는 말 그대로 잠을 사는 시대가 됐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잠을 돈으로 해결하려 할까? 심리학은 이 현상을 흥미롭게 들여다보고 있다.



불면이 만드는 통제 욕구: 잠들지 못할수록 무언가를 사고 싶어진다


수면 부족은 단순히 피곤함만 남기지 않는다. 에티 벤-사이먼 미국 UC버클리 신경과학·심리학과 연구원이 2022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하룻밤만 제대로 못 자도 뇌의 보상 회로인 측좌핵이 과활성화되면서 충동적 소비 성향이 평균 23% 증가했다. 잠을 못 잔 사람은 더 자극적인 것에 반응하고, 더 쉽게 지갑을 연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통제 욕구 보상 기제'라고 설명한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은 자신이 가장 기본적인 신체 기능조차 통제하지 못한다는 무력감을 준다. 이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뇌는 '내가 뭔가를 선택하고 구매하는 행위'에서 통제감을 찾으려 한다. 수면용품 구매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불안을 다스리는 심리적 의식인 셈이다.


실제로 국내 수면 관련 시장은 2020년 이후 연평균 15% 이상 성장하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프리미엄 매트리스, 수면 추적 기기, 멜라토닌 보조제까지 소비자들은 평균 월 3만 원에서 10만 원 이상을 숙면을 위해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슬립맥싱의 심리: 완벽한 수면을 향한 집착이 오히려 잠을 쫓는다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슬립맥싱'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수면의 질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모든 환경과 루틴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스마트 수면 밴드로 렘수면 시간을 측정하고, 취침 3시간 전부터 조명을 낮추고, 취침 전 보조제를 챙기는 식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 집착이 불면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다니엘 테일러 미국 노스텍사스대 심리학과 교수가 2019년 불면증 환자 27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수면에 대해 과도하게 모니터링하고 완벽한 숙면을 추구하는 사람일수록 역설적으로 입면 시간이 평균 31분 더 길었다. '잘 자야 한다'는 압박 자체가 각성 상태를 유지시키는 것이다. 이를 '수면 위생 강박'이라고 부른다.


우리 뇌는 무언가를 하지 말라고 강하게 명령받을수록 오히려 그 생각을 더 떠올리는 성질이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아이러닉 프로세스 이론'이라고 한다. 하얀 곰을 떠올리지 말라고 하면 더 선명하게 하얀 곰이 떠오르듯, 잠들어야 한다고 집착할수록 뇌는 오히려 깨어 있으려 한다.



현대인의 수면을 빼앗는 진짜 범인: 뇌가 쉬지 못하는 이유


수면 문제의 근본에는 만성 스트레스와 과각성 상태가 있다. 매튜 워커 미국 UC버클리 신경과학·심리학과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현대인의 수면 문제를 '진화적 불일치'로 설명한다. 인간의 뇌는 위협이 사라진 뒤에야 긴장을 푸는 구조로 설계됐는데, 현대 사회에서는 위협이 사라지는 순간이 없다는 것이다. 직장 걱정, 경제 불안, SNS 알림이 24시간 뇌를 자극한다.


특히 스마트폰은 수면의 최대 적이다. 취침 전 스마트폰 화면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가 멜라토닌 분비를 최대 50%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 수면의학회지에 2023년 게재됐다. 하지만 수면용품을 검색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수면 문제가 개인의 의지나 환경 탓만은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202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 중 30대와 40대가 각각 15.3%, 19.7%를 차지했다. 가장 바쁘고 스트레스받는 나이대가 가장 잠을 못 자고 있는 것이다.



오늘 밤 잠드는 법: 돈 쓰기 전에 먼저 해볼 수 있는 것들


심리학자들이 가장 강조하는 수면 개선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 딱 하나다. 비싼 수면 기기보다 기상 시간을 고정하는 것이 뇌의 일주기 리듬을 안정시키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 수면 연구자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또한 잠이 오지 않을 때 침대에 계속 누워 있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다. 침대를 수면 외의 용도로 사용하면 뇌가 침대를 각성 공간으로 인식하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수면을 포기하는 것이다. '오늘 좀 못 자도 괜찮아'라는 마음이 역설적으로 더 빨리 잠들게 해준다. 수십만 원짜리 수면 기기를 장바구니에 담기 전에, 오늘 밤만큼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멍하니 천장을 보는 시간을 허락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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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11-04 10: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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