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인데 왜 반대해?"…젝스키스 팬덤이 고지용 복귀를 막으려는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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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팬인데 왜 반대해?"…젝스키스 팬덤이 고지용 복귀를 막으려는 심리


좋아하는 사람이 돌아온다는데, 왜 반갑지 않을까. 20년 넘게 한 그룹을 응원해온 팬들이 멤버의 복귀를 막겠다고 성명을 낸다는 것은, 얼핏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모순처럼 보이는 행동 안에는 꽤 정교한 심리학적 메커니즘이 숨어 있다.


그룹 젝스키스 출신 방송인 고지용이 23년 만에 프로필 촬영을 마치고 본격적인 활동 재개를 알린 가운데, 젝스키스 팬덤 일부는 공식 성명을 내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혼 논란, 양육비 미지급 의혹, 디너쇼 갈등 등 복잡한 사정이 얽혀 있지만, 팬들의 반응은 단순한 도덕적 판단 그 이상이다.



팬덤의 반대가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인 이유: 심리적 소유감이 작동할 때


팬이 아이돌에게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동경이 아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준사회적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라고 부른다. 준사회적 관계란 실제로 직접 만난 적 없는 미디어 속 인물에게 마치 친밀한 관계를 맺은 것처럼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현상을 말한다. 1956년 호튼과 월 두 연구자가 처음 개념화한 이래, 오늘날 팬 심리 연구의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이 관계가 깊어지면 팬은 아이돌에 대해 일종의 '심리적 소유감(psychological ownership)'을 갖게 된다. 미국 일리노이대 경영심리학과 존 피어스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심리적 소유감은 대상에 오랜 시간과 감정을 투자했을 때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20년 넘게 한 그룹을 응원해온 팬이라면, 그 그룹의 '이미지'와 '방향성'에 대해 강한 주인의식을 느끼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심리 반응이다.


문제는 이 소유감이 '그룹을 보호하고 싶다'는 형태로 표출될 때다. 고지용의 복귀가 나머지 멤버들에게 미칠 영향, 혹은 그룹 전체 이미지에 가져올 변화를 걱정하는 팬들의 반대는, 사실 오랜 투자를 지키려는 심리적 방어 기제일 수 있다.



도덕적 판단인가, 감정적 배신감인가: 팬이 느끼는 '기대 위반'의 충격


팬덤이 고지용에게 느끼는 감정의 핵심은 '기대 위반 이론(expectancy violation theory)'으로 설명할 수 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커뮤니케이션학과 주디 버군 명예교수가 제안한 이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가까운 관계의 상대방에 대해 특정한 행동 기대치를 갖고 있으며, 그 기대가 어긋날 때 실망을 넘어 배신감에 가까운 감정을 느낀다.


팬들이 아이돌에게 갖는 기대는 단순히 '좋은 무대'가 아니다.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도덕적 기대가 함께 작동한다. 양육비 미지급 의혹이나 이혼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은, 팬들이 오랫동안 품어온 '고지용이라는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흔들었다. 이때 느끼는 충격은 낯선 타인에 대한 실망과 질적으로 다르다. 준사회적 관계에서 형성된 친밀감이 클수록, 기대가 무너졌을 때의 배신감도 그만큼 강해지기 때문이다.


2022년 미국 심리학회지 '심리학과 대중문화' 연구팀이 성인 팬 84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아이돌과 준사회적 관계 강도가 높은 팬일수록 해당 아이돌의 도덕적 실수에 대한 정서적 반응 강도가 최대 2.3배 높게 나타났다. 더 오래, 더 깊이 좋아할수록 상처도 더 크다.



팬덤의 정체성이 걸린 문제: '우리'가 지켜온 것을 지키고 싶다


젝스키스 팬덤의 반응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사회적 정체성(social identity)' 문제다. 영국 브리스톨대 심리학과 헨리 타즈펠 교수가 제안한 사회정체성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가치와 이미지를 자신의 자아 일부로 받아들인다. 오랜 팬이라면 '젝스키스 팬'이라는 정체성 자체가 자기 자신의 일부가 된 셈이다.


이 맥락에서 팬들이 성명을 낸 행동은 단순히 고지용 개인에 대한 반대가 아니다. 자신들이 수십 년간 함께 만들어온 팬덤의 이미지와 그룹의 정체성을 지키겠다는 집단적 선언에 가깝다. 반대 성명을 낸 팬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연대감과 소속감도 같은 메커니즘으로 설명된다. 집단이 외부 위협으로 인식하는 대상에 맞설 때 내부 결속은 오히려 강해지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팬덤 갈등이 고지용 개인의 복귀 여부와 별개로 이미 팬 커뮤니티 내부 역동을 바꿔놓고 있다는 것이다. 복귀를 환영하는 팬과 반대하는 팬 사이의 분열, 그 과정에서 각자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하려는 심리가 복잡하게 얽히며 팬덤 자체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팬이기에 더 아프다: 사랑과 실망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


팬이 아이돌에게 반대 성명을 낸다는 것, 얼핏 모순처럼 보이지만 심리학적으로는 오히려 관계가 깊었다는 증거다. 무관심한 사람은 굳이 성명을 내지 않는다. 반대와 실망은 종종 애정의 다른 얼굴이다. 고지용을 향한 팬들의 복잡한 감정도 마찬가지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양가감정(ambivalence)'이라고 부른다. 한 대상에 대해 사랑과 실망, 기대와 분노가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다. 중요한 것은 이 양가감정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그 관계가 단순한 소비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 팬덤의 갈등을 지켜보며 '나는 왜 저렇게까지 하나' 싶다면, 한번 떠올려봐도 좋다. 내가 오래 좋아했던 것, 오래 응원해왔던 사람이 있다면, 그 감정이 얼마나 복잡해질 수 있는지를. 사랑했기 때문에 더 아픈 것이고, 아프다는 것은 여전히 그 관계가 살아 있다는 의미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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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11-04 10: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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