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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롤러코스터는 언제나 탑승 가능합니다 - 롤러코스터같은 인생, 그 안에 담긴 심리는 무엇일까?
  • 기사등록 2021-06-21 15:11:58
  • 기사수정 2021-06-21 15: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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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출처: pixabay)

[심리학 신문_The Psychology Times=양다연 ]


 2018년 종영된 MBC의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2010년 3월자 알래스카 특집 방송이 화제다. 알래스카 교포 최규재씨가 무한도전을 본 적이 있냐는 출연진의 질문에 "무한~ 도전~!"이라는 구호 대신 잘못 외친 "무야~호~!"라는 한 마디가 그 원인이다. 그의 한 마디는 SNS, Youtube 등에서 영상, 사진을 넘어 각종 패러디로 활용되며 11년만에 MBC의 지상파 프로그램에 재등장해 그 인기를 증명했다. 그 외에도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화제는 많다. 비대면 트렌드를 살린 영상 가상 데이트 컨텐츠 'B대면데이트'부터 인기 노래나 춤을 십여초간 따라해 자신의 SNS에 업로드하는 각종 'ΟΟ챌린지'까지. 오늘날 인터넷은 여러 '숏폼 콘텐츠(short-form content)'로 가득하다. 


광고·홍보용 영상 길이 분포(출처: 메조미디어) 숏폼 콘텐츠는 글자 그대로 짧은 형태의 영상을 의미하는데, 몇 초부터 십여분 이내까지 범위가 다양하다. 주요 소비층은 일명 'Z세대'. 일반적으로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를 이르는 말이다. 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그의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 Z세대의 이러한 소비행태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여 이들을 '롤러코스터족', 줄여서 '롤코족'이라고 부르기를 제안했다. 롤러코스터처럼 빠르고, 순식간에 끝나지만 큰 재미와 여운을 준다는 것이 이유다. 그렇다면 롤러코스터같은 인생을 즐기는 Z세대의 심리는 무엇일까? Z세대가 롤코족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함께 그들의 심리를 살펴보자.



 1. 내일도 내 일이지만 오늘도 내 일인걸: 이중적 시간관



 미국의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Philip G. Zimbardo)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현재쾌락적' 시간관을 가진 인간과 '미래지향적' 시간관을 가진 인간 사이에 나타나는 일관된 상관관계는 없다. 즉, 미래를 꼼꼼하게 준비하는 사람이라도 현재의 쾌락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오늘만 살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에게도 미래를 위한 철저한 계획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인간 내면에 있는 미래와 현재에 대한 복합적 심리는 경제, 사회 불안으로 인해 불안이 내재화된 오늘날의 Z세대가 미래를 계획하는 동시에 현재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미래는 언제나 불안하기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불안한 미래이기에 그만큼 지금 이 순간만이라도 행복해야 한다는 심리를 갖게 된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의 장기화까지 덮쳐 사람들은 불안정한 현실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느낄 수 있을만큼 강력한 소재를 찾고있고, 이에 가장 적합한 소재인 숏폼이 그렇게 상승세를 타게 되었다. 태어날 때부터 모바일과 함께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이기도 한 Z세대는 다양한 숏폼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콘텐츠 시장을 키우고 있고, 롤코족의 범위를 Z세대에서 X, Y세대로까지 넓히고 있는 추세이다. 더불어 그들의 이러한 소비행태는 온라인 콘텐츠 시장을 넘어 주식, 재테크, 부동산 투자나 재무관리 상품에까지 영향을 끼치며, 이제는 오프라인에서도 기업들은 숏폼 콘텐츠와 같이 '짧고 굵은' 인상을 주는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2. '같이의 가치'보다는 '가치의 가치': 자본주의 키즈들의 자본주의 심리



 자본주의 시대에 태어난 Z세대는 '자본주의 키즈'라고 불리기도 한다. 자본주의 시대를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본주의 키즈가 될 수 있으나 특별히 Z세대는 그 어떤 세대보다 자본의 속성과 흐름을 '본능적으로' 아는 세대라는 점에서 기존 세대와는 차이가 있다. 자본주의가 아닌 세상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 Z세대가 자본주의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 사회에 누구보다 잘 적응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그들은 사회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변화가 옮겨가는 바로 그 곳이 그들이 재빠르게 적응해야 할 가치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Z세대가 다른 세대보다 '자기효능감'이 높은 세대라는 점은 사회의 변화를 향해 곤두선 그들의 신경을 더욱 예민하게 만든다. 자기효능감이란 자신이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능력이 있다고 믿는 기대를 의미하는 심리학 용어이다. 스스로에게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있는 Z세대는 자신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가 재미, 정보, 이익을 불러올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심리와 자본주의 시장의 마케팅 전략이 맞물리며 Z세대를 완전한 자본주의적 인간으로 만든다. 이 때, 시장에서 사용되는 대표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기업의 '진부화(Obsolescence)'를 들 수 있다.  진부화란 새 상품 출시를 위해 기존의 상품을 구식으로 만드는 관행을 의미하는데, 계획적 진부화, 경제적 진부화 등 여러 종류의 진부화 전략 중 가장 흔하게 쓰이는 것이 '심리적 진부화'이다.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기 전에 우선 소비자의 마음이 이전의 상품을 떠나 새 상품을 향하게 만드는 것이다. 톱니바퀴가 맞물려 굴러가듯, 자본주의의 흐름 속에서 다양한 요소들이 한 데 뭉쳐 숏폼 시장을 더욱 과열시킨다. 성장하고 있는 숏폼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대부분의 Z세대가 숏폼 콘텐츠를 즐기고, 공유하며 일부는 직접 숏폼 콘텐츠를 생산하기도 한다. 숏폼이 지닌 가치가 얼마나 가치있는 것인지 알기에, 그들은 더욱 숏폼에 열광한다.




 숏폼 콘텐츠는 Z세대를 비롯해 바쁜 현대인들에게도 웃음과 휴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높은 이동성과 휴대성은 '내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와주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적합하고, 매일 생겨나는 색다르고 특이한 콘텐츠는 반복되는 일상에 신선한 재미를 제공한다. 영상에 달린 댓글들 또한 훌륭한 감초 역할을 한다. 가수 비가 2017년 발표한 노래 '깡'은 2020년 초, 3년만에 음원 차트에 오르며 역주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의 노래와 춤을 즐기기 위해 깡을 찾는 사람보다 뮤직비디오 영상에 달린 댓글을 보기 위해 깡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영상에는 "가로로 보면 비극, 세로로 보면 희극"이라는 댓글이 있는데, 큰 가로 화면으로 그의 춤만 보는 것은 재미가 없지만 화면을 세로로 해서 댓글과 함께 보면 재미있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숏폼 콘텐츠는 영상 자체를 능가하는 재미난 콘텐츠를 생산해내며 한국 인터넷 사회의 원활유가 되고 있다.

 하지만 숏폼 콘텐츠의 문제점에도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다. 숏폼 콘텐츠의 다수는 기존의 영상을 짧게 편집만 하거나 이해하기 쉽고 단순한 내용들을 담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데, 짧더라도 충분한 철학과 의미를 담은 깊이 있는 콘텐츠들이 많이 생성되어야 한다. 아무리 롤러코스터같은 삶을 즐기는 것이 최근의 특징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소비 행태가 반복되면 사람들은 더 자극적이고 화제가 되는 콘텐츠만을 생산하려고 할 것이다. 또한, 짧고 간편한만큼 만들기도 쉬운 숏폼 콘텐츠는 마케팅 전략, 저작권 등의 문제에 있어서도 주의해야할 사항이 많다. 자칫 소비자들이 원하는 콘텐츠가 아닌 매출과 인기만을 위한 콘텐츠를 생산한다면 소비 없는 공급이 될 위험도 있다.

 짜릿한 스릴을 선사하는 롤러코스터를 안전하고 즐겁게 타기 위해서는 우선 안전벨트를 매고 위험 요소를 체크해야 한다. 롤코족으로서의 삶을 즐기기 위한 방법도 이와 다를 것은 없다. 내가 탈 롤러코스터가 안전한지, 나의 부주의로 인해 위험에 처하게 될 사람은 없는지, 마지막으로 내가 안전하게 롤러코스터를 타고 올 수 있는지를 세심히 살펴보자. 모두가 모든 준비를 마쳤을 때, 롤러코스터는 언제나 탑승 가능하다.



출처 표기


김난도 외. 2020. 『트렌드 코리아 2021』. 미래의 창

박주현. 2019. 근거이론을 통한 국내 Z세대의 모바일 동영상 이용행태에 대한 연구-유튜브를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회』, 67(0): 312-327

정은이. 2020. Z세대가 선호하는 방송콘텐츠에 관한 연구: 20대 Z세대를 대상으로 한 심층인터뷰를 중심으로.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58: 141-181

지승학. 2018. Z세대를 위한 주체성 담론 고찰. 『한국영상문화학회』, 33: 127-148

필립 짐바르도·존 보이드. 2016. 『나는 왜 시간에 쫓기는가』. 오정아 옮김. 프런티어

[네이버 지식백과] 숏폼 (시사상식사전)

[네이버 지식백과] 진부화 (매일경제용어사전)

[네이버 지식백과] Z세대 (시사상식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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