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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신문_The Psychology Times=임여정 ]


“벼락치기”는 해야 할 일을 미루고 미루다 마지막에 한꺼번에 몰아서 해결하는 행위다. 시험 기간마다 대학생의 시험 공부법 중 하나로 자주 언급되곤 하는 “사자에게 쫓기는 사슴 공부법”이 대표적이다. 사슴 공부법은 사슴이 사자에게 쫓길 때 생존을 위해 극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처럼, 막판 스퍼트로 모든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대학생들의 핑계이자 유머다. 


해야 할 일을 미루는 “지연 행동”은 대학생에게만 나타나는 것만은 아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해야 할 일을 미루다 낭패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미루는 습관이 반복되며, 고쳐지지 않는다면, 어쩌면 당신은 지나친 완벽주의자일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모든 것을 확실하게 해내야 한다는 강박감이 오히려 미룸을 낳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이런 미루는 현상을 지연 행동이라고 설명한다. 


흔히 일을 자주 미루는 사람은 의지박약이나 게으른 사람으로 여겨진다. 많은 사람이 벼락치기를 하며 자책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미래의 내가 고생할 것을 알면서도 해야 할 일을 미루는 미루게 되는 심리는 뭘까? “심리학, 미루는 습관을 바꾸다”의 저자인 윌리엄 너스는 미루는 습관이 실패를 두려워하는 완벽주의적 강박과 불안감이 유발하는 회피 충동 때문이라고 말한다. 


임상심리학자 윌리엄 너스는 미루는 행동 이면엔 무의식적 회피 본능이 자리한다고 설명한다. 회피는 실패 불안 때문에 나타난다. 머릿속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 결과물과 현실 속 자신의 퍼포먼스 사이에 큰 차이가 있으니 미루기를 선택하는 경우다. 즉 회피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행동으로 도피하길 원하는 일종의 자기 보호 기제다. 


실패 불안의 바탕에는 완벽주의가 깔려 있다. 강박적으로 모든 것이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스스로 자신에게 적용한 엄격한 평가 잣대를 적용하곤 한다. 이들은 곧 평가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낮은 자존감을 경험하기 쉽다. 낮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들은 저조한 성과를 냈을 때 성과의 결과와 자신의 가치를 동일시해 버리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가령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으면 자신도 가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미루고 미루다 마감기한이 가까워져 촉박한 상태로 업무를 해결하는 것은, ‘시간이 많았으면 더 잘했을 것’이란 구실을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완벽주의자들의 자존감을 보호해 준다. 


한편 자기방어 기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일들을 먼저 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중요한 일들은 미루고, 급하지 않은 쉬운 일들을 먼저 처리하며 무언가 하긴 했다는 위안을 얻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성인 ADHD, 우울함, 불안, 회피, 강박 등 완벽주의 외에도 무언가 해야 할 일을 미루는 원인은 많다. 미루는 습관은 단순 시간 관리의 문제가 아니다. 윌리엄 너스는 자신의 마음 상태를 정확히 알아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의 출발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만성적인 미루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는 나를 돌아보는 시도가 선행되어야 한다. 자기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일은 분명 모두가 경험하게 되어있다는 점에서 ‘완벽한 성공’과 ‘완벽한 실패’는 없다. 


미룸, 벼락치기, 자책 사이클에 갇히면 불면증이나 심한 불안 현상을 겪을 수 있다. 만성적인 미루는 습관을 고치고 싶다면 너스의 ‘5분 계획’을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5분 계획”은 무작정 5분간 일을 시작해 보고, 그 일을 다음 5분에도 할지 결정하는 방법이다. 이어지는 5분 동안 계속 결정을 내리며 업무를 수행한다면 결국 마감기한 전에 모든 업무를 다 마친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심리학, 미루는 습관을 바꾸다, 자꾸만 미루는 습관을 이기는 심리훈련, 윌리엄 너스, 저, 갈매나무,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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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6-24 09:5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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