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견디기는 역동적인 것이다. - 삶을 역동적으로 견뎌내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 기사등록 2021-09-15 14:28:03
  • 기사수정 2021-09-15 16:01:21
기사수정
"자, 우리 선수들.
이제 이 시간을 잘 견뎌내야 합니다!"


축구 결승전.

우승컵을 향한 사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전반전과 후반전이 이미 끝난 연장전. 빗장 수비로 지공을 펼치는 상대편의 전술에 엮여, 선수들은 지쳐있었다. 중계 아나운서는 예상된 전술이라며, 흔들리지 말고 좀 더 버틸 것을 간절하게 요구했다.


"자, 우리 선수들. 지금까지 잘해왔어요. 상대가 이렇게 나올 거라는 걸, 감독도 이미 알고 있었어요. 이 시간을 잘 견뎌내야 합니다!"


아나운서의 좀 더 견디라는 그 말은 곧장 내 마음속에 콕 박혔다.

그 말은, 축구장 안에 있는 선수들에게 하는 말로부터 더 확장되어 오늘도 하루를 잘 버티고 견딘 사람들에게 닿지 않았을까라는 엉뚱한 희망마저 갖게 되었다. 

무엇보다 내 마음이 흔들린 건, '견디기는 역동적인 것'이라는 관점의 변화 때문이었다.

아나운서는 선수들에게 좀 더 견뎌낼 것을 요구했으나, 선수들의 견디기는 매우 역동적이었다. 견딘다고 해서, 버틴다고 해서 그저 서있는 게 아니고 오히려 더 사투를 벌이며 전방 압박을 하고 기회를 노렸다. 그렇게 달리고, 넘어지고, 뛰어오르는 것이 그 순간에 필요한 '견디기'였던 것이다.


견디기는 수동적인 것이 아니다!
역동적인 나의 선택이다!



우리 삶은 지난하다.

행복한 일은 가뭄에 콩 나듯 있고, 지리멸렬한 일상은 순탄하지가 않다. 공부를 하고, 출근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 우리는 지쳐 간다. 그래서 집어 든 공감 에세이나 자기 계발서들은 하나 같이 '때려치워'라든가 '버텨라'를 이야기한다. 때려치우라는 이야기들은 통쾌하지만 내 삶을 책임져주진 않는다. 버티라는 이야기 또한 머리로는 이해가 되나 지금 이 순간을 당장 나아지게 할 답은 없다.


물론, 나는 때려치우는 것보단 견디고 버티는 것에 좀 더 의미를 두고 싶다.

삶의 경험을 볼 때, 쉽게 때려치우기보단 견디고 버티면서 얻어낸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경험을 가지고 남에게 그것을 강요할 순 없다. 때려치워서 오히려 성공한 사람들도 있고, 더 이상 버텨서는 안 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그래도 지금을 견뎌내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가 '견뎌내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하찮게, 지겹게 여기지는 않았나 돌아보고 싶다. 어쩌면 내가 그랬기 때문일 것이고, 그래서 '역동적 견디기'가 내 마음을 후벼 팠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무언가를 견디고 버텼다면 스스로를 한 번 돌아봤으면 한다. 

우리는 자주, 견디기가 매우 수동적이며 어찌할 수 없는 자의 패배적 선택이라 생각한다. 그럴 수 있다. 그러니 우리 삶은 힘든 것이다. 내 맘대로 세상은 돌아가지 않을뿐더러, 세상은 나만을 위해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나 자신마저, 나를 내동댕이쳐선 안된다.

나의 견디기를 폄하하기보단, 오히려 드높여 주는 게 나에 대한 도리가 아닐까. 우리의 견디기와 버팀이 그 얼마나 역동적이었는지, 얼마나 열심을 다한 결과인지. 그러한 순간에 우리는 얼마나 성장하고 많은 것들을 얻었는지를 적어도 나는 나에게 의미를 부여해야 하지 않을까.


다시, 견디기는 수동적인 것이 아니다.

역동적인 나의 선택이다. 지금 내 삶이 무언가를 견뎌내고 있어 힘들거나 비참하다는 생각이 들면, 그것의 역동성에 주목해보자. 누군가 시킨 게 아닌, 나의 선택이란 걸 상기하자. 뻔하고 뻔한 이야기처럼 들려도 좋으니, 그것 하나만 해보자. 그러면 좀 더 견딜 용기가 난다.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내가 역동적으로 얻어낸 것들을 소중히 여길 수 있다. 


나는 오늘도 자신의 삶을 역동적으로 견뎌내는 모든 사람들을 응원하고, 나를 포함한 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2000
  • 기사등록 2021-09-15 14:28:03
  • 수정 2021-09-15 16:01:2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