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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마음에 그렇지 못한 태도 - 정서와 정서표현의 이형적인 관계에 대하여
  • 기사등록 2021-09-23 09: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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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신문_The Psychology Times=김예림 ]



 사람의 마음이란 썩 잘 모르겠다. 대회에서 우승하면, 분명 기쁠텐데 행동은 슬픈 것처럼 눈물을 흘리고 화난 사람처럼 주먹을 쥔다.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에 마주하면, 분명 혼란스럽고 화가 나는데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귀여운 대상을 보면, 깨물어주고 싶다는 공격적인 언어를 사용한다. 이처럼 우리는 정서와 정서표현의 의미가 서로 다른 것 같은 이상한 상황을 경험한다. 이상한 표현, 고쳐야 하는 것일까.



이형정서표현이란?


 심리학자들은 위 모습들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일단, 정서는 인지, 생리, 행동 변화를 수반하는 복합적인 감정 상태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서는, 일반적으로 얼굴표정, 음성표현, 몸동작 등의 표현 방식으로 표출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정서표현 방식은 범인류적으로 유사하다. 기쁘면 입꼬리가 올라가거나 화가 나면 목소리가 커지는 것과 같은 양상이다. 그러나 이렇게 정서와 일반적인 정서표현 방식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존재하는데, 이를 이형정서표현(Dimorphous Expression)이라고 한다.

 

 정신과학저널(Journal Psychological Science)의 미국 예일대학교 연구팀은, 귀여운 아기의 사진을 보여주며 피실험자에게 긍정적인 정서를 유도했다. 이때 피실험자 중, 격한 긍정적 정서를 느낀 사람들은 ‘아기의 볼을 꼬집고 싶었다’거나 ‘먹어버리고 싶었다’와 같은 정서표현을 하기도 했다. 꼬집거나 타인을 먹어버린다는 표현은 일반적으로 긍정적 정서를 유발한 대상에게 사용하지 않는, 공격적인 표현이다. 그렇기에, 이 피실험자들은 실제로 느낀 정서에 대해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정서표현을 사용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정서가 귀여운 아기를 보고 공격적으로 바뀐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아야 할 점은, 우리는 항상 이러한 이형적인 정서표현을 사용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이형정서표현이 나타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마치 신체가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처럼, 정서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격한 정서를 느끼게 되면, 뇌는 정서의 균형을 맞추려고 하고 이에 이형적인 정서표현을 하게 된다. 한편, 정서의 동요가 크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평범하게 정서를 표현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귀여운 아이를 본 예일대학교 피실험자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피실험자 중 아이를 보고 격하게 긍정정서를 경험한 사람은, 공격적인 표현을 함으로써 현재 격한 정서의 균형을 맞춘 것이다. 실제로, 위 연구진은 “아기들의 모습에 대해 공격적인 표현을 한 사람들은 원래의 감정으로 회복하는 속도가 빨랐다”라고 밝힌 바 있다. 즉, 이형정서표현을 함으로써 격동적이었던 정서가 빠르게 균형적인 정서로 맞춰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독특한 정서표현, 바꿔야할까? 


 독특하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심리학자들은 이형정서표현도 그저 전형적인 정서표현 중 하나로 본다. 감정의 강도가 높아지면, 이형정서표현은 예외보다 더 일반적일 수 있다고 파악했다. 오히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이형정서표현의 기능을 긍정하기도 했다. 특히, 부정적 표현을 포함하는 긍정정서의 이형적 표출은, 긍정정서에 있어 또 다른 ‘맛(flavor)’을 가져오는 요소로서도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서의 이형적 표현이 욕구를 더 다양한 층위로 표현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사회적인 차원에서도 정서를 더 다양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한다고도 보았다. 

 

 우리는 성장할수록, 정서를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것을 억제하도록 학습한다. 격하게 기쁘다고 울먹이면 이를 주책이라고 표현하듯이 말이다. 되려 정서를 감추는 것이 더 성숙한 모습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형정서표현 연구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형적인 정서표현의 모습이라고 할지라도 결국 정서표현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되려 더 풍부한 정서를 경험하게 하는 긍정 결과를 가져고 온다. 그렇기에 우리는 정서를 표현하는 것, 자신을 더 표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오히려 독특한 표현 방식도 곧 존중받아야 하는 당신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을 계기로, 자신을 숨기는 것보다 더 다양하고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표현해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자료

·너무 행복할 때 우리는 왜 눈물이 날까. [코메디닷컴]. (2014). http://kormedi.com/1212907/.

·Oriana R. Aragón & John A. Bargh (2018) “So Happy I Could Shout!” and “So Happy I Could Cry!” Dimorphous expressions represent and communicate motivational aspects of positive emotions, Cognition and Emotion, 32(2), 286-302.

·Oriana R. Aragón, Margaret S. Clark, Rebecca L. Dyer, and John A. Bargh (2015). Dimorphous expressions of positive emotion: displays of both care and aggression in response to cute stimuli. Psychological science, 26(3), 259–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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