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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노지은 ]




칭찬은 늘 기분 좋은 것



1학년 1학기,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첫 교양 수업을 들었다. ‘인간의 가치 탐구’라는 다소 철학적이고 많은 생각을 요하는 과목이었다. 그 수업은 교수님께서 당일 배운 내용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해 학생들끼리 댓글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평소 나는 수동적이고 암기식 위주의 공부를 해왔기에 스스로 고민하고 자신있게 의견을 펼치는 데 자신이 없었다. 제한 시간은 1시간, 평소 생각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한 나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1시간은 정신없이 지나갔고, 결과물은 참담했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적어놓은 것인지 나조차 알지 못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대로는 아니었다. 진정으로 나를 발전시키기 위한 공부를 하려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했다. 철저하게 예습을 하고, 스스로 책 내용에 대한 질문을 만들어 생각하고, 답을 찾고, 의견을 펼치는 연습을 시작했다.


전체적인 내용을 연결 짓고,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기도 했다. 배움의 기쁨, 나를 위한 공부가 이런 것이구나, 뿌듯했고 즐거웠다. 그 결과, 매주 주어지는 댓글 과제에서 교수님께 칭찬 답글도 받았다.



목표의 변질, 길을 잃다



칭찬은 누구에게나 좋은 에너지원이 된다. 하지만 어느새인가 나에게 칭찬은 내가 공부를 하는 목적이 되어버렸다. ‘나의 과제가 눈에 띄지 않으면 어떡하지?’, ‘그동안 계속 좋은 피드백을 받아왔는데 실수하면 어쩌지? 다음 과제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라는 부담감에 휩싸이며 오직 좋은 댓글을 받기 위해 공부했다.


책을 대하는 나의 태도도 이전과는 달라졌다. 그저 숙제였으며, 억지로 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나는 타인의 칭찬에 의해 움직이게 되었다. 내가 ‘무엇을 하는지’보다 ‘왜 하는지’ 그 이유가 더 중요했다. 


자기 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은 인간의 동기를 연구하기 위한 이론적 틀이다. 행위의 원인이 자신의 내면에 존재한다고 느낄 때와 외부에 있다고 지각할 때의 행위의 결과가 각각 다르다고 주장한다. 내재적 동기는 행위가 과제나 일 자체에 대한 흥미나 관심으로 인한 동기이다.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역할이나 외부의 압력과 같은 외부의 힘을 자신으로부터 우러나는 스스로의 선택이라고 자각하기도 한다. 이것은 내면화가 일어난 외재적 동기이다. 많은 행위가 그 자체의 즐거움보다는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써 수행되지만, 인간은 그 수단적 행동에 의미와 자발성을 부여함으로써 내재적 자기결정감을 느낀다.


우리는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대부분 내재적 동기가 아닌 외재적 동기에 의해 일어난다. 외재적 동기도 학습 행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우리는 그 과정에서 쉽게 길을 잃고 회의를 느끼며, 괴로운 시간을 겪기도 한다.



칭찬=나의 가치?



칭찬을 받기 위해 공부했던 나의 내면 깊숙한 곳에는 칭찬이 나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수단이라는 생각이 자리해있었다. 나는 타인의 칭찬을 스스로의 가치와 결부시켰다. 나는 자존감이 낮은 편이다. 항상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모든 면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거두어야 한다며 자신을 압박했다. 눈에 보이는 높은 성과와 주변의 좋은 반응에 집착하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단단한 '나'를 만들기



타인의 반응에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존감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우선 비교에서 벗어나야 했다. 그리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 했다. 타인의 칭찬을 먹고 자라는 것이 아닌 스스로를 성장시키기 위한 노력이 나에게는 필요했던 것이다.


외부의 어떤 자극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나만의 영역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었다. 쉬운 과정은 아니지만, 타인의 좋은 평가는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결정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그리고 주어진 일들에 의미를 가지고 열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긍정적인 나의 모습을 위해 끊임없는 훈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아울러 너무 일찍부터 사교육을 접하며 칭찬을 받기 위해, 대학에 가기 위해, 취직을 하기 위해 학습을 하고, 많은 것을 놓치게 되는 우리나라의 교육환경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중압감보다는 자율성과 창의성, 자신감을 길러줄 수 있는 그런 환경이 조성된다면 정신적으로 더욱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참고문헌>

오경기 외. (2020). 인간이해의 심리학. 학지사

이민희. (2009). 자기결정이론을 토대로 한 학습상담 전략 탐색, 한국심리학회지: 상담 및 심리치료. 21(3). 703-721

심재명 (2016). 자기결정이론에 근거한 대학생의 학습동기와 여가동기. 관광연구논총, 28(1), 51-82

자존감 수업. 윤홍균. (2016). 심플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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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10-26 06: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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