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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선안남 ]


<동물농장>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들었던 이야기였다.


어떤 마을, 한 공장에서 일하시는

아저씨들의 목장갑이 자꾸만 사라진다.

그리고 그 장갑은 공장에서 한참 떨어진 마을의

어느 집 대문 앞에서 발견되는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목장갑은 공장에서 대문 앞으로 이동된다.


대체 목장갑의 이동에는 어떤 사연이?



알고 보니 이 장갑의 이동은

그 근처에 사는 고양이의 소행이었다.


고양이는 밤마다 공사장으로 가서

목장갑을 하나씩 입에 물어

파란 대문 아저씨네 대문 앞에 옮겨다 놓았다.


이런 고양이의 모습을 포착한 제작진은

아저씨에게 물었다.

아는 고양이냐고.


아저씨는 웃으며 '아는 고양이는 맞다'라고 했다.

하지만 아는 고양이일 뿐,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는 아니고

또 이 고양이를 본 지도 오래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아는 고양이인가 아닌가 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아저씨와 고양이, 이 둘 사이의 사연과 인연은

그들이 '어떻게'가 더 중요했다.



아저씨는 이 고양이를 구해준 적이 있었다.

그러곤 잊고 지냈다.


하지만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을 돌봐주는 아저씨를

고양이는 매일 기억하고 있었다.


고양이는 매일 목장갑을

아저씨네 대문 앞에 놓고 가는 행위로

그 기억을 이어나갔던 것,

그러면,

그렇다면 그 인연과 이 목장갑의 이동 사이에는

또 어떤 관계가 있었던가?



제작진은 수의사를 찾아간다.


수의사는 목장갑의 생김과 질감이

쥐와 비슷하다는 것으로 이 목장갑이

고양이의 보은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추측한다.


꺼져가던 생명을 선물 받은 고양이는

어떤 방식으로든 아저씨에게

선물을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선물은 선물이나 가장 고양이다운 선물을

아저씨에게 한다는 것이다.


추측은 추측이나,

이보다 더 나은 추측은 없을 추측 아래

모든 의문점이 풀리고,

모두의 마음이 모이고,

고개가 끄덕여지고,

입가에 미소 짓게되는,

그 순간의 잔상이 내 안에 오래 남았다


가장 최선의 방식으로

받은 것을 기억하는 그 마음이,

엇갈린 선물이라 더 큰 잔상으로

내 안에 뭉클하게 자리 잡았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그 고양이의 보은을 자주 느끼게 된다.


마당에서 놀던 아이들은

한사코 내 손에 지렁이를 올려준다.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경험인 것이었고

그 경험을 나에게 선물하고 나누고 싶은 것이었다.


나이가 들고 더 똑똑해지면서

선물을 주고받는 경험치가 쌓여가며

나는 선물에 대해 많이 배웠다.


그러면서 자고로 선물이란,

하고 싶은 사람의 마음만큼이나

받고 싶은 사람의 마음을 살피고 배려해야 한다, 는

사실을 배우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런 규칙과는 상관없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저 자기 삶의 모든 경험치와 욕구와

결핍의 테두리 내에서 최대한 좋은 것을

놓아주고 싶은 그 천진한 마음을 받아주고 음미하는 것,


그 또한 어른의 몫이자

어른의 특권이자

어른으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임을 보게 된다.



선물을 의미하는

present가 가진 다의적 의미도 마음에 든다.


선물이자 지금이자, 함께하는 것,

온전히 지금 여기에서 함께 하는 선물인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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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11-19 07:4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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