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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에 미쳐있는 남편, 그대로 놔둬도 될까요? - 취미로 인한 부부갈등 해결법
  • 기사등록 2022-02-07 07:52:31
  • 기사수정 2022-04-07 13:4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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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노주선 ]


이나저나 결혼이란 갈등의 소지가 다분하다. 2-30년 이상을 다른 문화적 배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한 지붕 아래에서 살 맞대고 살려면 부딪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주 쉬운 예로는 ‘라면’이 있다. 라면을 끓일 때, ‘통째로 넣어서 끓이는 사람’과 ‘반을 잘라 넣어서 끓이는 사람’이 있다. 혹은 ‘면보다 스프를 먼저 넣는 사람’과 ‘면을 넣고 스프를 나중에 넣는 사람’이 있다. 일견 사소해 보이는 이런 문제들도 때로는 갈등이나 부부 싸움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하긴, 벌써 수십 년을 길들여지고 익숙해진 입맛이 어찌 그리 쉽게 변하겠는가?!


삶의 가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종교나 기본적인 신념 상에서 차이가 나면 아예 결혼을 안 하는 것이 나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각 개인의 개인적인 선호의 문제인 취미는 애매~하다! 취미를 막자니 그것도 좀 뭐한 것 같지만, 가정을 내팽개치고 취미에만 몰두하는 것을 그냥 놔두기도 그렇지 않은가?! 취미에 미쳐있는 남편이나 혹은 배우자를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1. 무엇이든지 “미침” 수준이면, 나도 미쳐버린다. 



이 논의에서 중요한 부분 하나는 바로 “미쳐버린”이란 표현이다. 즉, 일반적인 수준에서 이해가 되고 납득이 되는 수준이면 아마도 이런 고민을 상의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쳐버린” 수준이 되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과연 “미침” 수준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기준이 있는가? 나의 입장에서는 “미친”으로 느껴지는데, 상대방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나 혹은 자신의 “(취미에) 미침”으로 인하여 배우자인 내가 ‘미쳐가고 있음’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판단할 수 있는 기본적인 방법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취미에 “미침” 수준을 ‘상-중-하’로 평가해보라. ‘상’ 수준은 취미에 미쳐서 생활이나 생계 상에서의 큰 장애가 생길 정도인 경우이다. 즉, ‘게임’을 매일 밤새도록 해서, 매번 회사에 지각하여 결국 권고사직을 받는 정도 되면 ‘상’ 수준이다.


‘중’ 수준은 생활이나 생계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으나 여가 시간(부부 공동의 시간 포함) 중 대부분을 그에 투자하는 것이다. 주중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주말만 되면 1박 2일 코스로 낚시를 가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하’ 수준은 이와 같이 생활 상의 문제가 없으며, 기본적으로 필요한 정도의 부부간 교류나 관계를 유지하면서 필요에 따라서 자신의 취미를 즐기는 정도이다. 


두 번째는 나의 ‘심리적 고통’ 및 ‘스트레스’ 수준에 대해서 마찬가지로 ‘상-중-하’로 평가해보라. ‘상’ 수준은 배우자가 하는 꼬락서니를 보면서 너무 열이 받고 화가 나서 정말로 ‘미쳐버릴 것 같아서’ 이혼을 진지하게 결심할 정도 되는 수준이다.


‘중’ 수준은 전반적으로는 별 불만과 문제가 없으나 유일한 갈등 거리가 ‘취미’이거나 가끔 ‘취미’로 인하여 심각한 부부 싸움을 하는 정도이다. ‘하’는 딱히 문제는 없지만 그냥 배우자의 그 취미생활이 마음에 안 드는 경우이다. 


이렇게 두 가지 차원에서 판단을 해 보면 일차적으로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가 조망된다. 만약 평가 결과가 ‘상-상’(배우자의 취미 수준이 생활이나 생계를 방해하고 있으며, 그로 인하여 이혼을 고려할 정도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 정도 되면 이는 (현실감 상실한 취미활동에 빠져 있는 배우자가) 치료의 대상이거나 혹은 ‘이혼’ 카드를 내밀어서라도 배우자의 행동을 통제하고 해결할 필요가 있다.


만약 평가 결과가 ‘하-하’(배우자의 취미 수준이 특별한 문제가 없으나, 배우자의 취미가 마음에 안 들어서 다툼이 있는 정도의 수준)이라면 그냥 인정하고 서로 넘어가거나 혹은 최근 부부 사이가 권태기가 아닌지 검토해보는 수준으로도 해결된다.  



2. 무엇을 바라는가?



그런데 가끔 우리는 배우자에 대해서 지나치게 이상적인 기대와 요구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중 가장 심각한 수준은 ‘배우자가 내가 원하는 바를 “모두” 해주기를 바라는 경우’ 수준이다이런 경우에는 대체 배우자인지, 아니면 초등학교 1-2학년 아들인지도 헷갈릴 정도로 모든 행동을 통제하거나 나의 마음대로 좌지우지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는 건강하고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이것은 이기적이며 자기-중심적인 비합리적인 기대와 요구이다. 


이렇게 심각한 수준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부부 간에서는 이와 같은 요구와 기대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 식사 후 곧바로 설거지를 하고 온 가족이 모여 앉아 과일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던 집안에서 자란 부인은, 설거지를 담당하는 남편이 식사 후 곧바로 설거지를 하지 않으면 뭔가 불편하고 짜증이 차오른다.


혹은 ‘게임’ 자체를 잘하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었던 배우자는 상대 배우자가 ‘게임’을 하는 꼴만 봐도 열불이 하거나 한심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친구들과 제대로 PC방에 모여 세계대전 치르듯이 한판 하려고 들떠 있는 모습을 보면 감정적인 불편함이 극에 달한다. 


설거지를 식사 후 곧바로 해야 한다는 법률이 있는가? PC방에서 너무도 진지하게 팀으로 게임을 제대로 즐기는 것이 문제인가? 만약 길가는 사람에게 물어보아서 90% 이상의 사람들이 문제다라고 할 수준 정도 되면 그것은 문제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그런 행동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해도 된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즉, 길가는 사람들에게 물었을 때, ‘네!’라고 말하는 사람이 반 정도, ‘아니요!’라고 답하는 사람이 반 정도 되는)는 단지 개인적 선호와 취향의 문제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주말이면 대부분의 시간을 부부 간에만 집중하기를 원하며, 퇴근 후에도 집으로 퇴근하여 나와 시간을 보내주면 좋겠고, 취미나 여가 활동에서도 나와 할 수 있는 것들만 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한 기대와 요구’일 수 있다.


그것은 차라리 몇십 년을 유사한 문화적 배경에서 살아온 원가족(즉, 부모나 형제들 등)과는 더 맞을 수 있다. 연애할 때 내가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움과 색다른 매력에 끌려서 결혼을 했다면, 개별적인 취미나 취향은 안 맞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3. 타협과 조정의 지혜가 필요하다. 



머리로는 다 이해가 되나 그래도 짜증이 나고 화가 나서 못 참겠다고 한다면, “남편(혹은 배우자나 부인) AI 로봇”이 나올 때까지 조금만 기다리라. 아마도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그런 기계가 나올 법도 하다. 


그래서 나의 취향과 선호를 입력하면 절대적으로 그에 맞추어 행동해주는 그런 로봇은 아마 대박을 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나와 매우 다른 삶을 살아왔으며, 경험 상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인간” 남편이나 부인에게는 기대할 수 없는 문제이다. 


만약 남편(혹은 배우자)이 나의 화장하는 것이나 혹은 옷 입는 스타일에 대해서 사사건건 토를 달고 지시를 하면 어떻겠는가? ‘오~ 맞네! 당신이 말하는 대로 하니 더 좋으네?!’라고 하면서 모두 수용할 수 있는가?


그것은 신혼 초, 소위 “콩깍지 피리어드”(개인적으로 쓰는 표현임! 서로 콩깍지가 씌여져 별게 다 이쁘고 좋고 설레는 시기)에서나 볼 수 있는 행동일 뿐이다. 그것도 “콩깍지”가 벗겨지고 나면 그동안 억지로 맞추어졌던 것으로 인한 스트레스까지 한꺼번에 터지는 날이 올 것이다. 



만약 남편의 취미 생활에 빠져있는 수준이 '상' 수준의 "미침"상태라고 하면 이는 즉각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이는 당연히 상대의 (취미에) '미침'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나의 심리적 상태도 '상' 수준의 고통을 겪을 것이다. 만약 이에 대한 개선에 대해서 반발하거나 협력하지 않는다면 헤어질 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래 해봐도 좋다.


만약 취미에 '미침' 수준이 '중' 이하 수준이라면, 나의 반응(즉, 상대의 취미로 인한 스트레스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남편의 '중' 이하의 '미침' 수준인데, 나의 반응은 '상'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우선은 본인이 상담을 받아서 분노감이나 스트레스를 우선 해결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좋은 말로! 대화가 가능하며, 그래야 설득이 될 테니까! 만약 나의 스트레스 수준이 '하' 수준이어도 남편의 취미에 대해서 지속적인 관찰과 문제제기는 해 놓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내가 너그러이 그리고 넓은 마음으로 양해해주고 있는 것이므로, 나중에 배우자의 너그러움과 양해를 요구할 일이 생겼을 때 유용한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결국은 부부 사이의 타협과 조정의 문제일 뿐이다. 서로의 개성과 취향을 어느 정도나 존중하고 인정할지와 관련된 협의와 조율의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방적인 협상이나 결론은 없다. 내가 상대방에 대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상대방도 나에 대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정 못 참겠다고 하면, (첨에는 가능한 좋은 말로) 특정 행동에 대한 중단과 교정을 요구하라! 하지만 당신도 상대가 요구하는 특정 행동에 대한 중단과 교정을 할 각오도 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타협과 조정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충분한 ‘대화를 통한 소통’이다. 한 지붕 아래 같이 산다고 해서 저절로 ‘소통’ 및 ‘이해’와 ‘수용’ 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공유하는 영역과 시간이 많을수록 조정과 타협이 필요한 일도 많아진다.


그렇다면 상호 간의 ‘이해’와 ‘수용’을 위한 ‘소통’과 ‘대화’도 더욱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부부 사이, 혹은 친밀한 사이, 혹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사이(직장 동료 등)에서 잘 지내기 위한 냉엄한 리얼리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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