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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힘든 얘기, 자녀에게 해주는게 맞을까 - 부모의 어려움 표현
  • 기사등록 2022-03-02 09:24:15
  • 기사수정 2022-04-07 13: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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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노주선 ]


모든 부모는 여러가지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 가족의 경제적 재화를 얻는 원래의 자기 직업이 있으며, 동시에 부모라는 직업(더 정확한 표현으로는 역할!)을 병행하고 있다. 그리고 원래의 직업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며 그 안에서의 성공을 위하여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어디 세상 일이 내 마음대로 돌아가겠는가? 때로는 어려움과 시련에 부딪치게 되어 있으며, 그런 때 가족들을 물끄러미 보고 있으려면 차라리 나 하나 홀몸이었으면 마음이라도 홀가분 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부모의 역할은 그 부침이 더하다. 어떤 것이 맞는지에 대한 확신도 없이, 본인이 성장하여 왔던 배경이나 경험에 기반하여 최선을 다하여 노력을 하기는 한다. 그런데 아무도 정답을 말해주지 않는 길고 긴 싸움이기도 하다.



어떻게 아이를 키우는 것이 가장 아이에게 좋은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최선을 노력을 다한다.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정답이라는 확신을 주지 않으며, 여러 전문가들을 찾아가본들 각자의 다른 결론에 더 혼란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가끔은 위로받고 싶기도 하고, 자신도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아이들도 내가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서 알아주었으면 좋겠기도 함과 동시에 그들로부터의 일정 부분 위로를 기대하기도 한다.


게다가 뜬금없이 자녀가 '엄마, 우리집 가난해?'나 아니면 '아빠, 우리 집은 몇평이야?'나 '아빠는 외제차 안사?' 등과 같은 질문이라도 하는 날이면 이걸 어찌 대답해야 하는지 혼란에 빠진다!


이런 경우 과연 부모는 자녀에게 '집안의 어려운 경제상황'이나 '부모가 가지는 경제적 및 심리적 어려움'에 대해서 진지하게 얘기를 해주어야 할까?



1. 애들은 모른다! 말해줘도 모른다!!



그런데, 과연 부모가 힘들다는 얘기를 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그것을 알까? 부모가 처한 경제적인 상황이나 그들의 부모로써 느끼는 심리적 책임감과 부담감에 대해서 정확히 이해를 할 수 있을까?


아직 어린아이로써 경제적 활동에 대한 개념과 경험이 일천하며, 5만원이나 10만원만 있어도 세상을 다 가진듯한 느낌을 받는 그들이 과연 부모의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힘듦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을까? 재수없는 친구는 안 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걸로 충분한 그들이 ‘더럽고 치사해도’ 견뎌야 하는 직장생활의 애환에 대해서 말해준다고 한들 이해할 수 있겠는가?


이와 유사한 가장 대표적인 예가 ‘엄마, 아기는 어떻게 나와?’ 혹은 ‘아빠, 나는 어떻게 생겼어?’라는 질문이다. 생각 외로 이런 질문에 대하여 어떻게 대응해야 되는지를 고민하는 부모들이 많다. 그 이유는 부모들이 자녀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대해서,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고 어른들의 관점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가 괜히 얼굴이 빨개지고 부끄러워져서 어찌할바를 모르고, ‘그런 거는 묻는 거 아니야!’라고 얼버무르고 말거나 이걸 어찌 설명해주나 난감해하는 것이다.


그들의 수준에 맞는 대답은 ‘엄마랑 아빠랑 너무 사랑해서 우리 수빈이가 나온거야!’나 ‘혹은 우리 수빈이는 엄마의 따뜻한 마음 속에서 나왔지!’라고 대답하고 ‘사랑해~’하고 꼭 안아주면 해결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그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수준이니까!


이나저나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알지 못한다. 부모가 자녀들에게 자신의 힘든 얘기를 한다고 해서 그들이 부모의 아픔이나 스트레스를 정확하게, 그리고 (부모가 말하는 수준으로) 동일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없다. 그래서 자녀에게 부모가 힘든 것을 얘기해봐야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들은 아직 그것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연령이 아니며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은 존재들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왜 그런 질문을 했을까?'를 고려하고, 그에 맞는 수준으로 대화하라. 어른들의 관점이나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



2. 자녀들의 공포를 자극하지 말라.



그런데, 만약 부모가 자신의 입장이나 어려움에 대해서 솔직하게 얘기를 했다고 치자! 그것을 들은 아이들의 느낌이 어떻겠는가? 부모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다차원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이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아니면 그들 나름대로의 관점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겠는가? 그런데 자녀들의 관점은 과연 무엇일까?


예를 들어, 대기업에 다니던 아빠가 좋은 기회에 더 큰 도전을 위해 회사를 나와서 소위 Start-Up을 창업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를 자녀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그냥 안정적인 대기업에 다니는게 낫지 않나?’ 혹은 ‘그래 이나저나 자기 사업을 하고 도전해 보는 것이 낫지! 파이팅!!’ 등과 같이 다양한 측면과 상황을 고려한 접근이 가능하겠는가? 그리고 그들에게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개별적 장단점 비교와 그 안에서 왜 스타트업 창업을 선택했는지에 대하여 설명한다고 알아듣겠는가?



그들은 매일 출근하던 아빠가 안 나가는 날도 있거나 늦게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빠가 회사에서 짤렸나?’라는 생각과 더불어 ‘그럼 이제 내 용돈은?? 어떻게 해???’ 정도의 걱정이 현실적일 것이다.


그러던 중 생애경력개발 관점 및 4차산업혁명을 고려한 스타트업 창업의 불가피성과 그로 인한 부모의 심리적 어려움에 길게 설명해봐야, 그들은 결국 “짤렸네!! 짤렸어!!”라는 생각과 더불어 “그럼 우리 집은 어떻게 살지? 이제 우리는 굶어야 되는건가?”하는 그들 수준에서의 큰 절망감과 좌절에 빠지게 된다.


즉 (대학교 고학년이어서 이제 좀 현실을 알고 대기업이 무엇인지, 스타트업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 정도를 구분할 수 있는 수준 전이라면) 그들이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은 ‘망했다’ 혹은 ‘뭔말인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안 좋다는 것 같네!’ 정도의 수준이며, 그로 인한 공포나 두려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3. 불안감이 부적절한 행동을 유발한다.



부모의 ‘진지한 애로 토로’로 인하여 자녀들이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뭔가 안 좋은 상황인가 보네!’라고 생각하게 되면 그때부터 자녀들의 심리적 불안정과 끝도 없는 걱정이 시작된다. 왜냐하면 어른들은 “문제해결력”이라는 것이 있어 왠만한 문제상황에 대처하는 솔루션이 있다.


하지만 아직 성장기에 있고 충분한 문제해결능력이나 상황판단력을 보유하지 못한 이들에게 있어서 가장이나 부모의 어려움은 “본인이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공포의 쓰나미”가 될 가능성이 높게 된다.


그날부터 잠들기 전에 잡생각이 많아진다. ‘우리 집 정말 안전한걸까?’, ‘이제는 내가 사고 싶은 거 못 사는거 아닌가?’,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들로 잠 못 이룬다! (정말 그런 자녀들이 꽤 많다! 부모의 생각과는 다르게 상담에서 그런 걱정을 하는 친구들을 매우 자주 본다!) 그리고 걱정을 하다보면 드디어 큰 결심이 찾아온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 결심은 ‘이런 문제는 부모님이 알아서 할일이지!’라는 정도의 합리적인 결론이 아니다. ‘나라도 용돈을 줄여야겠네! 내일부터는 컵라면 먹지 말고, 그냥 천하장사 먹으면서 때워야지!’ 혹은 학교에서 필수적인 학용품을 살 돈을 부모에게 말을 못하고 혼자 끙끙대는 일들이 발생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한 부작용 사례는 ‘그래 나도 돈을 벌어야겠다!’라는 결심이다ㅠㅠ 좋은 의미로는 ‘부모님을 조금이라도 도와야지!’이겠지만 실제로는 ‘나는 이제 혼자야! 내가 알아서 먹고 살아야지!!’라는 비장함이 더 많다ㅠㅠ 그래서 자녀가 실제로 가출을 하여 주유소에서 숙식하며 알바를 시작한다.


그리고 나중에 자녀를 찾아가 ‘왜 가출했어?’라고 물었더니 ‘이제 우리집 망한다면서ㅠ 나라도 어떻게 해봐야할거 아니야ㅠㅠ’라고 펑펑 우는 웃지못할 사연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의 심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걱정스럽겠는가?! 얼마나 비장했으면 그런 짓까지 하겠는가?! 자녀에게 그런 불안감과 비장함을 주고 싶은가?




어느 날, 중년의 한 남자가 시골집에 혼자 계시는80대 노모(老母)를 방문하였다. 노모와 식사를 하던 중 ‘요즘 회사 어떠니?’라고 물으신다면 무엇이라고 대답하겠는가? 회사 다니는 중의 업무 압박과 스트레스, 그리고 상사로부터의 쪼임과 더불어 젊고 어린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는 것에 대한 걱정을 진지하게 말씀드리는가? 아니면 ‘잘 되요~ 걱정마세요! 엄마 건강이나 챙기세요!’라고 안심을 위한 White Lie를 하는가?


식사 후 집에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주머니에서 5만원 짜리 한장을 꺼내주시면서 ‘이거 잘 넣고 다녀!’라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용돈을 주실 때, ‘엄마 지금 장난해요? 이 오만원으로 뭐하라고요? 내 월급이 얼마인데 이까짓 5만원으로 뭐하라구요’라고 정색하면서 구박하는가? 아니면 ‘아우~ 고마워요! 잘 쓸께요~ 내일 이걸로 점심 맛나게 먹고 힘낼께요~ 걱정마세요!’하면서 어머니에게 아들에게 뭔가 도움을 주었다는 뿌듯함을 선물하는 것이 정답이겠는가?


그래도 노모는 다 알고 계신다!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고보면 내 새끼들이 세상 살면서 맘고생도 많고 힘들다는 것을 다 이해한다!!! 왜냐하면 본인도 그런 과정을 이겨내며 자식들을 키웠으니까!!!! 하지만 자녀들은 모른다.


그들에게 부모는 절대자이며, 내가 기댈 수 있는 크고 든든한 버팀목이자 안정적인 벽이다. 그래서 부모가 ‘힘들다’고 얘기하는 것이 자녀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느낌을 줄 수 밖에 없으며, 부모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공포와 두려움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노모의 사례나 자녀의 사례 모두 공통적인 해결점이 있다. 그것은 “역지사지(易地思之)”와 “공감(共感)”이다. 즉 내 말이나 얘기의 내용을 듣고 그들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할지에 대하여 고려한다면 해답은 분명하다. 특히 자녀들에게 함부로 부모가 가지는 힘든 얘기를 하는 것은 그래서 옳지 않다. 그들에게 당신들이 생각하지도 못하는 공포와 불안감을 준다! 그래서 ‘하얀 거짓말(White Lie)’이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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