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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서작가 ]


선생님께 ADHD라는 말을 전하자, 선생님은 진심으로 당황하셨다. 교육자이며, 그런 문제를 겪는 아이들을 종종 대할 수밖에 없는 위치인지라, ADHD를 전혀 모르는 것도 아닌 선생님이었다.


"어머님, 사실 저도 의심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보통 이 나이 대의 아이들이 ADHD일 경우 인지발달의 어려움을 겪어요. 그래서 그런 문제로 부모님께 검사를 받으라고 제가 권해드린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 OO이는 인지발달이 너무 좋아요. 그래서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네, 상담소에서도 인지발달이 너무 좋아서 아닐 것이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검사 결과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하셨어요."


"어머니, 어떻게 이 검사를 받을 생각을 하셨어요? 저도 보통 권할 때는 아주 조심스러운 부분이고, 정말 심각하다 싶을 때 권하는 경우에도 보통 부모님들은 우리 아이가 무슨 문제가 있다고 그러냐며 화부터 내시거나 아니라고 부정하시거나 아예 검사도 받지 않으시던데요."


"제가 집에서부터 문제를 느끼고 있었거든요. 저도 고민이 많았어요."


"힘든 결정이셨을 텐데, 정말 애쓰셨어요.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하실 계획이세요?"


나는 심리치료를 곧바로 시작해야 한다는 상담소의 의견을 알렸고, 상담이 이루어지는 날짜도 선생님께 알려드렸다. 그리고 상담소에서 선생님께 요구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전달했다. ADHD는 상담소를 다니며 치료를 한다고 해서 좋아지는 것이 아니고, 학교-집-상담소 세 군데가 협심해서 같은 내용으로 아이를 도와주어야 좋아진다고 하였다.



아이가 문제 행동을 하는 이유는 아이가 문제를 일으키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고, 뇌에서 잘못된 명령을 내려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므로 그 부분에 대한 이해를 해줄 것과, 그러니 그동안 엄격하게 대했던 것에서 친절하게 대해주실 것으로 바꾸어주실 것을 요구했다. 아이의 행동을 너그럽게 이해해주면, 그렇게 이해받은 아이가 스스로 문제 행동을 그칠 것이라고 말씀을 드렸다.


사실 그동안 아이를 많이 혼냈다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하는 아이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사고가 발생하고, 문제가 생기고 사소한 생활 습관들이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로 늘 답답해하고 호통치고, 그래도 안 되면 체벌을 하기도 했는데, 이제 집에서도 그런 모든 것들을 그만 둘 생각이라고 솔직히 말씀드렸다.


선생님께서는 모두 이해해 주시며 오히려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나에게 조언을 해주셨다. 이제 자신의 행동도 바꾸어야 된다는 것도 충분히 인지하고 계셨다. 그리고 내가 이실직고 한 체벌과 호통 부분에 대해서도 절대 그렇게 하지 마시라고, 자칫 그동안 노력한 것이 물거품이 될 수 있으니 함께 노력하자고 하셨다. 그리고 앞으로도 상담소에서 요청하는 내용이 있으면 자신에게 전해줄 것을 당부하셨다. 그렇게 함께 잘해보자고 하시며 마지막으로 덧붙이셨다.


"시간이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아쉽네요. 졸업까지 5개월밖에 남지 않았잖아요. 저에게 1~2년의 시간이 있었다면 정말 더 좋았을 텐데, 안타까워요 어머님. 그래도 이 남은 시간 동안 노력해보겠습니다. 우리 OO이를 위해서요. 하기 힘든 말이셨을 텐데 말씀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우리는 그렇게 뜨거운 다짐을 하며 헤어졌다. 겨우 이제 시작이다.


(당시 7세에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옮기게 되었다. 전에 다니던 어린이집은 제한 연령이 6세까지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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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1-20 09: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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