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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서작가 ]



한 번은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는데, 아이 또래의 친구가 나를 보더니 내게 와서 이야기를 했다. 평소 나를 보아도 인사도 하지 않고 장난이 짓궂은 남자아이였다. 그래서인지 그 아이에 대한 나의 이미지는 그리 좋지 못했다. 그런데 그 아이의 말이,


"○○이는 선생님 말씀 안 들어서 맨날 혼나요!"

라고 하는 것이다. 이 말을 오랜만에 다시 또 들으니 조금은 면역이 되었다. 나는 사실 그때(6화) 이후로 나의 대응방식에 대해 후회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음에 우리 아이를 지적하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전적으로 아이 편이 되리라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에게 그 말을 들으니 어찌 대답해야 좋을지 잠시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장난스럽게 웃으며 질문했다.


"너는 선생님 말씀 잘 들어?"

"아니요."

"그렇구나. 너도 잘 안 듣는구나~! 그런데 왜 ○○이만 선생님 말씀을 안 듣는 것처럼 말해?"

"......"

"○○이가 너한테 뭐 잘못한 거 있어? ○○이 때문에 기분 나쁜 일 있었어?"

"아니요."

"그럼 이모한테 ○○이가 선생님 말씀 안 듣는다고 말 안 해도 돼. 왜냐하면 선생님이랑 자주 통화해서, 이모도 다 알고 있거든."

"네."


아이는 건성으로 대답하더니 그냥 돌아서서 자기 누나와 장난을 치며 놀았다. 누나가 하지 말라고 하는데도 누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별 것도 아니었다. 그 아이의 의도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가 문제였다. 아이를 엄격하게 대하는 선생님과, 늘 아이의 잘못에 노심초사하는 엄마. 그래서 툭하면 사과부터 했다. 내 아이에게는 확인도 없이.


하마터면 사과할 뻔했다. 다행이다. 그 아이에게 사과하지 않아서. 내가 나의 아들 때문에 죄인이 되지 않아서. 나는 그리 죄인일 필요가 없었다. 어린아이들은 누구나 ADHD의 시기를 겪는다고 한다. 누구나 문제의 시기를 거친다는 말이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게 문제를 겪으며 성장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나는 왜 내 아이만 문제라고 생각했을까. 왜 그렇게 죄인이 되어 스스로 공격받기 좋은 포지션을 취하고 있었을까. 그렇게 나의 아이조차 지켜주지 못하는 엄마로 전락했을까.


스스로 못나 보이던 모습이 조금은 나아 보였다. 우리 아이가 이젠 엄마가 자신을 믿어준다고 느낀다면, 그 자존감이 얼마나 회복될까? 남의 말만 믿고 진짜 그랬냐고 따지기보다, 아이의 입장이 뭔지, 잘못이 있었다면 왜 그랬는지, 그렇게 아이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도와주려는 태도였어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너무 늦게 깨달은 것은 아닐까...?


당시 아이에 대해 ADHD를 의심 중이었고, 공부를 하던 중이었다. 그래서 나의  태도를 바꿀 수 있었다. 그 날 알았다. 내가 처음으로 내 아이 편이 되어주었다는 것을.




언제나 우리 아이가 유별나서, 우리 아이만 남에게 피해를 끼치고 다닌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누가 와서 아이를 고자질하면, 나는 언제나 사람 좋은 표정으로 사과를 했다. 그 행동의 저 편에는 '나는 아이를 제대로 교육시키는데, 아이가 내 말을 따라주지 않아 문제를 일으키네. 하지만 나는 미안함을 아는 사람이니 그것에 대해 사과할게.'와 같은 의도가 숨어있던 것 같다.


사과가 진정으로 필요한 순간도 있었겠지만, 한 번쯤 우리 아이에게도 전후 사정을 물어봐야 하지 않았을까. 의도를 물어봐야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내가 알 수도 없고, 아이도 누구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아이가 진짜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만 사과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생각의 전환점이 되었다.


하지만 내가 잘못하고도 당당하자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에게 '무조건 네가 잘못'이라는 태도는 자칫 억울함을 낳을 수도 있으니, 그런 태도를 지양하자는 것이다. 그런 나의 태도로 아이는 나에게 마음을 닫았다는 것을, 얼마 후 놀이치료를 통해 알게 되었다.


이즘에서 나는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엄마가 나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것. 내가 잘못을 하기는 했지만, 나만 잘못한 것은 아니었던 것. 오히려 나는 더욱 억울했던 일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포기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엄마는 나를 다그쳤다. 그게 무서웠다. 엄마는 내 상황을 살펴보려는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거짓말을 하는지 않는지, 반성하는지 핑계를 대는지 확인하고자 하는 것 같았다. 나는 말실수를 하기 전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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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2-07 08: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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