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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아이가 선생님께 머리를 맞고 왔다 - 아이를 믿기 시작한 엄마에 대한 첫 테스트
  • 기사등록 2022-02-10 08:4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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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서작가 ]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이가 오늘 선생님께 맞았다고 했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워낙에 여러 방면에서 문제가 많았기에 나는 그러다가 일어난 해프닝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아이 입에서는 '거짓말, 친구, 다툼, 머리를 맞았다'라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점점 분노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일단 진정하고, 아이에게 자초지종을 듣고자 노력했다. 다짜고짜 전화해서 따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 와중에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방과 후 교사였다.


아이가 자신이 지켜보고 있는데 친구를 때렸다고 했다. 그래서 친구를 때렸냐고 물어봤더니 아니라고 대답했단다. 그래서 다시 물어봤는데 다시 아니라고 대답 하기에 거짓말을 한다며 매로 아이의 머리를 때렸다고, 죄송하다고 하셨다.


그래서 상대 아이는 괜찮은지 물어보았다. 괜찮고, 아주 가벼운 다툼이었다고 하셨다. 그런데 자기가 다 보았는데 거짓말하는 것을 보니 자신이 감정 조절이 잘 안 된 것 같다고 하였다.


"선생님께서 지켜보고 있는데 아이가 거짓말을 해서 선생님도 화가 나셨겠네요. 그 부분에 대해선 아이와 이야기를 해보고 주의를 주겠습니다. 하지만 다시는 저희 아이를 때리지 말아 주세요. 반 아이들이 모두 지켜보는 앞에서 그렇게 맞는 모습을 보였다니 정말 속상하네요."


담임선생님으로부터도 연락이 왔다. 그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되는데, 정말 죄송하다고 하시며 자신이 주의를 주었다고 하셨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하셨다.


당장 CCTV를 돌려보며 신고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불처럼 일어났다. 하지만 선생님 두 분이 돌아가며 전화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며 참아야겠다고 결정했다. 게다가 담임 선생님은 내가 얼마나 믿고 있는 대상인가!


나의 요청으로 ADHD인 것이 소문이 나지 않도록 주의해달라고 하지 않았는가. 아마도 다른 선생님들은 아이의 성향을 몰랐을 것이다. 아마도 그동안 아이에게 쌓인 감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여겨졌다. 나는 담임선생님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참지 않겠지만 이번만큼은 넘기자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픈 마음을 뒤로하고 아이와 대화를 시작했다. 아직 놀이치료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이의 변화도 그리 큰 변화가 없었고, 나도 어리숙하기만 했다.


아이에게 자세히 들어보니, 상대방 아이도 잘못한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처음부터 본 것이 아니었다. 아이도 나름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대답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자신만의 이유가. 하지만 억울하기만 한 아이의 하소연은 또한 아이 입장에만 치우쳐져 있었다. 그래서 지난번에 한 대로 아이 입장에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아이의 말을 모두 믿어주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전화를 하셔서 사과를 했으며, "소중한 우리 아들을 그렇게 대해서 아주 많이 화가 나고 속이 상해서 용서하고 싶지 않은데, 네 생각은 어떠니?" 하고 물어봤다.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쿨하게 "그럼 용서해줄 게요!"라고 대답했다.


"그래 좋은 결정인 것 같다. 선생님께서도 내일 너에게 사과를 하겠다고 하셨어. 그러니까 내일 유치원에서 선생님과 어떻게 이야기했는지 오늘처럼 엄마에게 말해줄 수 있니?"


"네."


아이는 그 일을 툭 털어낸 듯 자기의 놀이에 빠져들어갔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던 이전의 내가 이 사건을 대했더라면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부모가 순전히 아이 편이 되어준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동안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해받고 싶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 아이가 쉽지 않아요.'(그래서 내가 힘들어요)

'우리 아이가 문제예요.'(나는 정상이에요) 

'아이가 문제행동을 하지만 나는 아이에게 잘못을 지적해요.' (나는 옳은 판단을 하고 있어요)


이런 자기변명에 빠져 있었다. 나부터가 아이를 거부하고 있었다. 나부터가 나만 변명하기 급급했다. 엄마로서 아이를 품으려는 마음이 없었다. 나는 내가 얼마나 나쁜 엄마인지 깨달았다.


그날 잠든 아이의 머리맡에서 나는 눈물을 흘렸다. 아이가 맞고 와서도 아니고, 아이가 문제 여서도 아니었다. 내가 너무 못나서, 너무 부끄러워서 흘리는 참회의 눈물이었다.


"미안해, 미안해 내 아들! 엄마가 너무 부족한 엄마라서, 정말 미안해! 하지만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아. 엄마가 많이 노력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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