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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서작가 ]


"우리 아이 기죽이지 마세요!"

이런 말을 하며 당당하게 구는 부모가 있다는 말을 뉴스에서 접하거나 드라마에서 보았다. 진짜로 저럴 수 있을까 싶었다. 나는 항상 사과하는 입장이었고, 아이를 자제시키는 입장이었고, 늘 죄송하며 다녔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다짜고짜 죄송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아이들 간에 트러블이 생기든, 다른 누군가와 트러블이 생기든 일단 사과하고 보았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 사회에 맞는 통념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그렇게 흐르고 있고, 나도 그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꼭 그렇게 '무조건 사과'할 필요 있을까? 한 번쯤 내 자녀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보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 아이가 때렸고, 상대 아이가 일방적으로 맞았을지라도, 100% 잘못한 사람만 있지는 않더라.


내가 무조건 사과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가 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아이를 추궁한다는 것을 깨닫고서부터였다.


일단 내가 사과를 한다. 그러면 나는 내 아이가 잘못했다는 인식이 생겨버린다. 잘못하지 않았는데 사과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그러면 나는 내가 잘못하지 않았지만 아이의 잘못으로 사과를 한 것이므로 조금 불쾌해진다. 예의와 매너와 엄마의 지침을 따르지 않은 것에 대해 조금 화가 날 것이다.



그래서 사과를 하고 돌아서서 아이에게 묻는 질문이 그리 부드럽지 못하다. 약간 따져 묻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이미 '내 아이가 잘못'이라는 공식이 성립한 태도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는 억울하다. 자기가 정말 하나도 잘못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상대가 먼저 잘못했을 수도 있는 문제였다. 그런데 나는 다짜고짜 미안하다고 마무리하고 있지는 않았냐 말이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생겼을 때 아이는 도망치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한 것 같다. 엄마에게 자기가 비난당하지 않도록 변명을 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의 잘못을 축소하거나 숨기고, 상대의 잘못을 부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가 빼박으로 잘못했다 싶을 때는 아예 입을 다물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그냥 잘못했다고 넘겼다. 나는 아이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궁금했지만 말해주지 않으니 답답했다.



점차로 아이는 자기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숨기기 시작했다. 어느 부분에서 자랑을 해야 좋을지, 어느 부분에서 잘못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으므로. 아이는 입을 닫는 것을 선택했다. 그것을 알게 된 것은 놀이치료 선생님께서 시시콜콜하게 전해주는 이야기들 덕분이었다.


그때부터 내 행동도 달라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나는 무조건 사과하지 않는다. 천천히 상황을 살핀다. 그리고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만 사과한다. 그리고 아이에게도 분명하게 확인한다.


아이에게 충분히 일깨워주지 않은 내 잘못임을. 그 부분을 사과한다. 아이의 잘못은 아이가 스스로 사과할 수 있도록 아이와 대화를 나누어 해결한다. 이제는 내가 나서서 아이 대신 사과하지 않는다.


아이도 내 뒤에 숨지 않고, 자기 잘못을 인정하게 했다. 그리고 그 잘못을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쳤다. 그것이 왜 잘못인지 가르쳤다. 왜냐하면 우리 아이는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ADHD이기 때문이다.


타인이 힘들어하는 이유는 타인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상대가 어느 시점에서, 어느 부분에서 기분이 상하거나 나빠졌는지 알지 못한다.


전엔 그것을 모르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고, 당연시 요구했다. 3살 어린 동생도 이해하고, 제 친구들도 다 이해하는데, 저만 몰랐고, 저만 억울했다.


그것을 이해했다. 아이가 어느 부분을 모르는 지를 이해했다. 그 부분을 이해시켰다. 사람에 따라서는 힘들 수 있음을. 결국 공감능력은 이해로, 암기로, 공식으로 알려주게 되었다. 이것은 내가 아이를 깊이 있게 이해하기 때문에 가능한 영역이었다. 앞으로 나는 이런 부분을 나누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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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2-21 01: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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