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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그래, 너는 네 거야. 널 남 주지 마! - 사이코지만 괜찮아 6화를 보다가 울음을 터트렸다
  • 기사등록 2022-03-17 07: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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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서작가 ]


요즘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다시 보기로 보고 있다. 김수현 팬이라서 늘 보고 싶었는데, 또 어쩐지 '사이코'라는 단어가 걸렸다. 그냥 그런 뉘앙스가 싫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보고 있다.


그중에 나는 6화가 너무 마음 아팠다.



"난 형을 지켜주는 사람이 아니야! 난 내 거야! 문강태는 문강태 거라고!"


"형 같은 거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어린 강태(김수현 역)의 외침.



"상태는 상태 거야! 상태는 상태 거라고!"


아직 어린 다 큰 형의 외침.(오정세 역)


둘 다 너무 큰 아픔을 갖고 있어서 마음이 아프다.



자폐증 형을 보호하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 엄마는 그저 형을 보호하는 우애 깊은 형제이길 바랐다. 엄마 대신이길 바라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도 모르게 의지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 동생이 자폐아였고, 형이 동생을 책임져야 했다면 어땠을까? 내리사랑은 형제간에도 있을까? 아마도 짐처럼 여겨졌을 수 있겠지만 자신의 일이려니 지고 갔을까.


강태는 동생이기에 더 힘들었을까? 보호받아야 하는데, 사랑받기만 하기에도 부족한데, 책임져야 할 대상이 있다는 부담이 그렇게 힘들게 만들었을까?


아마도 엄마가 죽지 않았더라면, 강태는 이 힘든 굴레를 지고 가지 않아도 괜찮았을까? 하지만 엄마가 내 엄마가 아닌 상태로, 언제나 형의 엄마인 상태로.. 그렇게 성장하지 않았을까?




둘째를 돌아다보았다. 몇 개월 전에 어린 둘째에게 한 말이 떠올라서였다. 형은 너와 조금은 다르다고. 사람은 누구나 다른데, 그렇기 때문에 형은 너와 다르다고. 형은 너처럼 엄마의 지시를 따를 수가 없고, 너처럼 아침에 준비를 할 수 없다고. 그러니 네가 다 준비하고 났을 때 형이 놀고 있으면 네가 알려주면 좋겠다고. 네가 형을 도와줘야 한다고. 그렇게 형 모르게 둘째에게만 말했다.


둘째는 마치 크나큰 사명이라도 짊어진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잘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동생이 형을 보필하거나 도와주는 모습은 본 적이 없어서, 아직 어리니까 그러려니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밥을 먹다가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는 형에게 동생이 "빨리 먹어~ 빨리 먹으라고~!"라고 하는 것이다. 또는 샤워하고 나와서 벗은 채로 놀고 있는 형에게 옷을 갖다 주는 동생이었다. 그 외에도 아침에 준비할 때 한 마디를 한다던가, 종종 그런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었다.


문제는 그렇게 딴짓을 하거나 넋이 나가 있는 형을 답답해한다는 것이다. 도움이 아닌 답답함과 짜증이 섞여 있었다. 존중과 배려가 빠진 도움은 '무시'하는 말과 행동으로 나왔다.



그럴 때 또 답답한 것은 형은 제가 뭘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여전히 그대로이거나, 또는 오히려 눈치 보거나 도와주는 동생에게 화를 낸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며 마른세수를 했다.


나는 이런 모습들을 앞으로 조정해 나가야 함을 깨달았다. 하지만 평화롭고 평범하게 자랄 기회를 잃고 늘 노심초사하며 형을 불안하게 바라볼 동생이 가엾게 느껴졌다.  어린아이에게 내가 너무 큰 것을 바랐을까?


그때부터 형에게 동생을 돌보도록 시켰다. 잘하지 못하는 형에게 동생을 보살피도록 만들었다. 예를 들면 엄마에게 부탁한 것을 형이 잘하니까 형에게 부탁하라고 한다던가 하는 식이었다. 형이 잘하는 것들을 부각시키면서 잘 못하는 것도 스스로 잘 해내게끔, 돕는 역할을 형이 하도록 했다.


동생은 원래도 어리숙했기에 형의 도움을 흔쾌히 받았다. 안 되는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형에게 가져가고는 했다. 전보다 형을 의지하는 횟수가 많아지자 형은 책임감이라도 느끼는 듯, 더 잘해보려고 하는 것이 보였다.


'방향이 잘못되었구나!'


형의 부족함을 동생이 채워주길 바라는 것은 엄마의 욕심이었다. 아무리 부족해도 형은 형인 것을 인정하고, 그에 맞게 대우하도록 했어야 옳았다. 동생에게 형 노릇을 키니 동생은 힘들어졌고, 형에게 형 노릇을 시키지 않으니 형은 점차 형다움을 잃어가고 있었다.


상태와 강태의 싸움 장면을 보며 내가 오열한 이유다. 하염없이 눈물이 철철 흘렀다. 너무 마음이 아파서 찢어질 것만 같았다. 왜인지 내가 갑자기 먼 미래를 내다보고 온 기분이 들었다.


형이 조금 부족하다고 하여 동생에게 형의 부족을 채우려고 했다. 그렇게 형이 완벽해지길 바란 못난 엄마의 욕심이 보였다. 그 욕심을 버려야 했다. 그 덕에 형은 더욱 부족해져가고 있었다.


동생이 더 나아 보일수록 형제의 균형은 깨진다. 결국 그것은 비교가 되었다. 그런 동생을 바라보는 형의 마음에 원망과 미움이 쌓이면 그것이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덩달아 함께 받은 스트레스와 잘못된 기대감을 받은 동생의 어긋난 분노 또한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을 일이었다.



아픈 가슴을 어루만지며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이라도 알고 깨닫게 되어 얼마나 감사한지. 동생이 형의 부족을 채우는 것도, 형이 동생의 잘남을 인정하는 것도. 먼저 우애가 싹터야 생겨날 수 있는 과정이다. 둘 사이의 우애를 키우는 것이 먼저임을, 그전에 부모의 사랑과 믿음이 둘 모두에게 골고루 나누어져야 함을 깨닫는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바른 시선을 가진 부모가 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기게 되었다.


"서서야"


"네?"


"너는 네 거야. 아무한테도 주지 마."


"네."


"엄마한테도, 형한테도 주지 마."


영문 모를 눈을 하는 아이였다.



동동: 가명. 현 9세. 7세에 adhd를 발견. 놀이치료 1년.

서서: 가명. 현 6세. adhd 형을 둔 평범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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