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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서작가 ]



용량이 부족하면 약효가 없다. 그대로다. 하지만 용량이 많으면? 아이가 추욱 쳐져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음식을 소화시키지 못하고 구토를 했다. 그제야 이 약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알게 되었다.


부작용을 겪기 바로 전 단계로 용량을 낮추었다. 그러자 다시 활기 넘치는 아이로 돌아왔다. 추욱 쳐져서 마치 침전물 같이 다운되어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과잉 행동이나 충동 조절을 하지 못하는 것보다 보기에 고통스러웠다. 차라리 안 먹는 한이 있더라도 너무 과하게는 먹이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한 계기가 되었다.



1. 입맛을 잃다


약을 먹이기 시작하고 일상을 그럭저럭 보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힘든 점은 아이에게 입맛이 없어지는 문제였다. 입맛을 모두 잃은 아이처럼 아이는 입도 짧아졌고, 먹는 활동에 흥미를 잃었다. 그럴수록 억지로 억지로 먹여보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남들은 1학년 되면 갑자기 급격히 먹어대서 식비 감당이 어렵다 하는데, 우리 아이는 원래도 입이 짧던 아이가 더욱 흥미를 잃어서 밥 먹는 시간이 고통의 시간이 되었다. 그래도 먹어야만 한다. 성장기에 잘 먹어야 하기에, 우리는 열심히 먹였다. 식탁에서의 시간이 제일 힘들었다.



2. 멀미


어느 날 우리는 가족여행을 가게 되었다. 언제나처럼 카시트에 두 아이를 앉히고 차로 이동했다. 보통 차 안에서는 떠들썩하게 장난치며 가는 아이들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통제하느라 애먹고는 하였는데, 그 날 따라 아이가 기운이 없더니 출발 후 얼마 되지 않아 잠이 들었다. 그러려니 했다.


가는 길에 휴게소에서 잠이 깨어 간식을 사주었지만 아이는 먹지 않았다. 그리고 차 안에서도 좋아하는 과자도 먹지 않는 아이였다. 조금 이상했지만 그때도 그러려니 했다.


아이가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갑자기 왜 머리가 아픈가. 어떻게 해야 하나 마음 졸이고 있는데 토가 나올 것 같다고 하여 차 안에 있던 비닐을 주었다. 아이는 차에서 아침에 먹은 것을 그대로 토해냈다. 무척 속상했다.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아 서둘러 도착했다. 그리고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즐겁게 놀기 시작했다. 안심하며 저녁이 되어 음식을 먹였다. 그때는 또 잘 먹었다. 그때부터 멀미가 의심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한 번도 멀미를 한 적이 없는데, 갑자기 왜 그런가 의구심이 들었다. 아무래도 약 때문이 아닐까 생각됐다.


다음 날 약국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도 아이는 차에서 잠이 들었다. 다시 멀미가 시작된 것 같아서 아이가 잠든 동안 최대한 이동하기로 했다. 아이는 또 머리가 아프다고 했지만 구토 없이 도착했다. 잠시 쉬고 나니 괜찮아졌다.






아이가 음식을 못 먹거나, 멀미 등의 고통을 겪는 것을 보아야 하는 것이 가장 괴로웠다. 구토를 하는 아이에게 등을 두드려주는 것 말고는 해 줄 것이 없다는 것이 무력했다. 그래도 계속 이 약을 먹여야 하나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를 위해서 내린 결정이므로 익숙해질 때까지는 겪어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럴수록 더욱 긍정적 피드백을 얻을 기회를 많이 주고자 노력하여, 최종적으로는 약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하기를 기도했다. 부디 나의 기도가 이루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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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5-02 07: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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