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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서작가 ]


학부모 상담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학부모 상담. 선생님은 아이가 adhd라는 것을 전혀 모르겠다고 했다. 물론 1학기에 선생님께 아이의 adhd 성향을 알렸고, 약물과 놀이치료를 병행 중이라고 말해둔 터였다.


아이는 학습면에서 우수했고, 발표 등에 적극적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종이 접기에 너무 빠져서 수업이 시작되는 것도 모르고 종이접기를 하거나(과몰입), 수업 중간에 갑자기 종이접기를 하려고 하는 점(충동성)이 문제라서 여러 번 지적했다고 하셨다.


또한 1학기 상담에서 미술 시간을 무척 싫어하는데(이것은 유치원 때부터 그랬다), 하지 않으려고 하거나(흥미 없는 활동), "나는 못 해요."라고 한다고 전해주셨다. 그런데 2학기 상담에서는 전과 다르게 조금씩 하려고 하는 모습을 칭찬해주시며 계속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었더니, 아이가 조금씩 완성을 해나간다며 완성되어가고 있는 그리기 과정들을 보여주셨다.


나는 감격하며, 유치원 때는 정말 하나도 안 해서 애를 많이 먹었고, 전혀 건들지도 않으니 알려줄 것도 없다는 선생님 말씀을 듣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하는 것을 보니, 완성하지 않아도, 불완전해도, 아이가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감격이라며 나는 눈물을 보였다. 아이가 발전하고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기쁨이었다.


선생님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평이 좋지 못했다. 적극적이지 않고 아이들에게 무관심하다는 평이 많이 들려왔다. 그래서 우리 아이에게도 무관심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은 아이의 상태를 깊이 이해하고 계셨고, 꾸지람보다는 알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계셨다. 나는 그 부분에 만족했다.



학부모로서의 질문


1학기 상담 때는 선생님께 "도와주세요"라고 말했다. 믿고 맡길 테니, 부디 우리 아이가 겪는 어려움들을 선생님께서 잘 도와주시길 바란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2학기에는 무슨 말을 할까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나의 질문은 이것이었다. 나는 선생님의 권위에 도전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더 세 보여서 이겨야지'와 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다. 아니면 '나를 낮춰서 우리 아이를 잘 부탁해야지'와 같은 행동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저자세일 필요도 없고, 고자세일 필요도 없다. 1년간 나와 함께 동행하는 교육 동반자로 여기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좋다는 결론이었다.


"지금 아이가 가장 어려워하거나 아이가 잘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이 뭔가요?"


"그 부분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집에서 어떻게 하면 아이가 그 부분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을 했다. 아이에게 관심이 없다면 대답을 잘하지 못할 것이다. 아이를 제대로 보고 계신가 싶을 정도로 헛소리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선생님은 나의 가장 아픈 부분을 딱 건드렸다. 나는 참았지만, 나와서는 울 수밖에 없었다.


"친구에게 도와달라고 하고 저 혼자 놀아요"


내 눈동자는 아주 심하게 흔들렸을 것이다. 그맘때 내가 깨달았던 '목욕' 사건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었기에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면 아이를 도와주던 친구는 기분이 상하는 거예요."


이해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동시에 우리 아이를 미워하게 되겠지.


"그래서 친구가 도와주지 않겠다고 하면,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며 모두가 나를 싫어한다는 혼잣말을 하고 분노를 일으키기도 해요."


나는 눈을 꼭 감았다. 심장이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선생님은 물론 그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셨는지 알려주셨다. 나는 이 부분을 도저히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감도 안 왔다. adhd의 문제점은 많은 부분 공개되었지만, 이런 사소한 것들은 일상에서 애매모호하게 일어나는 몇몇 문제일 뿐이다. 하지만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아이들은 친구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 나는 최대 쟁점을 마주했다는 것을 느꼈다.


"결국 공감 문제네요."


선생님이 뜬금없어하시기에 설명해 드렸다. adhd는 공감능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친구가 나를 도와주는 것이 고맙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저 그 친구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는 자신이 직접 겪지 않으면 그런 부분은 전혀 몰라요. 노멀한 데이터가 없죠. 데이터가 여러 번 쌓여야 하는데, 그러면 상처를 너무 많이 받겠죠."


선생님은 내게 몇 가지를 요청하셨고, 나는 놀이치료사 선생님과 이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다고 말하고 상담을 끝냈다. 상담을 시작한 지 40여분이 흘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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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5-18 08: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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