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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경보기 소리에도 가만히 있는 나, 정상인가요? - 화재경보기로 알아보는 방어기제와 당신 마음의 안녕
  • 기사등록 2022-01-12 12:32:02
  • 기사수정 2022-05-10 10:2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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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이지현 ]


출저: unsplash

“따르르르릉!”

아파트 전체에 화재경보기가 울려 퍼진다. 

놀라서 1층으로 내려가면, 같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려온 사람은 고작 서너 가족 남짓. 내려온 사람들마저도 ‘아니겠지?’라고 쑥덕거리며, 챙겨온 건 휴대전화 하나에 불과하다. 그들도 진짜 불이 났다고 생각했다면 그렇게까지 빈손으로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말 “나한테” 불이 났을까요?


 

이런 일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가? 아마 대부분 한 번은 있을 것이다. 화재경보기 오작동에 대해 말하는 게 아니다. ‘화재경보기에 누구도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미국의 언론인 아만다 리플리는 재난을 당한 사람들은 예상과 다르게 행동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많은 이들이 쓰나미, 태풍 등에서 재난 신호를 감지한 후 한참 뒤에야 도피행동을 보였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나가지 않는 건, 경보의 잦은 오작동 때문일까, 아니면 그냥 나에게 위험이 들이닥치지는 않을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 때문일까? 물론, 오작동이 일어나는 경우도 가끔 있지만 화재경보기가 처음 울린 건물에서조차 사람들은 ‘설마 불이 났겠어?’라고 생각한다. 건물이 흔들리면 ‘이거 뭐지? 설마 지진인가?’라고 생각하지만 바로 대피하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설마’라는 수식어를 사용해 나에게 위험이 일어났을 리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위험 사실을 믿지 않는 것을 우리는 ‘부정’이라고 부른다.

 


코로나, 피임, 그리고 정신건강



최근의 상황으로 대입하면, ‘나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겠지?’ 혹은 ‘나는 걸려도 감기처럼 금방 지나갈 거야.’라고 생각하며 거리를 마스크도 제대로 쓰지 않은 채 활보하는 사람들도 이런 성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이런 성향 때문에 어떤 이들은 콘돔을 끼고 관계를 했을 때 자신은 피임이 되지 않을 2%에 들 리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만약 그 2% 안에 들어가게 되면 매우 억울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마스크를 썼는데도 코로나에 걸리고, 콘돔을 올바르게 착용했다고 하더라도 피임에 실패해서 아이를 가지게 되는 경우는 꽤나 흔하다.

 

요점은 코로나 예방을 위해 집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거나 관계할 때 항상 다중 피임을 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다만, ‘나는 아닐거야’라는 방어기제는 때로는 우리를 방심하게 하며, 그 방심에 때로 우리는 원치 않는 결과를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재난 상황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도, 그리고 마음속에서도 마찬가지다.

 


방어기제, 무의식적으로 나를 보호하는 행위



방어기제는 자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속이거나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여 감정적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심리나 행위이다. 그래서 때로 우리는 사실을 거부하거나 왜곡시키게 된다. 부정은 우리가 사용하는 방어기제 중 가장 미숙한 방어기제에 속한다.

 

보통의 사람들은 자신의 불행을 인정하려 들지 않으려고 한다. 인정하면 자신이 너무 비참해지거나 그 뒤에 따라오는 불행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부정’은 그 자체로 ‘방어기제’일 뿐이다. 이미 난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상처를 잘 극복하려면



재난 경고에도 가만히 있는 당신, 당신은 지극히 정상이다. 우리는 모두 미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하며 나 편한 대로 살고 싶어하는 인간이다. 그러나 정상이라는 말이 안전을, 건강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언젠가 위험은 일어난다. 그리고, 그 위험을 우리는 감수해야 한다.

 

당신 마음에서 화재경보기가 울린다면, 그 경보에 귀를 기울여라.


불행을 행복으로 분칠할 필요가 전혀 없다. 나의 과거에 불행이 있었다면 이를 인정하는 게 문제를 푸는 시작점이다. 나는 상처받지 않았다고 애써 부정하면, 그동안 상처는 연고도 바르지 못한 채 방치되어 더 곪아버릴지도 모른다. 일부러 힘들었던 기억을 끄집어낼 필요는 없지만, 나를 괴롭히는 내 마음의 경보기가 울리는 기억이 있다면, 나는 괜찮다고 거짓된 위로는 이제 그만 접어두고, 이겨낼 수 있도록 당당히 상처를 마주하자.

 



참고문헌

유근준. (2013). 정신분석의 주요 세 이론 비교 - 정신분석이론, 자아심리학, 대상관계이론 -. 국제신학, 15, 367-400.

김혜남, 박종석.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 포르체. 2019.

Amanda Ripley. Unthinkable. Arrow Books. 2016

메디컬투데이(김준수). 임신중절수술 합법화에도 올바른 피임법 숙제로 예방해야. 2021-12-28. https://mdtoday.co.kr/news/view/1065607856944463

[네이버 지식백과] 현실부정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170016&cid=40942&categoryId=3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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