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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노지은 ]


다양한 가족의 형태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다. 다문화 가정, 한부모 가정, 조손가정, 재혼가정, 입양가정 등 복합적이고 다층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러한 다양한 가족 형태를 다르다며, 비난하거나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만연하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에 빠져있는 것이다.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란 부부와 자녀로 이루어진 핵가족만을 이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가족의 형태라고 여기며 그 외의 가족 형태를 ‘비정상 가족’으로 배제하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그들은 ‘비정상 가족’이라는 낙인 속에서 그들은 자신이 왜 이러한 가족 형태가 되었는지 타인에게 설명해야 하는 고통을 겪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다양한 가족 형태가 제도 속에서조차도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적 시스템 역시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이분법을 강화한다.


세상 어디에도 온전하고 완벽한 가정은 없다. 불완전한 인간이 모여 이룬 가족은 자연스레 부딪히고 갈등하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니 가족의 형태를 두고 정상과 비정상, 완전과 불완전을 나누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고 잘못된 일이다. 아이와 아빠로 이루어진 가정, 장애아동을 둔 가정 등 그들도 그저 수많은 가족의 형태 중 하나일 뿐이라는 이해가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가족의 형태를 두고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비이성적인 행태는 왜 나타나게 되었을까?



우리 집단과 그들 집단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가 발생하는 근원은 거의 모든 상황에서 ‘우리’와 ‘그들’을 나누는 인간의 속성과 관련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속하지 않은 외집단(out group)보다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인 내집단(in group)을 더 호의적으로 평가한다. 이러한 현상을 내집단 편향(in group bias)이라고 한다. 따라서 똑같은 일이 일어나더라도 우리 집단에는 관대하고, 타 집단에는 엄격한 모습을 보이는 모습이 나타나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와 같이 가족주의가 강하게 자리 잡을 수록 내집단에 대해서는 온정적 태도를 보이며, 외집단에 대해서는 배타적 태도를 보이게 된다.


예를 들어, 또래 아이들 간에 다툼이 일어났을 때 “저 아이는 엄마 혹은 아빠가 없어서, 조부모님 밑에서 자라서”라는 말로 책임과 잘못을 전가한다. 정상 가족의 테두리 밖에 있는 그들을 사랑과 보살핌이 부족하여 반드시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편견을 바탕에 두고 바라보기 때문이다. 결국,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핵가족, 즉 내집단만 옳다는 생각은 사회를 분열시킨다.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의 해결책은 공감 능력?


그렇다면,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 속에서 고통받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포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그들을 ‘이해’하고 상황에 ‘공감’해야 한다는 추상적인 답을 내놓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공감은 정상 가족과 비정상 가족이라는 명확한 경계를 뛰어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인간은 모든 사람에게 공감하는 것이 아닌 혈연이나 유사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더 잘 공감한다. 게다가 공통의 경험도 반드시 공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감이란 타인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는 것,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말처럼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어렵게 익혀야 한다. 따라서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공감 능력을 향상해야 한다는 말은 이상적인 이야기에 불과하다.


심리학자 폴 블룸은 공감의 한계를 지적하며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이성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공감은 감성이 아니라 이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진화심리학자 스티븐 핑커 역시 감정이입의 문명을 추구하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감정이입과 공감의 확대보다는 실질적인 권리의 확대를 위해 힘써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우리’의 폭을 넓히기 위한 교육과 제도적 보완이 필수적이다.


가족에는 고정된 형태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는 ‘어떠한 형태의 가족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건강한 가족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문헌>

강유진 (2014). 현대 한국사회의 가족주의. 한국지역사회생활과학회 학술대회 자료집, 77-91

박옥희 (1990). 내집단 편향(Ingroup Bias)에 관한 설득 주장이론적 접근. 한국사회학, 23(WIN), 37-52 

김희경, 이상한 정상 가족 (서울: 동아시아, 2017), 254-256.

"[우리 마음속 10敵] 똑같은 잘못도…우리집단엔 관대, 타집단엔 엄격" 매일경제, 2016년 5월 11일, https://www.mk.co.kr/news/special-edition/view/2016/05/336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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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2-15 08:5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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