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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박은지 ]




사진출처: pixabay.com 






청소년들의 비자살적 자해



‘자해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 따르면 2015년 4000건이었던 자해 관련 청소년 상담 건수가 2018년엔 2만7976건으로 7배 가까이 급증했으며 지금까지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SNS에서 ‘자해’를 검색하면 자신의 자해 경험을 공유하는 ‘자해계’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며, 자해 방법이나 사진 등을 공유하는 ‘자해 커뮤니티’도 생겨났다.


자해를 하는 이유를 죽고 싶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청소년들의 자해는 대부분 비자살적 자해의 성격을 띤다. 비자살적 자해란 죽고자 하는 의도 없이 직접적, 고의적으로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는 행위이다. 즉, 죽기 위해서가 아닌 정서적인 고통에서 자신을 해방하고 ‘살아가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자해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자살에 대한 두려움이 둔감화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확률이 커지기 때문에 자해를 예방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자해를 하는 이유



청소년들의 비자살적 자해에 대한 반응은 다양하다. 걱정하는 시선도 존재하지만 철없는 아이들의 비행, 관심 받고 싶어 하는 ‘관종’으로 치부하는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자해를 하게 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일차적으로 자해를 통해 신체적 고통을 받으면 우리 몸은 엔도르핀을 방출해서 고통을 완화한다. 이를 통해 부정적 정서는 감소하고 긍정적 정서가 증가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청소년 시기엔 두뇌 발달이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다. 자신이 감당하기에 버거운 불안, 분노, 슬픔, 우울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고통을 관리하기 위해 자해를 시도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지속적인 스트레스 상황을 겪는 아이들은 감정적으로 매우 둔해지게 되는데 여기서 자해를 통한 신체적 고통은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사회적 책임회피나 타인의 관심을 자신에게로 돌리는 등의 목적 달성을 단기간에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도 행동의 지속성이 유지될 수 있다. 자해를 통해 대인관계 요구를 회피하거나 무관심한 보호자의 관심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자해행동은 짧은 시간 내에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스트레스 상황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중독성이 강하고, 내성에 의해 더 위험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상처는 얘기하고 있다. 



자해를 하는 아이들 또한 자해에 대한 부정적 낙인, 위험성 등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해를 하게 되는 것은 그들이 정서적 고통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고, 또한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자해경험이 있는 집단은 사회적 지지를 낮게 지각한다. 이는 반대로 중요한 타인들로부터 충분한 애정, 신뢰, 평가 등의 지지를 받는다면 자살이나 자해와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줄 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상처는 계속해서 말하고 있다. 지금 내가 힘들다고, 나를 좀 봐달라고. 그 상처는 고통의 표현이자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사진출처: pixabay.com





나를 이해해주는 한 사람



누구나 10대를 겪으며 성장했지만 자라난 어른들의 모두가 10대를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고통들을 이겨내고 지금의 자신이 되었기 때문일까? 이겨내지 못하는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이 모든 문제는 당사자에게 괴롭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질책과 충고가 아닌 위로와 공감일 것이다.


필자가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  ‘이해 없는 세상에서 나만은 언제라도 네 편인 것을 잊지 마라’ 

자해를 하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의 행동을 금지하거나 가르치려 하는 어른보다는 그들의 감정을 존중하고 이해해주는 하나뿐인 ‘내 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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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권경인, & 김지영. (2019). 청소년 비자살적 자해 위기상담 경험에 관한 현상학 연구: 상담자 경험을 중심으로. 상담학연구, 20(3), 369-393.

신수정, 한재희. (2021). 비자살적 자해청소년의 자해중단 경험연구. 상담학연구, 22(5), 185-221.

윤경숙, 하정희. (2021). 지각된 사회적 지지가 청소년의 비자살적 자해에 미치는 영향: 정서조절 능력에 의해 조절된 외로움의 매개효과. 한국심리학회지: 상담 및 심리치료, 33(3), 1155-1177.

이강진, 세계일보, "女청소년, 성차별·억압 벗어나려 자해", 2020-03-02,

 http://www.segye.com/newsView/20200302516361?OutUrl=naver

이나영, 오마이뉴스, "몸에 상처내면 후련하다"는 아이들, 왜 이럴까요?", 2021.11.25,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86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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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3-03 07: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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