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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김지영 ]




무기력한 아이들


 

진짜 여고생들은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웃을까? 필자 또한 여고생 시절을 겪었지만,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봤을 때 앞선 질문에 대해 선뜻 긍정의 대답을 하기란 어렵다. 

 

꼭 여고생으로만 한정 짓지 않더라도, 그 시기를 살아가는 남녀를 불문한 모든 청소년기 학생들에 대해 꽃다운 나이다, 가장 좋을 때이다, 하고 싶은 게 참 많을 때이다 등의 말을 하곤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러할까?

 

교육실습과 교육봉사 등을 통해 학교 현장에서 무기력함에 빠져있는 수많은 청소년들을 만나며, 필자는 정말 큰 충격과 안타까움을 느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꿈이 무엇인지, 어떤 과목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지 등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몰라요”라는 한 가지 말로 귀결되었다. 

 

물론 필자가 학교를 다닐 때에도 무기력한 아이들은 있었지만, 현재 학교현장의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해지고 말았다. 가장 좋을 때라고 말하는 어른들의 기대와는 달리, 많은 아이들은 무기력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같은 중학생이어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무기력한 학생들의 모습은, 더욱 쉽게 볼 수 있었다. 

 


실존적 공허


 

삶의 의미와 목적을 상실하면서 경험하는 무가치감, 무의미감, 권태감 또는 허전하고 텅 빈 느낌 등의 심리상태를 ‘실존적 공허’라 한다. 이는 가치관이 형성되는 청소년기에 특히나 위험하다. 청소년기에 실존적 공허함을 느끼며 무기력한 채로 보낸 아이가, 이후에 갑자기 마법처럼 열정적이고 긍정적인 성인으로 변화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치열한 입시경쟁 속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있어, 실존적 공허함은 누구나 언제든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실존적 공허함에서 벗어나 주체적이고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내재적 목표 갖기



첫 번째로, 내재적 목표를 갖는 것이다. 내재적 목표는 개인의 흥미와 가치, 가능성 실현에 초점을 두어 기본심리욕구 만족의 촉진 및 안녕감에 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리고 이는 사회적 성공과 타인의 평가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에 초점을 둔 외재적 목표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물론 외재적 목표가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순 없다. 외재적 목표가 긍정적 자극을 줄 수도 있지만, 타인과의 지나친 비교는 불행을 초래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내재적 목표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역사 100점 맞기나 반에서 1등 하기와 같은 외재적 목표에만 몰두하기보다는, 몰랐던 역사 지식을 새롭게 알아가며 느끼는 배움의 즐거움을 추구해보자는 것이다. 

 


노스탤지어



내재적 목표 갖기에 이어 두 번째 방법으로, 노스탤지어를 제시하고자 한다. 노스탤지어란 단어는 아마 문학작품을 통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수도 있다. 사전적 의미는 과거에 대한 향수, 그리움 정도로 설명할 수 있겠다. 심리학적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좋았던 시절, 장소, 사람에 대한 회상 혹은 자전적 기억과 그리움 같은 감정이 함께 나타나는 복합정서를 말한다. 

 

노스탤지어는 실존적 공허에서 벗어나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게끔 도와준다. 한 개인이 과거에 경험했던 소중한 순간들을 상기시켜보는 것은, 스스로의 가치와 삶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든다. 

 

실제로 필자는 현재에도 어렵고 힘든 일들을 마주할 때나 무기력해지고 공허함을 느낄 때, 과거의 추억들을 자주 떠올리곤 한다. 특히나 고등학교 시절 해외봉사, 실장, 부회장, 여러 대회에 나가 수상해본 일 등의 성공경험은,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존감을 상승시켜주고 삶을 긍정적으로 힘차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또한, 성공경험을 하기까지의 과정 중 겪었던 어려움들과 이를 극복하면서 내면이 보다 단단해졌던 일들은 필자 스스로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준다. 



 삶의 의미를 잃지 않기를


 

앞서 제시한 두 가지 방법이 실존적 공허함에서 벗어나는 방법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의미 있는 활동임은 분명할 것이다. 

 

자라나는 꿈나무인 청소년들이 더 이상 책상에만 누워있지 않고 내재적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며, 그리고 지난 경험들을 돌아보며 현재 자신의 삶에 의미를 재발견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는 추억이 될 지금 이 순간이 아름답고 소중하게 기억될 수 있도록, 미래를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도록, 후회 없이 주체적으로 살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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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임성애, “청소년기 내재적 목표의 발달양상과 삶의 만족도 변화에 대한 종단연구”, 『학습자중심교과교육연구』, 2021, 21(1), pp. 999-1022.

장효정, 현명호. “노스탤지어가 실존적 공허 상태 대학생의 삶의 의미, 긍정정서 및 감사에 미치는 영향”, 『한국심리학회지: 건강』, 2016, 21(4), pp. 895–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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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3-17 07: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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