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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백진민 ]




까먹었던 시험이 있었다는 것을 전날 밤에 깨달았다.


내일이 송고 마감날인데 작성하던 기사가 날라갔다.


이렇듯 할 수 없는 일이나 하기 싫은 일을 마주했을 때, 혹은 엄청난 실수나 잘못으로 인해 좌절감과 무능함에 빠졌을 때 우리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자살하고 싶다.



물론 그 속뜻은 정말 자살하고 싶다는 게 아니라 그저 잠시 세상과 멀어져 자신의 불안한 상황이나 스트레스 상황을 회피하고 싶다는 것이겠지만, 사실 이는 그리 쉽게 나와서는 안 될 말이다.




자살률 1위의 나라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매일 평균 35명꼴로 하나의 소중한 생명이 사라져간다. 특히 유명 연예인의 자살 소식은 미디어에 의해 집중적으로 조명되며 대중들 역시 이에 커다란 충격을 받는다. 


자살 사건이 일어났다고 해서 매스컴에 보도되는 일은 드물지만, 설령 보도된다고 해도 그 하나하나가 주는 영향력과 파급력은 현저히 줄어든 것 같다. 사람들은 어느새 조금 무뎌졌다.


그러나 대다수가 무감해졌다고 해서 모두가 이러한 뉴스에 괜찮아진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 매스컴의 자살 보도는 심각할 정도로 잔인한 결과물을 도출한다. 예를 들어, 베르테르 효과가 그러하다.




베르테르 효과



베르테르 효과란 유명인이나 평소 존경하던 선망의 대상이 자살할 경우, 그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여 이를 따라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을 말한다. 모방 자살 또는 자살 전염이라고도 한다. 이 명칭은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유래한다. 


주인공 베르테르는 이미 약혼자가 있는 여인을 짝사랑하다가, 그녀가 이를 거부하자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이 이야기는 낭만주의가 확산되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수많은 청년을 모방 자살로 이끌었다.


현대 사회에서도 이 모습은 그대로 나타난다. 유명 연예인의 자살 소식이 대서특필되고, 자세한 내용을 담아 집중적으로 보도되면, 그 이후 일반인들의 자살률이 큰 폭으로 증가한다.


이 현상은 1974년 사회학자이자 자살 연구학자 데이비드 필립스에게서 발견되어, ‘베르테르 효과’라고 명명되었다. 


그런데 필립스가 발견하여 주장하는 바는, 단지 망자가 유명인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 영향을 받아 자살을 선택한다는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일반인이 언론을 통해 자살에 대한 언급에 얼마나 노출되느냐에 따라 자살률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말하고자 했다.




베르테르 효과와 미디어 윤리



사람이 반복적인 자살 기사에 노출되고, 특히 고인이 된 유명인과 비슷한 성별, 나이, 유사한 상황에 놓여 있는 받게 될 심리적인 영향력이 더 커진다. 그와 나를 동일시하기 더 쉽기 때문이다. 


또한, 평소에는 우울증 증세를 보이지 않는 사람도 미디어에 자극을 받아 자살을 시도할 수 있다. 많은 연구자는 자살 보도량이 증가하거나 보도 내용이 구체적일 때 후속 자살자의 모방 성향이 강해진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미디어의 부정적인 영향력을 인지하고, 나라마다 미디어 윤리를 만들었다. 한국에서는 2004년 7월 29일 자살 보도 권고안이 공표되어, 보도에 대한 언론인의 경각심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즉, 언론은 공공의 이해와 사회적으로 중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살에 대한 보도를 삼가야 한다. 베르테르 효과에서 알 수 있듯이 자살 보도량의 증가가 실제 자살률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권고안이 언론 현장에서 얼마나 지켜지고 있으며, 기준이 발표된 이후 언론의 보도 태도가 얼마나 달라졌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지표가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실태와 미디어의 본래적인 역할에 대해서는 후속 기사를 통해 더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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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 김연종. 2005. 자살 보도 권고 기준으로 본 언론의 자살 보도 행태. 한국언론학회 학술대회 발표논문집. 49-54.

(2) 양현주. 변은경. 2016.자살 관련 보도에 따른 대학생의 자살태도와 자살생각과의 관계. 한국산학기술학회 논문지. 17(10). 582-590.

(3) 세계보건기구. 2000. 『자살예방언론인을 위한 자료집』 한국정신사회재활협회(번역)

(4) [네이버 지식백과] 베르테르 효과 [Werther Effect] - 자살은 전염병? (사람을 움직이는 100가지 심리법칙, 2011. 10. 20., 정성훈)

(5) 김대욱, 최명일. 2015. 미디어는 자살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한국언론학회 학술대회 발표논문집. 16-17. 

(6) 조남욱. 2013. 우리사회의 생명경시 풍조와 그 극복 방향. 윤리교육연구. 31.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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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4-04 07: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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