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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여행을 많이 다녀볼걸 - 아이가 10살이 넘기 전에 놓치지 말아야 할 48가지
  • 기사등록 2022-05-04 07: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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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페르세우스 ]


AQ(Adversity Quotient)를 키우는 교육 1 : 여행을 많이 다녀볼걸(가까운 데라도 괜찮아요. 아이와 자주 다니세요)     




여행이란 우리가 사는 장소를 바꾸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각과 편견을 바꾸어 주는 것이다.

- 아나톨 프랑스 -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의외로 자주 제게 해주는 이야기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누구는 이번에 어디로 여행 간대’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친구가 여행을 간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것이 제일 기억에 많이 남는 모양입니다. 그만큼 아이들은 여행이라는 단어에 대한 설렘과 기대치가 높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이런 여행에 대한 기대치를 어른이 잘못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아이의 기준에서 여행은 부모와 함께 집을 나와 어디론가 놀러 가는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어른은 뭔가 거창한 계획을 동반하여 멀리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비행기를 타서 이름난 곳으로 가야만 그럴듯한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아이는 ‘간다’에 의미를 두지만 부모는 ‘어디로’에 의미를 좀 더 두는 것이죠. 


게다가 여러 가지 현실적인 사정으로 인해 여행을 가지 못하게 되면 어른은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고는 합니다. 유럽, 동남아시아, 하물며 제주도라도 다녀와야 여행을 갔다고 말할 수 있다는 생각은 고정관념입니다. 여행은 재충전과 아이의 성장을 위해서 가는 것이지 남들에게 자랑하려고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 집 밖을 나가기만 해도 일단은 여행. 


보통 아이들은 복잡한 뇌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말들 하지만 생각보다 단순한 부분도 있습니다. 엄청나게 거창한 것을 해주지 않더라도 충분히 만족감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가족과 함께 하는 근교 나들이만으로도 아이는 부모와의 애착이 형성됨은 물론 정서적인 안정감도 느낄 수 있습니다. 멀리 가는 것에 부담을 갖지 말고 일단 집 근처의 가까운 곳이라도 괜찮습니다.


도서관이든 공원이든 아이와 함께 외출하기만 하면 그때부터는 나들이이고 그 또한 여행입니다. 일상에서 벗어나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즐거워하니까요.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여력이 된다면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인 새로운 자연환경, 색다른 음식, 이질적인 문화를 경험하도록 해준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요즘 일선 학교에서 안전사고를 비롯한 불미스러운 사고를 우려해서 수학여행들을 없애거나 축소하는 추세라는 점입니다. 학교도 학부모도 신경 쓸 일만 많아지는 학교 밖의 학습을 원하지 않는 것이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의 기회는 점점 더 줄어들어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기회를 얻지 못한 것도 큰 문제였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집안에만 있기보다는 상황이 허락하는 안전한 범위 내에서 우리 아이들이 다양한 세계를 직접 경험할 기회를 틈나는 대로 만들어줘야 합니다.

  


◇ 아이들이 계획하고 학교 수업에 맞춘 체험 여행


부모의 대부분은 큰 맘을 먹고 본업을 비롯해 자신의 일정을 어렵게 조정하고 적지 않은 비용을 감수하여 아이들을 위해 여행을 계획합니다. 대부분의 해외여행이 그렇습니다. 이렇게 여러모로 쉽지 않았던 여정을 마치고 난 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엄청나게 좋은 경험을 통해 크게 성장에 도움이 되었으리라고 믿고 뿌듯해합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들에게 여행이 어땠냐고 물어보면 만족도가 의외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면 부모들은 허무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합니다. 분명히 어릴 때는 아이들이 밖에 나가기만 하면 대부분 좋아합니다. 점점 자라다 보면 아이들의 태도가 미묘하게 바뀌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여행을 가자고 하면 당연히 신나 할 것이라 기대하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지는 것입니다.


이런 엇박자가 생기는 이유를 가만히 살펴보면 부모의 일방적인 계획으로 진행된 여행이었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의 의사와 자기주도성이 반영되지 못한 여행이라는 의미입니다. 《SBS 스페셜_아이와 여행하는 법》에서 아이를 위한 여행에 대해 정확히 짚어줍니다. 개그맨 정종철 씨 가족은 팀을 나누어 아이들이 스스로 계획하는 팀과 부모가 주도하는 팀으로 나누어 하루의 일정을 보냅니다. 그 결과 아이들이 계획에 참여한 팀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부모가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하는 이유는 부모의 재충전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아이들의 견문을 넓혀주고 그를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고 아이가 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여행 계획을 짜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사전 조사를 통해서 무엇을 먹을지 어디를 볼 것인지를 함께 고민하며 사전에 자신이 갈 여행지에 대해서 접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이가 아직 어리고 여러 여건이 허락하지 않으면 부모가 정한 계획들을 사전에 아이에게 공유하며 설명해주고 그에 대한 의견을 묻는 정도도 괜찮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아이는 여행을 더 즐겁게 그리고 주도적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교과서를 비롯한 책이나 영상을 통해 접한 내용을 눈으로 직접 본다면 아이들도 충분히 즐기는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국어나 사회에 등장하는 배경 장소라든지 과학에서 공부한 부분을 실제로 관찰할 수 있는 지역은 찾아보면 얼마든지 많습니다. 초등학교 교과 연계 체험으로 검색을 하면 이와 관련된 도서나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소개된 사이트들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충분히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수박 겉핥기 식 여행이 아닌 문화인류학적 여행


저는 2018년에 가족여행과 회사 워크숍을 포함해 제주도를 4번이나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또 공교롭게도 가거도만 3번을 가게 되었죠. 같은 곳을 가는 것이 꼭 나쁘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3번째의 가거도는 제게 거의 감흥을 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2019년에 제주도에 갔을 때는 새로운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일정을 마친 후 처음으로 혼자 스쿠터로 제주도 일주를 해보기로 한 것입니다. 혼자서 여행하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오토바이로 여행이라니 어떻게 보면 참 무모한 도전이었습니다. 


스쿠터로 찾아낸 제주도의 숨은 마을

흥미로운 사실은 그 스쿠터 여행이 지금까지 제가 했던 수많은 여행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이라는 사실입니다. 편하게 목적지에서 다음 목적지로 데려다주는 관광버스나 자동차로는 절대 갈 수 없는 좁은 길을 지도만으로 찾아다니는 방식은 굉장히 어려웠지만 즐거운 도전이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그동안 몰랐던 제주도의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을 색다른 시선으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토머스 모어의 소설 『유토피아』에서는 여행하는 방식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율리시스식 여행은 ‘여행을 통해 배우는 사람’, 플라톤식 여행은 ‘배우기 위해 여행하는 사람’을 뜻한다고 합니다. 저도 스쿠터 일주를 통해 뜻하지 않게 두 가지 여행을 경험한 셈이었습니다. 결국 이런 여행이야말로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여행임을 알게 된 것입니다.




깨달음을 얻는 여행의 최고봉을 전문가들은 문화인류학적 여행이라고 합니다. 문화인류학은 세계의 여러 인간과 문화를 종합적인 관점으로 비교하고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이지성 작가는 문화인류학적 여행을 하면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사회를 연결하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특히 이런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현지인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었느냐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잘 쉬고 잘 놀고 잘 먹으면서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의 재충전하는 것은 여행의 중요한 목적입니다. 그런 장점 말고도 여행에는 더 보물이 있습니다. 새로운 환경을 통해 생기는 불안과 두려움을 극복해나가는 힘을 키워준다는 점입니다. 이런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편안함에 기대는 방식보다는 불확실성을 담보로 해야 합니다. 유명한 관광지나 휴양지에서는 이런 장점을 얻기 어렵다는 점에서 아이와 여행하는 방식을 한 번 정도는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는 이유입니다. 


그렇지만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은 그 어느 때보다도 사치스러운 활동이 되어버렸습니다. 문화인류학적 여행을 당장 추진하기 쉽지 않지만 아쉬운 대로 대체 가능한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 두 곳은 재미와 교육을 함께 얻을 수 있으며 생각의 틀을 넓힐 수 있으므로 굉장히 장점이 많습니다. 인류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아이의 견문을 넓혀줄 수 있는 좋은 대체재입니다. 


아이의 성향에 따라 처음에는 이런 활동을 내켜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부모가 미리 사전 지식을 갖추고 일정에 대해서 공유하여 아이가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주고 함께 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집중력이 길지 않기에 단 한 번의 방문으로 모든 전시물을 보고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여러 번 반복해서 방문함으로써 다양한 시각으로 전시물을 관찰할 수 있게 해 준다면 아이의 지적능력은 물론 관찰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여행이 주는 선물


여행을 통해 아이가 얻는 선물은 종합 선물세트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아이들과 같은 반이었던 서은이는 낯가림이 정말 심한 아이였습니다. 친구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리기보다는 조용하게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소녀입니다. 그런 서은이가 지난 방학 때 관광지가 아닌 지역으로 며칠 동안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을 다녀온 뒤 만났던 서은이는 제가 알고 있던 서은이가 아니었습니다. 활동적이고 말도 많아지고 웃음도 많아졌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낯선 여행지에서 긴 시간을 보내며 서은이는 그동안 부족했던 친화력과 활달함을 키울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스포츠 스타인 손흥민 선수와 김연경 선수 그리고 류현진 선수는 실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그와 더불어 주목받는 부분은 일명 ‘인싸력’이라고 불리는 뛰어난 친화력입니다. 팀 동료들뿐만 아니라 다른 팀 선수와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흐뭇한 모습이 자주 기사로도 보도됩니다. 새롭게 변화된 환경에서 적응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재능이 아무리 많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면 성공할 가능성은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과 쉽게 어울릴 수 있는 능력은 그 사람에게 더 성장할 기회와 가능성이 있음을 뜻합니다. 


물론 이러한 친화력을 선천적으로 가진 사람도 간혹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노력과 경험을 통해서 키워야 하는데 바로 가장 좋은 방법이 여행입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경험은 여행보다 좋은 것은 없습니다. 다양한 사람과 음식을 비롯해 자연환경과 문화까지 접할 수 있기에 평소에 익숙해진 것을 잠시 넣어두고 어색함과 불편함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행은 역경을 극복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여행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을 계속 만들기 때문입니다. 물건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익숙하지 않은 음식을 먹어야 하기도 하며 특이한 사람들도 만나게 됩니다. 목적지로 가는 길을 잃기도 하고 낯선 곳에서 잠을 자야 합니다. 


예전에 제가 오스트리아·체코 여행을 할 때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체코 체스키 크룸로프로 이동하는 교통편을 온전히 제 착각으로 놓친 적이 있었습니다. 기차역 앞에서 일행 5명을 태우고 갈 밴을 예약했는데 오전 9시였던 약속 시간을 12시로 착각한 것이었죠. 전체적인 여행 일정을 주도했던 저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머리가 하얗게 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놓쳐버린 밴에 날려버린 돈도 돈이었지만 목적지에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면 그날 밤에 묵을 곳까지 없어져 버리게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늘이 하얗게 되는 느낌을 그때 경험을 했습니다. 다행히 금방 정신을 차리고 급하게 여행사 직원과 현지 숙소 직원, 일행들과 상의를 했고 빠르게 플랜 B를 실행했습니다. 신속하게 기차표를 예매했고 환승을 두 번이나 한 끝에 그날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재미있었던 사실은 가끔 그때의 여행에 대해 회상해보면 제가 그날 겪었던 실수의 추억이 제일 선명하게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시간과 금전적인 손해가 있었긴 했지만 나름대로 그 뒤의 대처를 잘해서 위기를 잘 극복했다는 점에서 쉽게 경험하기조차 힘든 값진 여행의 교훈을 얻었던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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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5-04 07: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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