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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박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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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참 재밌었는데’


가끔 교복을 입고 지나가는 학생들을 보면 문득 떠오른 추억들에 잠긴다.

그때의 나는 참 사소한 걸로 웃고, 친구들과 작은 추억들을 쌓으며, 정말 말 그대로 소소하지만 그렇기에 더 소중한 하루를 보냈었구나. 


하지만 나에게 과거로 돌아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나의 청소년기는 참 즐겁고 소중하지만, 그만큼 힘들고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사소한 것에 웃는 만큼 사소한 것에 울고, 친구가 소중했던 만큼 타인의 시선에 민감했으며,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만큼 불안정했다. 



자기 불일치로 인한 우울



그때의 나는 자기 불일치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었다. 


자기개념이란 쉽게 말해서 자신에 대한 생각, 즉 자기에 대한 인지적인 평가이다. 자기의 영역은 현재 지각하는 자기의 모습인 ‘실제 자기’, 자기가 되고 싶은 자기의 유형인 ‘이상적 자기’,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믿는 ‘의무적 자기’를 포함한 다차원적 개념이다. 


인간의 전 생애에서 청소년기는 자기 이해가 발달하고 자기 존재에 관심을 갖는 ‘자아 발견’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개인들은 자신에 대한 다양하고 복잡한 관점을 표상할 수 있게 되면서 자기에 대한 자신의 관점과 다양한 자기 기준 간의 불일치를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Higgins는 자기 불일치 이론을 통해 서로 다른 자기 상태의 불일치 정도가 클수록 정서적 불편감이 커진다고 하였다. 구체적으로 실제 자기-이상적 자기 간의 불일치는 낙담 정서(우울)와 관련이 있으며, 실제 자기-의무적 자기 간의 불일치는 초조 정서(불안)와 관련이 있다. 



내가 고통스러웠던 이유 



나는 당시 이상적인 자기가 너무 비대했다.


‘리더십 있고, 사교적이며,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자신감 있고•••’ 


온갖 좋은 것을 다 뭉쳐 놓은 것, 그게 내가 되고 싶었던 인간상이었다. 

결론적으로는 약점 없는 인간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스스로 남의 눈치를 많이 보고, 내성적이며, 상처를 잘 받고, 자신의 의견을 잘 주장하지 않는 ‘약점’을 가졌다고 생각했으며, 이러한 약점을 파악하고 고치는 것이 나를 발전시키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나의 ‘약점’과 타인의 ‘강점’을 비교하게 되고, 변하지 않는 자신을 미워하고 책망했다. 


고칠 수 없는 기질적 영역을 고치려 하니 정서적 불편감은 물론이고, ‘자기자존감’과 내가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느끼는 ‘자기 효능감’ 또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내가 이 글에서 자기개방을 통해 나의 경험을 공개할 수 있는 것도 내가 그 어려움을 어느 정도 극복했으며 또 극복할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극복의 이유는 모르겠다. 생물학적으로는 전두엽의 발달과 같은 자연스러운 변화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심리학 공부를 통한 자기이해의 영향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확실한 건 내게 ‘인식의 전환’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면을 발견하다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성격들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는 남의 눈치를 많이 보지만 그만큼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잘 파악한다. 내성적이지만 그만큼 말과 행동에 있어서 신중하다. 상처를 잘 받는 예민한 감수성 덕분에 공감능력이 발달되었고, 자신의 의견을 강력히 밀어붙이는 카리스마는 없지만 그만큼 남의 의견을 배려하고 경청하려 한다. 


이것은 단점을 합리화하고 자신을 완벽하다고 믿으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되, 자신의 약점과 한계까지도 수용하는 것이다. 


자기수용자신의 감정, 동기, 능력 그리고 한계 등을 부인하거나 왜곡 혹은 확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수용이 높은 사람들은 자신의 다양한 측면들을 인식하고 수용하기에 자신의 강점을 인식하고 활용하는 데 있어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나는 여전히 부족하며, 나를 미워하기도 하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하지만 적어도 그러한 자신을 부정하진 않으려 한다. 내게 단점이었던 그 모든 것들이 강점이 될 수 있으며, 입체적이고 복합적인 ‘나’라는 사람을 그 자체로 수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나는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나는 당신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정말 뻔한 말이지만, 당신은 당신의 존재 자체만으로 소중하고 특별하기에.

당신이 당신의 특별함을 받아들이고 사랑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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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정은경, 「코칭심리의 이론과 실제 (개인의 성장을 위한 심리학적 접근, 코칭심리)」, 학지사, 2020

조영아, 이재은.(2018).대학생의 진로적응력과 자기수용, 강점인식, 강점활용의 구조적 관계.농업교육과 인적자원개발,50(2),127-149.

황민영, 방희정, & 김영숙. (2014). 고등학생의 실제-이상 자기불일치, 자기효능감, 사회적지지 및 우울 간의 관계. 한국심리학회지: 일반, 33(1), 239-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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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4-13 09:4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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