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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장철우 ]


9.11 테러사건이 일어난 이후 미국에서 항공기 이용객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이전까지 비행기를 이용하던 사람들이 장거리 이동시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위험을 피하겠다던 대중의 이러한 시도는 사실 위험을 오히려 확대하는 것이었다. 


9.11 테러 사건을 포함해서 그 이전이나 이후 모두 객관적 데이터는 자동차 사고의 발생 위험이 비행기 사고의 위험보다 훨씬 높다고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911 테러 이후 자동차 이용 증가현황

이러한 객관적 사실과 이에 대한 대중의 인식 차이는 여러 실험에서 나타난다. 


대중은 교통사고 및 화재 등 재난사고로 죽는 사람이 당뇨로 죽는 사람의 비율보다 300배쯤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당뇨로 죽는 사람의 비율은 모든 사고로 죽는 사람들 보다 4배가 더 높고, 


사고로 죽는 사람의 비율과 질병으로 죽는 사람의 비율이 비슷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질병으로 죽는 사람이 18배 더 많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가용성 휴리스틱이라고 설명한다.  


대형 사고나 지진이 일어나면 관련 보험가입자 수가 갑자기 폭증하는 것처럼 언론이나 주변에서 최근에 발생한 사건 사고를 체험한 대중들이 유사 사건 발생 위험을 객관적 사실보다 훨씬 높게 평가하여 이에 대비하는 현상이다.


 

여기서 질문..  


그렇다면 이때 의사결정권자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대중이 감정적 판단으로 객관적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그들을 설득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비록 객관적으로 대중이 잘못 판단하고 있더라도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으니 그것에 맞춰서 그러한 대중의 감정을 반영한 대응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좋을까?      


이것과 관련하여 대표적인 것이 바로 넛지로 유명한 행동경제학의 대표주자 캐스 선스타인과 감정 연구의 최고 석학 폴 슬로빅의 논쟁이다.      


캐스 선스타인 (넛지의 작가이기도 하다)

캐스 선스타인은 전문가의 객관적 역할을 주장한다. 


" 일반 대중이 감정적 정서로 잘못된 판단하면 전문가는 과학적으로 대중을 설득해야 한다고 한다.


특히 정부의 정책이 대중의 잘못된 감정에 영향을 받아 오락가락 했던 여러가지 사례를 비판하면서 이 모든것은 객관적이지 못한 대중의 위험에 대한 편향 때문이라고 본다. 


따라서 의사결정자들은 대중이 아무리 뭐라해도 이에 대해서 귀를 막고, 오직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전문가 다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감정연구의 최고석학 폴 슬로빅

반면 폴 슬로빅은 이러한 선스타인의 주장에 반대하면서 위험이란 어떤 방법으로 측정하는 가에 따라 전혀 다른 것으로 무조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것 만을 주장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는 아주 유명한 실험을 진행했었다.  


정신과 의사들을 모아서 이렇게 예시를 주었다.


A : 이런 환자가 퇴원을 하게되면 약 100명중 20명이 폭력을 행사할 위험이 있습니다.

B : 이런 환자가 퇴원을 하게되면 약 20%의 확률로 폭력을 행사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렇게 정보를 받은 정신과 의사들은 A의 경우에는 약 40%가, B의 경우에는 약 20%가 퇴원을 해서는 안된다고 의사결정을 내렸다.  즉 같은 수치라도 어떻게 표현했는가에 따라 정신과 의사라는 전문가 조차도 전혀 엉뚱하게 판단을 하게 되며 정보의 객관성이라는 것이 그리 쉽게 담보되는 것은 아니라고 비판한다. 


또한 정책이라는 것이 결국은 사람에 관한 것이고,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중이 어떻게 생각하는 가에 따라 정책의 중요성이 결정되는 것이며 

대중이 이미 두렵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객관적으로 위험하지 않더라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나는 두 학자의 의견에 모두 공감하지만 결국 사안에 따라 이를 적절히 적용할 것을 주장한 대니얼 커너먼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는 어떠한 위험이 대중에게 확산되기 전에는 전문가의 판단을 존중하고, 


대중에게 확산된 이후에는 전문가가 대중의 위험인식이 비록 객관적 사실과 거리가 멀더라도, 대중의 공포를 인정해야 한다고 사안을 구별해서 제안하고 있다.  (대니얼 커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 P215)     



코로나로 인해 꽁꽁 2년간 꽁꽁 묶였던 거리두기 제한이 최근 급격히 해제되고 있다. 


어제는 저녁 10시쯤 술집에 갔더니 자리가 꽉 차있고 소음이 하도 커서 옆사람 이야기를 들을 수 없을 정도였다. 야구장의 응원가가 시작되었고 실내 마스크도 해제되었다.


그런데 신규 확진자를 보면 객관적 위험은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애초에 코로나는 그렇게 위험한 것이 아니었다는 일부 의사들과, 이럴 거면 그 시절 왜 그렇게 자영업자들의 생존권과 일반 국민의 자유권을 박탈했냐 라는 정치인들의 비판에 일부 동의하는 사람들이 있다. 


거리두기 해제후 활발해진 술집

그렇다면 우리는 지난 2년간 잘못된 전략을 펼친 것이었을까? 

어떻게 판단과 의사결정을 했어야 했을까?     


전략적 사고란 의사결정을 위해 사안에 따른 적합한 도구를 꺼내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도구가 하나일 수는 없다. 


어떤 사안인가에 따라 전혀 다른 도구가 쓰이기도 하고 그러한 사안은 그 시기의 객관적 상황, 조건은 물론 대중의 주관적인 감정, 정서, 정치적 분위기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고 거기에 맞는 적절한 도구를 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앞으로 뭘 해야 할까?  바로 이러한 과학적 이론이라고 불리는 도구들을 하나하나 저장장치에 쌓아두는 것이다. 그리고 어떠한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내가 생각하는 적절한 도구를 꺼내 써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적확한 도구를 상황에 따라 쓸 수 있는 전략적 사고의 대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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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7-29 07: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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