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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이지현 ]


@unsplash


예로부터 경기 지표와 관련된 세계적인 속설로, 불황에 경기가 나빠지면 여성들의 스커트 길이가 짧아진다는 속설이 있었다. ‘너무 터무니없다’고? 그렇지만 과거에는 이 터무니없는 ‘경기 불황과 미니스커트’의 상관론이 모두 근거 있는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검색 엔진에 ‘경기 불황’과 ‘스커트 길이’나 ‘치마 길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10년 전, 15년 전 등의 기사가 수두룩하다. 왜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게 일반적인 사실처럼 받아들여졌을까?

 


경기변동과 치마 길이의 상관관계



이 속설에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의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경기가 어려우면 원단의 가격을 아끼기 위해 치마 길이를 줄인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불황에 남성들이 여성들을 찾을 여유가 없어지기 때문에 남성의 이목을 이끌기 위해 여성들이 짧은 치마를 입는다는 것이다. 즉, 경기 불황이 ‘원인’, 치마의 길이가 짧아지는 것을 ‘결과’로 해석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의상 업계에서는 불황기에 앞다투어 미니스커트를 내놓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와 반대되는 주장들도 많다. 경제학자 조지 테일러는 1926년에 경기변동과 치마 길이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지수로 ‘헴라인 지수’라는 개념을 제시했는데, 짧은 치마를 경기의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여 위의 속설과는 상반된 의견을 제시했다. 의상학 쪽에서도 이 의견에 더 동의한다. 치마뿐 아니라 비싼 속옷과 관해서도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 양쪽의 주장 모두 그럴듯해 보이나, 학계에서 이러한 현상은 ‘상관관계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 원인이 된 해프닝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상관관계의 오류



‘상관관계’란 두 대상의 상호 관련성, 즉 두 변인이 같이 움직이는지에 대한 관계이다. X와 Y 두 변인을 예로 들면, X가 움직일 때 Y가 어떠한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둘의 움직임이 관계가 있는지 정도를 분석하는 것이다. 이때 실제 상관 연구에서 학자들의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 중 하나가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착각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과, 또 상관이 유의하다고 판단되어도 해당 상관이 단순히 우연의 일치이거나 제3의 변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X와 Y의 움직임이 단순히 같이 움직이는지 아닌지를 보는 것이지 둘 중 어떤 하나가 다른 하나를 움직이게 만드는지를 측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우연성에 의해 상관이 있다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1950년대 이후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와 범죄 정도가 동시가 증가해왔다고 한다. 이 경우 둘의 정적 상관(X와 Y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다. 이는 상관 연구의 대표적인 오류이다. 

 


어쩌면 둘의 관계는



실제 과거 미국이나 유럽의 많은 연구는 ‘불황기에 미니스커트가 유행한다’라는 속설을 뒷받침해주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이를 토대로 실증분석을 한 결과, 상대적 불경기였던 1997년, 2001년, 2003년에 미니스커트가 트렌드로 제시되었고, 상대적 호경기였던 1996년, 2002년, 2005년에는 롱스커트로 제시되어서 해당 속설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상대적 호경기였던 2006년에도 미니스커트가 트렌드였으며 이후 세계적인 경제 대공황이 찾아왔던 2008년부터는 스커트 길이에 대한 트렌드 언급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한편 해당 연구는 스커트 길이의 유행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마치 경기변동 또한 어떠한 패턴을 보이듯이 말이다. 그러나 연구 결과 2006년 이후 둘의 관계는 명확하게 정의 내리기 어렵다. 둘은 상관이 있다는 결과가 여러 차례 나왔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 근거가 없다. 어쩌면 둘의 관계는 상관관계의 오류 중 하나로 과대 해석된 것이 아닐까?




 <참고문헌>

홍혜림.(2009).스커트의 길이와 경기변동에 관한 탐색적 연구.한국경영학회 융합학술대회,(),371-389.

이인성, “경제와 치마 길이 사이의 ‘소문과 진실’”, 「주간동아」, 2005-01-06

강한균, “치마 길이 짧으면 불황? … 경기지표와 속설”, 「김해뉴스」, 201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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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9-24 18: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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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PT_mangosteen2022-10-17 22:48:16

    개인적으로도 스커트의 길이와 경기의 흐름의 관계는 확실한 상관관계가 있지는 않은것 같습니다. 개인의 개성이나 패션을 현대사회에서는 중요하게 여기는 여성들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인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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