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sychology Times=페르세우스 ]

CQ(Creative  Quotiont)를 키우는 교육 6 : 음악(악기)을 계속 손에서 놓지 않도록 할걸(피아노 하나 정도는 괜찮지 않아요?)     

음악은 우리에게 사랑을 가져다주는 분위기 좋은 음식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오디션의 민족’

TV 속 프로그램들은 그야말로 오디션의 홍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발라드, 성악, 힙합, 트로트, 밴드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경연 프로그램은 방송할 때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지금도 꾸준히 방송되고 있습니다. 피로감을 느낄 법도 하지만 방송가에서 계속 이런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은 아직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 수 있는 주제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음악을 사랑하는 흥이 많은 민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노래 부르기, 음악 감상, 악기 연주 같은 음악 활동은 단순한 취미나 여가활동으로만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생각보다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 중 하나가 피아노를 계속 배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성인이 되어서 의욕을 가지고 몇 개월 정도 수업을 받아보았지만 굳어진 손가락의 한계를 깨닫고 중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아이들에게 다른 것들보다 악기만큼은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연습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꾸준히 음악을 접했을 때 얻는 장점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 대부분 다 하지만 계속하지는 않는 것

부모들은 악기를 저학년 때 꼭 시켜야 하는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악기가 바로 피아노입니다. 물론 악기를 배우는 것은 현실적인 제약이 적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피아노의 경우는 다행히도 대중적으로 접하기 어렵지 않은 편에 속합니다. 아이들을 시작하게 하는 것이 어렵긴 하지만 음계를 익힌다는 점은 아이들의 음악적 능력을 높일 뿐 아니라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하는 음악 수업에도 도움이 됩니다. 악보를 읽고 이해하는 수학적인 능력과도 연관이 있기도 합니다. 또한 요즘은 저렴한 보급형 전자피아노도 많아서 중고시장에서 구입하기가 어렵지 않아 집에서 연습을 꾸준히 이어가기에도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막상 아이들이 피아노에 익숙해지는 고학년이 되면 부모가 계속 시키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악기란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잠깐 경험해보는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죠. 이는 독서 시간이 줄어드는 추이와 상당히 비슷합니다. 전공을 시킬 생각이 아니라면 영어, 수학과 같은 과목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고학년 때는 예체능에 아이들의 시간을 투입할 시간적, 정신적인 여유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다른 과목들에 비해 포기하는 굉장히 속도가 빠릅니다. 2~3년 이상 같은 것을 배우다 보면 누구든 슬럼프가 찾아오기 마련인데 아이들이 악기를 배우다가 오는 슬럼프를 부모들도 놓치지 않는 것이죠.

하지만 꾸준히 습득해온 악기 실력이 정말 아이들의 성적이나 교육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이 문제에 대한 답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MBC의 《공부가 뭐니》에서 카이스트 영재교육원장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카이스트 학생들을 대상으로 ‘엄마 말 듣기를 잘했다 싶은 적은?’이라는 질문을 던졌더니 제일 높은 응답을 보인 답변이 바로 ‘악기를 계속 배운 것’이었다고 합니다.

◇ 행복과 성공을 위한 동반자

8개 국어를 한다고 알려진 방송인 타일러 라쉬 씨를 만나서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취미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그는 의외로 자신의 취미 중 하나가 작곡이라고 말했습니다. 독서나 언어 공부가 아닐까 생각했던 제게는 의외의 답변이었습니다.

프랑스 대통령이었던 퐁피두가 제시했던 중산층의 기준 중 한 가지가 바로 ‘다룰 줄 악기가 하나 있는 것’이라는 것은 꽤 많이 알려진 사실입니다. 프랑스 국민들은 다른 여느 선진국에 비해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굉장히 유명합니다. 행복으로 대표되는 삶의 질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역할이 얼마나 큰지 깊게 생각해보게 되는 대목입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수학과 철학, 과학 분야의 큰 업적을 남긴 위대한 인물들은 어땠을까요? 위인들의 상당수가 뛰어난 음악가이며 음악을 사랑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바이올리니스트를 할 수 있을 정도의 뛰어난 연주자였습니다. 그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과학자로 일컬어지며 노벨상까지 받았던 리처드 파인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역시 음악을 굉장히 사랑했던 모양입니다. 원자폭탄의 폭발 반경을 기타 연주로 계산했으며 아마추어 타악기 연주자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중세 유럽 르네상스 시대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바이올린의 전신으로도 알려진 ‘리라’라는 악기를 만들었습니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 역시 “음악이 없다면 인생은 한낱 실수일 뿐이다”라는 말을 남겼으며 그와 더불어 뛰어난 철학자였던 장 자크 루소는 뛰어난 음악평론가이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역사적으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사람들뿐만 아니라 특별하고 뛰어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음악이라는 동반자가 곁에 있었다는 것이죠

◇ 음악이 주는 특별한 선물

미국 하버드 의대 연구팀은 피아노나 현악기를 최소 3년 이상 배운 8~11세 어린이 41명과 악기를 배우지 않은 어린이 18명을 대상으로 소리 구분 능력, 손가락의 민첩성, 지능지수(IQ) 등을 조사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악기를 다루는 어린이는 다루지 않은 어린이보다 어휘력 점수가 15% 높았으며 도형=그림=숫자를 통한 추리력 점수도 11% 높게 나타났습니다.

2019년 『교육 심리학 저널』에 실린 논문도 이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공립학교 학생들 중에서 초등학교부터 쭉 음악을 배워 온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영어, 수학, 과학에서 나은 성취를 보였다고 합니다. 이런 경향은 노래보다 악기를 배운 학생에게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대부분의 악기는 연주하기 위해 양손을 사용해야 합니다. 거기에 악보를 보면 다양한 조성, 박자, 화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를 습득함으로 인해 인지능력과 학습능력, 창의성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음악은 이처럼 두뇌계발에도 큰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정서적 안정과 발달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회복탄력성과 성취감을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음악은 완벽한 연주를 위해 쉼 없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은 실패와 지루함의 연속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시간을 인내심으로 극복하고 다시 도전해서 좋은 연주를 만들어냄으로써 아이는 내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는 것입니다. 

연주를 꼭 직접 해야만 이러한 효과들을 얻는 것은 아닙니다. 연주나 음악을 듣는 것으로도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음악치료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미국에서는 음악의 힘을 폭넓게 활용하기 위해 음악치료학회를 만들었습니다. 이 학회에서는 음악치료를 ‘신체 및 정신건강을 유지, 향상하기 위해 치료적 목적으로 음악을 사용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음악을 듣는 것으로도 엄청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죠.

앞으로 미래형 인재로 자주 언급되는 창의융합형 인재가 되기 위해 음악은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음악이 단순히 아이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는 단순한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에게 악기 하나를 스스로 연주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무엇보다 큰 유산이 될 것입니다. 무미건조해질 수 있는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해 줄 수 있고 고단한 마음을 다스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점만으로도 큰 매력과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