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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은 지옥이다 - 장 폴 사르트르가 타인을 지옥이라고 한 이유에 대해 - 완벽주의와 타인
  • 기사등록 2023-01-11 08: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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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윤소영 ]

출처: Pixabay

‘타인은 지옥이다.’


웹툰이나 드라마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들어보았을 이 말은 실존주의의 대표적 사상가였던 장 폴 사르트르가 희곡 “닫힌 방”에서 한 말이다. 사르트르는 인간이 타인의 잣대로 자기 자신을 판단하며 그것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 자기 자신을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남의 눈치만 보고, 타인과 비교하며 살아가는 삶이 사르트르에게는 ‘지옥’이라는 것이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남이 내린 잣대로 자기 자신을 평가한다. 대학생이면 명품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거나, 딱히 필요없지만 최근에 나온 신상이기 때문에 사는 휴대전화 혹은 전자기기들, 혹은 다들 하기 때문에, 다들 가기 때문에 하는 여러 의미 없는 활동들이 그 예시다. 많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뒤쳐지는 것을 무엇보다 두려워한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며, 자기 자신을 판단하는 것이다.


사르트르는 이렇게 자신의 주관을 잃고, 타인의 평가에 의존하는 것이 지옥이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옥’인 타인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까? 또한 우리는 존재하는 모든 대인관계를 피해야 하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이에 관해 사르트르 또한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말이 자신이 대인관계에서 항상 피해를 입었으며, 타인을 피해야한다는 뜻으로 말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만일 타인과의 관계가 완전히 뒤틀리고, 이로 인해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게 된다면, 그것은 지옥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판단할 때, 즉 실존하는 ‘나’의 존재근거를 알고자 할 때, 우리는 ‘타인’을 판단 근거로 삼는다.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타인과의 비교 없이 정의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남이 지어준 ‘이름’이 아닌, 사회적으로 정의된 ‘직업’이 아닌 어떤 말로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가? 내가 내향적이거나 외향적인지를 타인과의 관계 없이 어떻게 판단할 수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정보로 삼음으로써, 즉 다른 사람들이 나를 판단하는 잣대로 자기 자신을 판단한다.


즉 우리가 자기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지 간에 내면에는 이미 타인의 판단이 개입되고 있다. 만약 누군가가 당신에게 “너는 외향적인 것 같아.”라고 말했을 때, 당신은 혼자 있을 때 더 편안함을 느낄지라도, 자기 자신이 다른 사람과 관계맺음을 잘 하고 바깥에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라고 판단할지도 모른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며,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하기도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당신에게 부정적인 판단을 내렸을 때, 당신이 그 말에 완전히 구속당하여, 실제로 삶을 살아가면서 타인의 판단으로 인해 지나친 영향을 받게 된다면, 그것은 사르트르가 말하는 ‘지옥에 갇힌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지옥’은 심리학적으로 ‘완벽주의 병리성’과 연관지을 수 있다.


병리적 완벽주의


무한경쟁 시대에서 많은 사람들이 완벽주의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전세계적인 경쟁 시장에서 승리하고, 더 좋은 평가와 성취를 얻음으로써 타인으로부터의 인정과 칭찬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지나쳐 온 학교, 직장,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완벽한 수행을 이루어야 다른 사람과의 비교로부터 승리할 수 있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낮은 자존감, 부정적 정서, 낮은 자기 수용 등 다양한 심리적 고통을 얻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완벽주의가 지나친 타인과의 비교로 인해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잘하고 싶은 열망에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완벽하려 하는 잘못된 신념이나 부적응적 태도, 혹은 상황이 개인에게 요구하는 것 이상으로 높은 성취를 자신과 타인에게 요구하는 것이 완벽주의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비판적인 자신과 타인에 대한 평가, 타인과의 비교로 인해 비현실적으로 높이 세운 성취 기준 등으로 인해 부적응적 완벽주의가 나타난다.


사르트르가 말했듯이, 타인이 지옥인 이유는 개인의 부정적 완벽주의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타인과 비교하면서, 혹은 타인의 판단으로서 자기 자신을 판단내리지만, 지나치게 의존함으로써 병리적 완벽주의 성향을 가지게 된다. 이는 개인이 삶을 살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게 하고, 현실에 적응하기 어렵게 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상담 치료나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등의 심리학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타인과 함께 살아가기


실존주의적 입장에서 ‘존재한다’는 것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정의된 스스로의 모습을 인지할 때 있을 수 있다. 즉 실존주의자가 봤을 때, 산 속에 혼자 들어가 명상하며 사는 것은, 개인을 성장할 수 없게 만들며 그렇기 때문에 살아있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타인은 나에게 지옥이면서 동시에 필수적이다. 


사르트르는 “타인의 평가에 대해 걱정하면서, 그것을 넘어서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그저 죽은 채로 사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즉 살아있다면 바꿔야 한다. 우리는 타인이라는 지옥을 깨고 나올 수 있는 ‘자유의지’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아무 이유 없이 태어났지만, 이 세상 속에서 존재하면서 자유롭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  타인의 평가에 종속되지 않고 내 삶을 스스로 평가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또한 타인의 평판에 길을 잃고 지옥 속으로 빠지지 않을 수 있도록 나 자신에 대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타인과 비교했을 때 완벽한 ‘나’가 아닌, 내가 세운 가치와 내가 세운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더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나’가 더 아름답다.


따라서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나를 정의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그들의 판단에 끌려가지 않도록, 또한 남이 세운 잣대에 너무 의존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타인이라는 ‘지옥’에 빠지지 않도록,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면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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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강경희(Kang, Kyung Hee);김용태(Kim, Yong Tae). (2018). 완벽주의 병리성에 대한 이론적 고찰. 한국기독교상담학회지, 29(2), 29-59. 

  • 장 폴 사르트르. (2020). 타인을 지옥이라고 한 이유. ,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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