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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외상과 트라우마 경험 속, 아이들이 보이는 적응유연성에 대해서 - A resilience framework for treating severe child trauma. InHandbook of resilience in children
  • 기사등록 2020-12-15 16:15:11
  • 기사수정 2022-05-11 1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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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아이들은 어떤 존재인가? 그저 연약하고 세상을 잘 모르는 존재로서 비춰질 수도 있겠다. 특히 어쩔 수 없는 환경에 의해 외상과 트라우마를 경험한 아이들을 볼 때에는 걱정과 슬픔이 먼저 당신을 힘들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심리학자 Crenshaw은 42년 이상 임상적으로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는 아이들을 치료하면서 가장 놀라운 점은 용기와, 놀라운 정신력, 그리고 회복력이라고 이야기한다. 

 

당연히 어떤 아이라도 상황에 관계없이 단순히 자신의 상황을 넘어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보호받아야 할 존재임이 마땅하며 생물학적,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어떤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더 취약해지고 누적된 심각한 외상에 노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반복적인 심각한 외상은 어린이들의 정상적인 적응 과정의 일부인 적응유연성을 손상시킬 수 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조절애착패턴, 그리고 핵심역량의 성취를 방해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지속적인 외상 경험을 일으키는 행위는 종종 성적, 신체적 학대를 포함하며 아이들의 보호자로부터 가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renshaw는 우리가 아이들의 유연한 적응력, 타고난 치유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한다. 그 한 가지 예로, 우간다의 아동 군인들의 사례를 제시한다. 반군들을 위해 소년병이 되도록 납치당한 아이들은 전형적으로 잔인하게 학대를 당했고 종종 다른 사람들에게 잔혹행위를 하도록 강요당했다. 


하지만 Klasen과 그의 동료들이 330명의 우간다 아동군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들은 심각한 외상에 노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소 6개월이 지난 후의 회복력 평가에서 유의미한 정신증을 보이지 않았다(330명의 참여 아동들은 11세에서 17세였으며 48.5%가 소녀였다.)

 

심각한 트라우마 장면에도 불구하고 1/4 이상이 탄력적인 정신 결과를 보인 것은 이례적이다. Klasen은 "아동발달의 가장 인상적인 현상 중 하나는 많은 어린이들이 역경과 트라우마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고 잘 적응한 성인으로 발전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50여 년 전부터 유아기부터 아동이 지닌 역량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지만 대부분 병리학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최근, Gil은 예외적으로 심한 외상에 노출된 어린이의 강력한 선천적 치유력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물론 트라우마로 인한 해로운 영향을 무시하거나 최소화할 수는 없지만, 적응하고 성장하고 치유하려는 선천적이고 강력한 욕구가 함께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적응 유연성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가 회복되는 것이다. 아이들의 정신적 상처를 치료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관계이기 때문이다. 심한 트라우마를 겪은 아이들이 자신의 짐을 내려놓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겪은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안전한 관계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는 점차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누군가를 얻고자 하는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트라우마 사건에 대해 생각하거나 말하고 싶어하지 않고 이런 끔찍한 사건들에 대한 어떤 기억도 떠오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이야기의 일부일 뿐이다. 만일 그들이 충분한 신뢰를 느끼고 안정감을 얻는다면 치유에 대한 선천적인 욕구는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경향성으로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아이의 고립과 외로움을 막는 가족의 지원과 자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물론 위에서 언급된 고의적인 트라우마의 경우 가족 내의 건강한 자원을 찾아서 활용하는 것이 어려울 수는 있겠지만 이를 판단하는 과정은 늘 세심한 평가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Pipher는 “가족은 우리에게 남아있는 가장 오래되고 진정한 피난처 중 하나”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어떤 어린이들은 심한 외상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추후 개입이 포괄적이고 다차원적일 때 다시금 성장할 수 있으며, 아이, 가족, 공동체의 강점과 자원을 인식하는 것을 통해 내적인 상처를 심층적으로 다룰 수 있다고 밝혀졌다.

 

만일 가족 내의 자원이 충분하지 않다면, 그 연장선상에 있는 지역사회 차원에서 도움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를 키우는 데 마을 전체가 소요된다면 심각한 트라우마에 노출된 아이들은 치유를 위해 지역사회 전체의 수용과 지원, 지지가 필요한 것이다. 아동의 심리적인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 중 하나가 학교라는 것 또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볼 수 있다. 

 

관계가 회복된다는 것은 희망이 회복되는 것이다. 희망은 성공적인 치료의 초석이지만 특히 심각한 외상에 직면한 아동이나 가족의 치료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차지한다. 지속적인 외상 경험과 같이 자신의 존엄성에 대한 반복적인 공격과 생존에 대한 위협은 희망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적응을 초래한다. 


꿈이 계속해서 무너질 때 더 이상의 실망감을 무릅쓸 여유가 없기 때문에 생존은 기대를 낮게 유지하게 된다. 이 때 미래에 대한 희망을 회복하는 것은 외롭고 험난할 때 같이 나아가게 하는 연료를 제공해주는 것과 같다. 

 

물론 외상이라는 아픔을 경험하는 아이들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하지만 만일 당신이 이와 같은 경험을 지닌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면 슬픔에만 빠져있지 말자. 편견과 걱정보다는 그들이 지닌 적응 유연성을 신뢰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만나면 된다. 


아이들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고 또 다른 가족이 되어줄 수 있다면 관찰자가 아닌 동행자로서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가족, 그리고 치유자 공동체의 헌신에서 영감을 받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금전적인 지원이나 상황에 대한 일시적인 분노보다 안전한 관계망이 되어주는 것, 이보다 더 이상 도전적이고, 보람 있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Crenshaw, D. A. (2013). A resilience framework for treating severe child trauma. InHandbook of resilience in children(pp. 309-327). Springer, Boston,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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