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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한다혜 ]


부캐는 새로운 유행이 아니다?

최근 ‘다나카 상’이라는 개그맨 김경욱 씨의 부캐(부캐릭터)가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 우리에게 ‘부캐’는 익숙하다. ‘마미손’이라는 가수 매드클라운 씨의 부캐가 큰 성공을 거두었고 MBC의 ‘놀면 뭐하니?’에서 인기 방송인 유재석 씨를 앞세워 만든 여러 부캐들도 연달아 성공을 거두었다. 이에 따라 연예계에 본격 부캐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부캐를 활용하는 곳은 연예계뿐이 아니다. 조금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우린 싸이월드를 통해 자신의 부캐를 만들었고, RPG 게임 등을 통해서도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 냈다. 그만큼 부캐는 최근 갑작스러운 유행이라기보다 디지털 사업이 생기면서부터 그 역사를 같이한 것이다. 


이 기사에서는 부캐로 불리는 ‘멀티 페르소나’, 혹은 ‘다중적 자아’에 대해 두 가지 관점으로 본다. 첫 번째는 부캐를 지켜보는 입장에서, 두 번째는 부캐를 만들어내는 입장에서의 부캐의 매력에 대해 살펴본다.


‘부캐’인 다나카 상으로 방송에 출연한 방송인 김경욱 씨. 사진=MBC ‘라디오스타’‘다나카 상’이라는 자신의 ‘부캐’로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하고 있는 개그맨 김경욱 씨./사진=MBC ‘라디오스타’

‘카페 사장 최준’이라는 자신의 ‘부캐’로 GS25의 공식 유튜브 계정 ‘이리오너라’에 출연하고 있는 개그맨 김해준 씨./사진=‘이리오너라’ 유튜브 영상 캡쳐



가짜와 진짜 그사이. 그 차이에서 오는 해방감

부캐를 바라보는 입장에서 우리는 본캐, 즉 부캐를 연기하는 사람의 실제 모습과 부캐와의 차이에서 재미를 찾는다. 여기서 극 중 배우와의 차이가 있다. 배우는 시청자들이 자신의 극중 자아에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 주된 과업이지만, 부캐를 연기하는 사람은 본캐(본캐릭터)와 부캐의 차이에서 사람들이 재미를 느낄수 있도록 시청자들의 몰입 정도를 잘 조절해야 한다. 


또한 진짜 같은 가짜의 모습에 사람들은 매력을 느낀다. 부캐는 단지 가상 인물만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 부캐를 만들어 내기 위해 설정하는 여러 디테일한 요소들이 ‘세계관’을 함께 만들어낸다. 이 세계관 덕분에 우리는 부캐의 모습이 허구임을 알면서도 부캐의 행동에 공감하며 내적 친밀감을 쌓을 수 있다. 실제로 데뷔 32년 차인 방송인 유재석 씨는 그의 부캐 ‘유산슬’로 2019년 MBC 방송연예대상 남자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는 만들어진 세계관과 현실 세계가 어떻게 얽혀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부캐라는 가면을 씀으로써 더 날 것의 표현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본래의 자아와 분리하여 만들어낸 자아기 때문에 모순되게도 더 솔직해지는 것이다.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박기수 교수는 “본캐는 현실의 제한된 공간에서 자신을 이상적인 캐릭터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지만, 부캐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한다. 우리는 꾸며짐으로써 더 솔직해지는 부캐를 통해 세상에 공감하고 있다.



표현과 숨김을 동시에. 개성의 무기이자 현실로부터의 방패인 멀티 페르소나

그렇다면 우리는 왜 부캐를 생성하는 것일까? ‘멀티 페르소나’, 즉 자신의 자아를 복수로 두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카카오톡에 ‘멀티 프로필’이라는 기능이 새로 생겼다. 여기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은 대상에 따라 보여주고 싶은 나의 자아가 다르다. 이러한 경향은 인간이라면 당연하다. 부모님 앞에서의 나와 친구 앞에서의 나, 직장에서의 나는 행동 양식이 다르다. 


다만, 예전에는 이러한 자신에 대한 다중적 자아에 대한 인식이 표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최근 다양한 플랫폼이 발달하며 이러한 경향성이 표현으로, 더 나아가 예술로 발전하였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부캐를 만들어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연예계에서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부캐를 만들어냄으로써 자신의 표현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다. 또한 본캐의 모습이 아닌 부캐의 이름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덜할 것이다. 일종의 가면 역할을 하는 셈이다. 


부캐는 연예계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은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SNS 속 아바타, 멀티프로필 등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부캐이다. 이렇게 다른 사람 앞에 자신을 드러낼 때,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자아를 드러냄으로써 대상에 따라 표현하고 싶은 자아를 다르게 할 수 있다. 



건강한 제2의 자아는 본 자아가 제대로 확립된 뒤 만들어진다.

우리는 복수의 자아를 표현하는 것을 표현의 자유 더 나아가 예술로 인정받으며, 이를 표출할 수 있는 플랫폼도 다양한 세상에 살고 있다. 누구나 복수의 자아를 갖지만, 특히 이를 구체화하고 의식적으로 행동하는 과정에서는 자신의 실제 모습과의 균형을 잘 유지해야 한다. 자신의 본래 자연스러운 모습과 만들어진 모습의 경계가 모호해질 경우 리플리 증후군 등 여러 심리적,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자아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과 파악이 선행된 후에 자신의 부캐를 생산하는 것을 추천하며 능동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페르소나를 찾아야 한다.

 



[출처]

-김종엽.(2021). ‘부캐’ 열풍, 여러 가면을 쓰는 사람들. 행복한교육, 07호,60.

-조해리.(2021).‘나’라는 존재는 뇌가 만든 표상 : 부캐와 멀티 페르소나가 확장되는 시대.브레인,88(),26-27.

 -“멀티페르소나, 내면의 감춰진 가면을 꺼내다”, <성대신문>,2021.03.08,http://www.skkuw.com/news/articleView.html?idxno=22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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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2-26 19:4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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