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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최지우 ]


‘나’를 표현하는 한 마디. 자기 PR의 시대, 퍼스널 브랜딩의 시대인 요즘에는 그 한 마디가 꼭 필요한 것 같다. 우리 모두는 자신조차도 다 알 수 없을 만큼 다채로운 면들을 가지고 있지만 처음 만난 사람에게는 자신을 압축시킨 한 단어로 설명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 한 마디는 무엇이 되면 좋을까. 내가 가지고 있는 여러 면들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단어? 남들과는 다른 나의 특성을 설명할 수 있는 표현?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의 모습?

 


아무래도 필자를 가장 잘 설명하는 표현은 ‘문장 수집가’인 것 같다. 좋아하는 교수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있다. 힘들 때 자신에게 도움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은 언어와 사람밖에 없다는 것. 우리는 힘들 때 책을 읽으며 위로를 받기도 하고 가까운 사람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며 마음을 편히 먹기도 한다. 

 

남에게 의지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던 필자는 힘들 때마다 스스로 다시 일어서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럴 때마다 필자에게 가장 많은 위로를 주었던 것은,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안 날 만큼 오래 전부터 모아 왔던 ‘나의 문장들’이었다. 

 

필자는 배우고, 깨닫고, 그로부터 생각하고, 그 깨달음과 생각들을 기록하고, 그 기록들을 삶에 적용시키며 살아가는 삶을 살고 있다. 이러한 삶의 모양이 좋다. 배움과 깨달음은 언제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든지 얻을 수 있다.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경험에서 인생을 바꿀 만한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필자는 주로 학교 강의, 여러 강연들, 책, 방송, 타인의 말 등에서 배움을 얻으며 살아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깨달음을 얻는 것에서 그치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 순간에만 아하, 하고 남은 인생에서는 잊어버리고 지낸다면 깨달음을 얻는 게 무슨 소용인가. 물론 엄청난 깨달음은 딱히 기억하려는 노력 없이도 무의식적으로 뇌리에 박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생각들은 기억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자연스레 잊히게 되고,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경험으로 남게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 과정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필자의 경우는 기록하고 끊임없이 되새기며 삶에 적용하는 시간들이 비로소 ‘나의 것’이 되는 과정이다. 그렇게 소중하게 모아온 문장들을 힘들 때마다 꺼내 펼쳐보고 위로받는 것이 필자의 멘탈 관리 방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소중한 문장들을 몇 개 적어보려 한다. 단 한 문장이라도 독자의 마음을 울리는 문장이 있기를 바라본다.

 

 

 

나의 ‘부분’은 ‘나라는 사람‘이 아니다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가했다. 청년의 관계, 공간, 생활을 주제로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이 토론하는 장이었다. 필자는 평소 자신, 타인, 사회와의 관계에 관심이 많았기에 그 주제를 선택해 토론에 참여했다. 프로그램 일정 중 ‘사색의 시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상담 관련 일을 하고 계신 멘토님과 '관계'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평소 가지고 있던 고민들 중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에 대해 말씀을 드렸다. 성격이 예민해서 사소하고 쓸데없는 걱정들이 많고, 연락을 잘 안 보며 무슨 일이든 최대한으로 미루는 나 지신이 싫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런 성격을 고치고 싶은데 잘 안된다고. 그러자 멘토님께서 말씀해주셨다. “ㅇㅇ씨는 그냥 연락 잘 안 보는 사람인 거예요. 고치고 싶어도 잘 안되지 않아요? 그리고 그게 ㅇㅇ씨의 전부는 아니에요. 그냥 한 부분일 뿐인 거지.”

 

그렇다. 무엇이든지 좋은 부분보다 안 좋은 부분이 크게 보이기 마련이다. ‘내 맘에 들지 않는 나’만 보이고 그 모습이 ‘나 전체’라고 착각하곤 한다. 그저 부분일 뿐인데 말이다. 인간이라면 모두 다양한 면들을 가지고 있고, 그중 어떤 부분은 마음에 들고 다른 부분은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부분은 내가 아니라는 것. 그 모든 것들이 합쳐져야 비로소 내가 될 수 있다는 것.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우리는 자주 부분을 총합으로 착각한다. 불행한 일 하나가 일어났을 때 ‘나는 불행한 사람’이라며 우울해한다. 그 순간 함께 공존하고 있는 행복은 보지 못한 채 말이다. 인간관계도 똑같다. 우리는 타인의 매우 작은 단면만 보고 '그 사람은 이런 사람'이라며 판단을 내려 버리곤 한다. 타인들의 숨어 있는 부분들은 보지 못한 채. 한 발짝 떨어져 부분을 총합이 아니라 부분으로 볼 줄 알 때, 우리는 보지 못했던 수많은 것들을 비로소 볼 수 있을 것이다.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준다


 

얼마 전 우연히 알고리즘에 뜬 김민식 PD님의 강연 영상을 보게 되었다. 피디님께서 직접 올려주신 강연 원고 링크를 첨부한다.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준다 (tistory.com)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준다고? 이게 무슨 소리야?’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경험을 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공감할 내용일 것이다. 원래 계획했던, 원하던 길이 아니었는데도 그 길을 갔더니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결과를 얻었던 경험. 피디님은 원하지 않던 곳으로 발령받은 후, 그 괴로운 출근길을 좀 더 즐겁게 만들기 위해 지하철에서 책을 읽기 시작하셨고, 블로그에 글을 한 편씩 올리시다가 책을 내게 되고 결국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셨다. 만약 원하던 곳으로 발령받았다면 글을 쓰고 책을 낼 상상조차 하지 못하셨을 테다.

 


필자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 매우 크게 공감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역시 대학 입학이다. 필자는 고등학교 3년 내내 역사교육과 진학을 희망하여 역사와 교육 관련 활동만 할 정도로 꿈이 매우 확고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사학과에 진학하게 되었고, 심지어 그동안 잘 몰랐다가 선생님의 추천으로 원서 넣는 달에 급하게 결정하게 된 학교였다. 처음에는 학교도 잘 모르고 가지 못한 학과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힘들었다. 

 

하지만 학교 생활을 하면서 인생을 바꿔주신 교수님도 만났고, 그동안 알고 있던 역사와 완전히 다른 역사를 만났으며, 우연히 심리학 교양 수업을 들었다가 재미있어서 심리학을 복수전공하게 되었고, 우연히 학교 상담센터의 심리 상담을 받고 너무 좋아서 상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렇게 한국심리학신문기자단으로 활동까지 하게 되었다. 만약 원래 계획했던 것 그대로 삶이 탄탄대로 흘러갔다면 이 모든 경험들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하니 아찔했다. 다시 돌아간다 해도 무조건 똑같은 선택을 하리라 생각할 만큼 생각하지도 못했던 좋은 경험들을 얻었다. 몇 년 전 고등학생의 필자가 대학에서 심리학을 복수전공하고 있을 거라는 걸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계획대로 흘러가는 인생은 없다. 사실 계획한 그대로 흘러가는 인생은 재미없을 것도 같다. 그래서 요즘은 아무리 하기 싫고 힘든 일이라도 꾹 참고 해낸다면 언젠가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모든 일에 열심히 임하고 있다.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준다. 아니 어쩌면, 원래 가고 싶었던 목적지보다 더 멋진 곳에 데려다줄 수도 있다.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자신조차도. 원래 계획했던 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아 힘들다면, 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미래에 눈앞이 캄캄하다면 이 말을 되새겨보는 것이 어떨까. 지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여행자의 마음으로 그 순간순간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멋진 여행지에 도착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 문장 수집가인 내가 힘들 때마다 떠올리는 문장들 (2)로 이어집니다.




참고 문헌

[TISTORY]. 2019.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준다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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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3-02 08:2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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