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The Psychology Times=이해연 ]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보아 주시오.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부드럽게 하여 주시오.

이발이나 목욕 같은 것을 때맞춰 하여 주시오.

잠자는 것과 운동하는 것을 충분히 하게 하여 주시오.

산보와 원족 같은 것을 충분히 하게 하여 주시오.

어린이를 책망하실 때에는 쉽게 성만 내지 마시고 자세자세 타일러 주시오.

어린이들이 서로 모여 즐겁게 놀 만한 놀이터나 기관 같은 것을 지어 주시오.


매 우주의 뇌시경의 말초는 늙은이에게 있지 아니하고 젊은이에게도 있지 아니하고 오직 어린이 그들에게만 있는 것을 늘 생각하여 주시오.


소파 방정환 선생님이 1923년 5월 1일 선포한 어린이날 선언문이다. 5월 1일은 조선에서 세계 최초로 어린이 인권 운동을 선언한 '어린이날'이었다. 방정환 선생은 암울했던 일제강점기 시대에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린이에게 있을 것이라 보았다. 그는 ‘늙은이’와 ‘젊은이’라는 말 중 어느 곳도 낄 수 없었던 존재를 생각해 ‘어린이’라는 말을 새로 만들었다. 또 어린이날 선언문을 선포하며 그들 또한 존중받아 마땅한 존재임을 명시한다. 살아가기 어려운 시대에서 약한 존재는 대게 위협과 죽음의 최전방에 있는 존재이다. 누구나 그렇듯 쉽게 지나칠 수도 있었던 존재를 돌보고 살폈던 방정환 선생님 덕분에, 지금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린이’라는 존재는 그리 낯설지 않다. 어린이 하나를 잘 키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우리는 알고 있다. 이에 대한 개개인의 노력은 물론이고,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또한 방정환 선생님의 시대에 비해 성숙해진 것이 명백한 사실이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금쪽같은 내 새끼’와 같이 어린이를 마음 다해 키우려는 노력과 움직임을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 이곳저곳에는 여전히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어린이들이 있다. 위협과 죽음의 최전방에 놓인 어린이들이 있다.




‘아기 질식사시킨 원장 학대치사…"베트남이면 사형" 부부 오열’

‘식판 뺏고 발길질까지" 충주 국공립 어린이집 아동학대 의혹’

‘폭력에 아파서 웅크린 의붓딸, 피 흘릴 정도로 때린 계부 “학대 안 했다” 주장’


포털 사이트에 ‘아동학대’를 검색하면 이와 같은 제목의 기사들이 끝없이 등장한다. 우리는 아동이 학대를 당했다는 기사를 날마다 다른 제목으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2021년 아동학대 관련 주요 통계를 보면, 아동학대 신고 접수는 5만 3932건, 전담 공무원 등의 조사를 거쳐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는 3만 7605건으로 각각 2020년 대비 각각 27.6%와 21.7%가 증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터넷이 급격하게 발달한 오늘날, 어린이를 목표로 하는 범죄는 하루가 다르게 모습을 달리하며 우리 사회를 곪게 만들고 있다. 아동을 대상으로 성착취물을 촬영하고 유포하며 소비하는 범죄가 바로 그것 중 하나이다. 실제 사이버 성폭력의 60%는 ‘아동 성착취물’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노키즈존은 또 어떠한가. 직접적으로 폭력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이 없으니 괜찮다고 할 수 있을까. 과연 그럴까. 적지 않은 업주들이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한 방안으로 노키즈존을 시행하고 있다. 그들에게 어린이들은 뜨거운 그릇을 함부로 만지는 존재들이고 컵을 깨기도 하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정말 어린이만이 그럴까. 조심성이 부족하고 안전과 위험에 대한 의식이 둔한 존재가 정말 전부 어린이들뿐일까. 설사 어린이들 모두가 주의가 깊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건 먼저 어린이를 겪어봤던 어른이 어린이를 헤아리고 교육할 문제이지 어린이들을 일반화하며 규제하고 제한할 문제가 아니다.


‘초딩’이 있었고 그다음은 ‘급식충’이, 그다음은 또한 ‘잼민이’가 있다. 방정환 선생님은 ‘어린이’라는 새로운 말을 만들면서까지 어린이는 모두 귀한 존재임을, 존중받아 마땅한 존재임을 확실히 했다. 오늘날의 우리는 어떠한가. 새로운 말을 만들어내면서까지 우리보다 약한 존재를 존중하는 방향보다는 오히려 혐오하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우리 사회 속에, 개인의 마음속에 방정환 선생님이 강조하신 어린이에 대한 의식이 올곧게 자리하고 있다고 과연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어른은 어린이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존중받지 못하며 자란 어린이는 존중하는 어른으로도 클 수 없다. 우리는 ‘인간답지 않은 인간’을 너무도 많이 목격할 수 있는, 암담하고 삭막한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앞선 누군가는 암담하고 삭막한 세계를 살아내면서도 약한 존재를 돌보는 삶을 선택했다. 그러니 이제는 우리가, 우리의 세계를 그들의 놀이터로 만들어 줄 때이지 않을까. 독서 학원에서 제자로 만난 한 어린이에게 물었다.


“우리는 서로를, 다른 사람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해?”

그러자 띄어쓰기가 너무 어렵다며 머리를 쥐어뜯던 어린이가 대답했다.

“동물들은 강한 동물이 약한 동물을 잡아먹는 게 당연하지만 우리는 사람이니까 서로 도와줘야죠.”

그 말을 오래도록 기억하겠다고, 이 글을 쓰며 또 한 번 다짐한다.






지난기사

장순자 백반집 vs 윤율혜 백반집, 배가 고픈 당신의 선택은?!

‘킹 받는’ 청소년들, ‘어쩔티비’만으로 괜찮을까

눈사람을 부쉈습니다. 죄가 될까요?

나의 판타스틱 장례식

오랫동안 꿀 수 있는 꿈






참고 자료

1. theinDIGO[Website] ,(2022), 『작년 아동학대 3만 7천여건… 1년 새 21% 증가, 왜?』 

   https://theindigo.co.kr/archives/38827 

2. 한국방정환재단[Website], 어린이선언 이야기 | 방정환재단 (children365.or.kr) 

3. 민족문제연구소[Website], (2022),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이하며 | 민족문제연구소 (minjok.or.kr) 

4. 서울경제[Website], (2022), 사이버 성폭력 60%는 '아동 성착취물' | 서울경제 (sedaily.com)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6215
  • 기사등록 2023-05-02 16:01:44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