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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최서영 ]


작년 10월 발생한 ‘이태원 참사 사고’에서 구조된 A 군이 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태원에 친구들과 함께 왔지만 자신만 구조되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그간 심리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SNS나 댓글에서 피해자를 향한 비난과 책임을 탓하는 등 난무하는 2차 가해행위가 결국 피해자의 비극적인 결말로 몰고 갔다. 이와 같은 암울한 결말이 피해자의 비난에서 야기되었다는 점에서 ‘2차 가해’의 심각성 및 처벌 방안에 대하여 주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는 안타깝고 예기치 못한 상황을 지켜보며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 하나가 있었다.

 

사람들은 도대체 왜 피해자를 비난하는 것일까?

 



착한 사람에게는 좋은 일이, 나쁜 사람에게는 나쁜 일이 일어날까?


피해자에게 사건의 원인을 묻고,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는 ‘공정한 세상 가설’이라는 신념에서 비롯된다. 공정한 세상의 가설이란, 세상은 공정하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좋은 결과가 일어나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며, 반대로 나쁜 일이 발생한다고 해도 이 또한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신념이다. 우리나라 속담으로 ‘아니 뗀 굴뚝에 연기나랴’와 일맥상통한 말이다.

 

공정한 세상에 대한 믿음으로 인해 생겨나는 문제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바로 ‘피해자를 비난하는 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당한 끔찍한 사건에 대하여도 나쁜 일이 일어난 일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에 발생했다고 봄으로써, 사건의 책임을 가해자가 아닌 온전히 피해자 개인의 일로 치부하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직후, 희생자나 유가족을 상대로 ‘본인들이 즐기고자 가서 일어난 사건’, ‘죽어도 싼 일이다’ 라는 등 그들을 탓하는 댓글들이 난무하였고 그로 인해 2차 피해를 당한 이들이 상당하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성범죄 ‘N번방 사건’의 피해자들에 대하여 ‘피해 여성도 잘못이다.’ , ‘스스로 영상을 찍었는데 왜 피해자냐.’, ‘당해도 싸다’ 는 등 되려 피해자들에게 비난을 하며 N번방 사건과는 별도의 또다른 범죄를 양상하기도 했다.


비록 ‘이태원 참사’와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수많은 청년들이 희생되었으나, 앞으로의 사회는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아래 같은 노력들이 필요하다.

 

먼저, 이 사건에서 파생된 또 다른 범죄인 ‘피해자 비난’을 멈추어야 할 것이다. 공정한 세상 오류로 인한 ‘피해자 비난 행위’는 결국 사건의 해결과는 전혀 무관한 2차 가해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만약, 2차 가해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면 ‘피해자’를 중심으로 한 심리적인 치료를 하는 등 갖가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이태원 참사’를 비롯한 모든 사건들에 대하여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그 사건의 원인에 집중해야 할 것이며, 사건 이후 적절한 대응과 관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들 개인,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외상경험에 대한 심리치료가 우선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대한 적십자사의 보고에 따르면, 재난 피해에 따라 발생하는 급성스트레스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주요우울 장애 등과 같은 문제를 초기에 발견하여 예방하기 위한 '심리적 지원'을 강조한다. 일명 '재난 심리적 지원'이라 불리는 이 활동은 상호경험 나누기 및 자기보고, 인지치료(분노감 다루기, 친밀감 회복하기)와 행동치료(호흡법 등)이 주를 이루는 활동으로 피해자들의 일상회복을 돕고자 만들어진 활동이다. 


필자는 솔직히 말하자면 '이태원 참사'라는 안타까운 사고 자체에 포커스를 두고 싶지 않았다. 그날의 잘못들을 짚어보고, 반성하고자 이 글을 쓰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날의 아픔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큰 상처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젊은이들의 죽음이 헛되이지 않았으면 한다. 또한, 익명성을 방패 삼아 피해자들에게 그보다 더한 상처를 주는 행위는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앞으로의 사회가 잘잘못 따져가며 저울질을 하는 냉랭한 사회가 아닌, 옷깃한번 스치지 않은 사람들이더라도 보듬어주고 이해해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기원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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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김경미, (2020년 5월 7일). ‘”피해자도 문제가…” 평범한 사람들이 2차 가해를 하는 어떤 이유’. 서울경제

- 김예림. 2022년 12월 15일. “이태원 참사 2차 가해 막말… 생존자 죄책감 키워. 연합뉴스

- Joo Won Kim;Ji On Lim;Seong Joon Byeon;Ji Sung Park;Yong Hun Lee. (2017). Improvement of Psychological Treatment and Support for Large-scale Disaster Victims: A Multiple Case Analysis. 한국위기관리논집, 13(3), 177-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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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5-25 14:3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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