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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루비 ]



‘이거 정말 참신한데?!’ 처음 꽃 구독 서비스를 알게 됐을 때 든 생각이었다. 매주 예쁜 꽃을 집으로 배달해준다니 비용의 부담만 없다면 당장 신청하고 싶었지만 그러지는 못했다. 게다가 내가 사는 곳은 서비스 지역도 아니었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월간 잡지처럼, 신문처럼, 이렇게 꽃처럼 사랑도 구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인 사랑. 우리는 매일 사랑을 찾아 헤매지 않는가 하고 말이다.


“아, 글이 쓰고 싶다. 그런데 뭘 쓰지?”라고 혼잣말처럼 내뱉는데 옆에서 듣던 동생이 “그럼 사랑에 대해 써보는 건 어때? 견우와 직녀의 사랑,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엘사와 안나와의 사랑 같은 것을 써봐.”라고 하는 것이다. 음, 그럴까?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시무룩. 그렇다. 나는 사랑을 해 본 적이 없다. 그 흔한 풋풋한 연애의 추억, 사랑의 추억한 번 없다니 너무 내 인생이 칙칙하게 느껴졌다. 


우리 엄마는 매일 나보고 “너는 남들 하지 않는 거, 어려워하는 건 잘하면서 왜 제일 쉬운 연애는 못 하냐?”라고 한다. 그렇다. 정말 나도 모르겠다. 나의 문제는 뭘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건 기적이라는데, 내 사랑은 언제나 짝사랑으로 끝났다. 이상하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마음이 가지 않는데,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게 충만한 내 인생의 유일한 오점처럼 느껴졌다.


“보고 싶었어.”


수줍게 내가 짝사랑하던 그에게 마음을 고백했다. 그러자 그 남자는 “ㅋㅋㅋ”라고 답장을 보내왔다. 내 마음이 너무 무거웠던 걸까? 자칭 타칭 연애 고수라는 사람들은 절대 여자가 먼저 고백하지 말라고 한다. 그래서 실패했나 자책하고 여러 번 가상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지만, 연애란 도무지 모르겠다. 나에게 고백한 남자들과 몇 번의 데이트를 해봤지만 즐겁지도 기쁘지도 않고 허탈함만 더해진다. 내가 느끼고 싶은 감정은 이제 막 배달된 초콜릿 상자를 열어보는 것처럼 두근두근하는 설렘이니깐.


제일 좋아했던 드라마 중의 하나가 현빈과 송혜교 주연의 <그들이 사는 세상>이다. 극 중 드라마 PD로 나오는 현빈(지오 역)과 혜교(준영 역)은 서로가 너무 보고 싶어 주어진 단 10분을 위해 몇 시간 걸리는 거리를 한달음에 달려간다. 그리고 만나자마자 서로를 부둥켜안는 그들. 난 궁금했다. 정말 세상의 모든 연인은 이런 사랑을 하고 있는 걸까? 단순히 남자가 필요해서, 여자가 필요해서 하는 그저 그런 비슷한 연애 말고 서로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그런 사랑 말이다.


이야기를 적고 보니 처음에 내가 생각했던 ‘사랑도 구독이 될까요?’라는 말은 잘못된 것 같다. ‘사랑은 구속이 될까요?’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상대방을 구속하지 않고 내버려 둔다는 것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에 불과하다. 한시라도 서로가 없으면 안 되는 사이, 전전긍긍하는 사이,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오가게 하는 그런 사람과 결국 종착지에 도달하는 그런 사랑이 하고 싶다. 김종서의 <아름다운 구속>이라는 노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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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1-09 23:33:45
  • 수정 2023-11-23 13:5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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