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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동양인 때문”… 끊이지 않는 인종차별 속 숨겨진 심리 메커니즘 - 희생양 메커니즘으로 해석한 코로나19 시국 동양인 차별 현상
  • 기사등록 2021-02-16 15:09:54
  • 기사수정 2021-02-22 11: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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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이서진]


사진 출처https://www.pexels.com/

 


 코로나19가 지속됨에 따라 세계 곳곳에서 동양인 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는 호주,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에서 발생한 동양인 대상 무차별 폭행 사건에 대한 보도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최근 대니얼 킴, 프니엘(BTOB 소속), 티파니 영 등 아시아계 유명인사들은 팬데믹 속 동양인 혐오 현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기도 했다.

 

 동양인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원인 제공자라는 차별의식이 발생한 것은 코로나19 감염병 첫 발생국으로 여겨지는 중국이 동양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동체 위기의 상황에서 특정 집단에 증오감을 표출하여 집단적 분노를 잠재우는 패턴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부른다. 코로나19와 함께 확산하고 있는 동양인 혐오, 그 속에 숨겨진 심리를 희생양 메커니즘으로 해석해보자. 

 

 사진 출처: https://www.pexels.com/


동양인은 코로나바이러스 잠재적 보균자? 코로나19는 아시안 전염병?

 

 축구선수 손흥민의 절친이자 동료인 토트넘 구단 소속 축구선수 델레 알리(Dele Alli)는 개인 SNS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던 중 뒤에 지나가는 동양인 남성을 코로나바이러스라고 칭해 논란에 휩싸였다. 이처럼 동양인을 ‘코로나에 걸린 사람’ 혹은 ‘코로나바이러스 보균자’라고 여기는 태도는 동양인이므로 그럴만한 일을 당했다는 후견 편향에 기인한다. 

 

 이에 2020년 초,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확산과 동시에 SNS상에서는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일어났다. 코로나19를 아시아인에 의한 전염병으로 낙인하고 동양인을 무차별적으로 혐오하는 것에 많은 이들이 반기를 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분노의 방출구가 되어주는 ‘편견’

 

 희생양 메커니즘은 폭력적 성향의 집단적 전이 현상이다. 공동체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이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서로에 대한 증오심과 혐오를 특정 소수 집단을 표적 삼아 쏟아부어 공동체 내부의 불만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 위기 상황의 근본적 원인을 동양인이라는 존재로 몰아가 혐오 발언, 묻지마 폭행, 외모 비하 등 문화적ㆍ물리적 폭력을 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편견의 사회적인 뿌리는 ‘내집단 편향’과 관련 있다. 사람은 자신이 속한 집단인 내집단을 더욱 선호하고 외집단 하나의 범주로 묶어 단순화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부정적인 정서는 편견에 자양분을 제공하는데, 사회적인 위협, 공포, 좌절이 발생하면 사람은 내집단에 더욱 매달리고 외집단에 적개심을 생성하게 된다. 희생양 메커니즘은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거대한 공포 대상이 낳은 내집단 편향의 일부 현상이다. 온전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불안감과 두려움이 외집단인 ‘동양인’을 향한 적개심과 분노로 이어진 것이다. 

 

집단적 위기 속 더욱 큰 고통 받는 소수 집단, 분노의 역습으로 이어져서는 안 돼…

 

 희생양 메커니즘은 역사 속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나치가 감행한 홀로코스트이다. 히틀러는 독일 자국의 민족적 자존심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무고한 유대인을 학살했고, 미국에서는 9ㆍ11테러 이후 격분한 시민 일부가 무고한 아랍계 미국인들에게 비난을 퍼붓기도 하였다. 중세 유럽의 마녀사냥 역시 사회적 소수 계층인 늙은이나 여성을 마녀로 몰아가 중세 기독교의 위기와 마을 내부의 불안과 갈등을 해소하고자 한 희생양 메커니즘의 형태이다. 

 

 이처럼 특정 개인이나 소수 집단은 집단적 위기 상황에서 더욱 고통받아왔다. 이렇듯 인류는 분노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공동체 전체의 폭력이라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이는 일시적인 분노를 해소할지 모르나, 분노는 더 큰 분노를, 차별은 더욱 심각한 차별을, 폭력은 더욱 가혹한 폭력을 재생산한다. 건강하고 정의로운 사회라면 희생양 메커니즘에 의존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이들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는 희생양을 차별하는 것을 통해 되려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위기 상황 속에서 차별과 혐오는 더욱 쉽게 발생한다. 코로나19가 낳은 희생양에는 동양인뿐만 아닌 다양한 사회적 소수 계층이 포함된다. 사람과의 만남이 꺼려지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배척과 적개심이 아니라, 상호 배려와 존중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전 지구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선진국들이 앞장서 인류애와 다문화 존중의 가치를 바로 세우는 집단 지성을 발휘해야 한다. 또한 국내에서 발생하는 코로나19 관련 차별 문제에 관한 토론 역시 적극적으로 펼쳐져야 한다.

 

 

참고문헌

-이종원. (2015). 희생양 메커니즘과 폭력의 윤리적 문제. 철학탐구, 40(), 27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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