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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이예원 ]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언제나 울고 웃는다. 누군가를 울게 하는 관계 중 최근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가스라이팅’이라고 할 수 있다. ‘넌 이것도 못 하니?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다 널 위해서 하는 소리야.’와 같은 말들로 타인을 조종하고자 하는 가스라이팅은 사람 간의 관계 속에서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알아차리기 힘든 것이기도 하다. 가스라이팅은 정확히 무엇이고, 어떻게 이루어지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가스라이팅이란?


 

‘가스라이팅(gaslighting)’은 타인이 처한 상황이나 그의 심리를 교묘하게 조작해 조작 대상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해 결국 의심하게 만든 사람이 대상에 대한 지배력을 얻게 되는 상황을 만드는 현상을 의미한다. 세뇌의 일종이라고도 볼 수 있는 가스라이팅은 상대방이 스스로 조종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이루어진다. 주로 ‘너를 위해 하는 말이야’와 같이 피해자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이뤄지기에 피해자는 자신이 가스라이팅 당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라는 용어는 연극 ‘가스등(gas light)’에서 유래된 단어이다. 잭이라는 남자가 자기 아내인 벨라를 억압하는 내용을 담은 이 연극은 잭이 보석을 훔치고자 윗집 부인을 살해하면서 시작한다. 이 보석을 찾기 위해선 가스등을 켜야만 했고, 그렇게 되면 가스를 나눠 쓰는 다른 집의 불이 어두워져 그의 범행이 들킬 위험이 있었다. 그리하여 잭은 벨라에게 가스라이팅을 시전하는데, 자신이 물건을 숨기곤 벨라가 물건을 잃어버렸다고 하거나 자신이 위층에서 가스등을 켜서 아래층이 어두워졌음에도 벨라가 집이 어두워졌다고 하면 그렇지 않다고 몰아갔다. 그는 정신병자로까지 그녀를 몰아세웠고, 벨라는 점점 자신의 현실 인지능력을 의심하게 되었고, 남편에 대한 의존이 커졌다. 이 연극은 동명의 영화로 유명해졌고, 동명의 영화를 시작으로 타인을 교묘하게 억압하고 사회적으로 고립하는 상황을 ‘가스라이팅’이라고 칭하며 파생되어 나가기 시작했다.

 

 


가스라이팅은 어떻게 일어날까?



가스라이팅 과정을 구성하는 요소는 5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가스라이팅의 가해자인 ‘가스라이터’이다. 가스라이터는 가스라이팅으로부터 이익을 얻기 위해 현실을 교묘하게 조작하는 사람이나 그룹이다. 두 번째는 가스라이팅의 피해자인 ‘가스라이티’이다. 가스라이티는 가스라이터에 의해 조작된 현실을 경험하는 사람이다. 세 번째는 조작의 대상으로, 가스라이터가 조작하는 사람이나 물체, 환경 등을 의미한다. 네 번째는 가스라이팅에 의해 발생한 결과로 각종 피해이다. 마지막은 가스라이팅에 대한 보상이다. 이 다섯 가지가 충족되면 가스라이팅이 시작되는 것이다.


가스라이팅이 실현되기 위해선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먼저, 가스라이티의 자존감이 높지 않아야 한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에 비해 낮은 사람은 타인의 말에 휘둘리기 쉽기에 가스라이팅을 당할 확률이 높다. 두 번째로는 외부로의 차단이다. 타인의 사고방식을 조종하려는 자, 즉 가스라이터는 의심을 유발하는 외부 요인으로부터 가스라이티를 차단한다. 가스라이팅을 당하지 않은 주변 사람들은 가스라이티에게 제대로 된 조언이나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기에 애초에 그들을 만나지 못하게 차단한다. 그래서 가스라이티들은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태가 대부분이다.


가스라이팅의 핵심은 가스라이티가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면서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는 점이다. 가스라이터는 ‘내 말을 무시하는 거야?’부터 시작해서 의도하지 않은 일이나 그렇게 해석할 수 없는 일도 트집 잡으며 행동을 하나하나 제어하고자 하고, 이를 반복하면서 정신적으로 지배하려고 한다. 이에 당하는 가스라이티는 ‘내가 잘못한 건가?’하는 의심이 자라며 가스라이팅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가스라이팅은 주로 신뢰가 있는 사이에 발생한다. 가장 흔하게 가스라이팅이 발생하는 관계가 연인 관계나 가족 관계이다. 서로를 의지하고 신뢰하기에 한 쪽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고, 함부로 끊기에도 어려운 사이이기에 관계가 지속될수록 일방적으로 가스라이팅 당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믿는 것



앞서 말했듯 가스라이팅은 신뢰하고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은 진정한 의미의 사랑이 성립하려면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대등한 관계여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없으면 나의 존재가 의미 없다고 느껴진다면 그것은 잘못된 관계이다. 아무리 사소할지라도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다. 자신을 더 믿고 자존감을 높인다면 ‘넌 이것도 못 하니?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다 널 위해서 하는 소리야.’ 따위의 말에 쉽게 휘둘리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최우선시하며 스스로를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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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이수정. (2022). 가스라이팅 및 스토킹의 심리적 기재에 관한 비교. 한국경찰연구, 21(2), pp.211-236 

이수정, 이다혜, 최세희, 조영주. (2020).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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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1-08 14: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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