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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루비 ]



사람들은 편안한 삶을 추구한다. 더더 멋진 곳, 더욱 안락한 곳, 더더욱 비싼 곳에 머물고 싶어 한다. 물론 나 또한 이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절대적인 편안함이 아니라, 때로는 스스로 사서 고생을 하기도 하고, 단지 상대적으로 좀 나은, 절대적으로 그리 좋다고 할 수 없는, 그런 삶이라도 만족한다. 그 이유가 뭘까 나 스스로도 고민해 본 적 없어서 자문해 보았다. 손안에 쥔 모래알과도 같은 느낌이다. 아무리 움켜쥐어도 결국은 스스로 다 빠져버리는 모래알처럼 인생에서 우리가 가진 소유라는 건, 결국 다 사라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무슨 내가 법정 스님의 무소유라든지 청교도적인 청빈한 삶을 앵무새처럼 재반복하는 것 같기만 하지만, 내가 몸소 겪고 느끼기에도 그런 삶이 너무나 공허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성과급이 들어오거나 명절 상여금이 들어온 날은 어디에 쓸지 기쁘기도 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적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일까. 우리의 앞날은 어떤 사고, 어떤 불운, 어떤 재앙이 있을지 모르기에 미리 대비하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단지 그러한 이유로, 현재를 포기한 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축에만 모든 정열을 쏟는다면, 남은 건, 노쇠한 몸뚱이와 지나간 세월에 대한 원망이 아닐까. 그보다는 좀 더 진실하면서 즐거운 삶, 디오니소스의 술과 음악이 함께하는 삶, 과일과 꽃들이 가득한 향긋한 삶, 낭만적인 여행의 하루를 보내는 삶이 더욱 행복할 것 같다.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편안한 삶은 거부하고 싶다. 내가 매일매일을 편안하고 나태하게 살면서, 다른 인생에 무임승차하면서 앞에서 열거한 삶을 추구한다면, 종착지는 마약류에 빠지는 삶이 될 것이다. 그보다는,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 그림에서 보이는 노동자들의 고뇌와 애수, 고달픔 뒤에 달콤하게 피로를 씻는, 파리의 예술가들이 즐겨 마셨다던 압생트 같은 술 같은 게 좋을 것 같다. 그리 비싸지도 않으면서 가성비 넘치지만, 효과는 강력한... 세상에서 식사를 가장 맛있게 해주는 것은 '배고픔'이라는 말도 있듯이, 풍족하고 게으른 삶에서의 여가보다, 조금 더 움직이고 조금 더 고생한 뒤에 마주하는 달콤한 휴식이 더욱 기대된다. 정체에서 머무르지 않고, 더 나를 단련시키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좋은 자극제가 되어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


비슷한 예로, 나는 카페에서 책 읽는 것도 좋지만, 기차 이동 중에 읽는 책도 좋다. 카페에서 읽는 책은, 자꾸만 몸을 옴짝달싹 못하게 한다. 또는 도서관에서 읽을 때는 그 적막한 분위기에 곧장 잠이 몰려와 엎드려 자곤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차 안에서는 책이 잘 읽힌다. 긴긴 시간의 이동 경로가 아까우면서 그 와중에 뭐라도 하고 싶을 때 제일 좋은 것이 책 읽는 것이기 때문이다. 집이 가까운 사람들, 먼 이동을 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나 같은 장거리 여행객들은, 먼 거리를 효율적으로 이동하는 법을 터득해 낸다. 수도권에서 장시간 지하철을 탈 때도 늘 애용했기에 거리가 멀다는 걸 쉽게 체감하지 못하고는 했다.


가끔 내가 너무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받는 것 같아서 억울할 때가 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작정을 하고 나를 미워하는 것만 같아서 어디 토로하기도 힘들고 가슴이 답답할 때, 법륜 스님의 말씀을 떠올려본다. 법륜 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시겠지. "과대평가받고 들통날까 봐 전전긍긍하는 것보다, 과소평가받더라도 발 뻗고 자는 게 더 좋은 거예요." 사실 편안하고 안락한 삶도 마찬가지다. 내가 딱히 노력하지도 않았는데, 거저 주어진 삶은 언젠가는 대가를 요구할 것이다. 인생에 공짜는 없다. 한 때, 내가 사람들이 나를 너무 질투하는 것만 같아서 힘들었을 때 고민을 토로하자 어떤 분은 질투당하는 사람보다 질투하는 사람이 더 마음이 힘들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리고 생각했다. 어쩌면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그리고 앞으로도 스스로 사서 고생을 하며, 사실은 더욱 행복한 삶을 살아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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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1-17 00: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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